제가 두산팬이긴 합니다만 사는곳이 청주다보니 주위에 한화팬들밖에 없다시피 합니다.
직관보다는 집관을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야구장 가본 횟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죠.
회사사람들도 다들 한화팬인데.. 2년전엔 제가 예매해서 직관을 한적이 있긴 합니다.
작년엔 건너뛰었고 올해도 별 얘기들이 없길래 그냥 지나가다보다 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부서 동생이 뜬금없이
다음주 화요일 야구장 예매했으니까 가자고 그러는거에요.
'아니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표를 끊냐?' 하니까 내가 야구 좋아하는거 아니까 그냥 예매해버린 모양이더라구요. ㅎ
사실 나는 집에서 보는걸 더 좋아하는데..ㅎㅎ
하여튼 그래서 2년만에 청주야구장을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경기는 한화가 8-2로 이겼고 경기시간도 3시간정도로 딱 끝나서
저에겐 아주 좋은 직관이었죠. 거기다 홈런도 양팀 합쳐 5개가 나와서 보는 맛도 충분했구요.
간단하게 감상평을...
1. 폭스의 힘은 진퉁이다..
야구장 가면.. 특히 청주처럼 작은 구장에 가면 플라이만 나와도 관중들이 와~ 하고 일어납니다.
근데 야구 오래 보신분들은 알지만 소리와 날아가는 궤적만 보면 대충 감이 오죠.
저도 폭스 홈런을 제외하고 거의 다 소리와 궤적을 보고 저건 홈런, 저건 플라이..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근데 폭스 타구는 분명 소리가 좀 먹힌 소리였거든요. 먹혀서인지 처음에 내야를 벗어날때만 해도 그리 빠른 타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웃이겠네 ...하고 있는데 공이 계속 살아서 뻗어가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야 이자식 힘은 진짜 대단하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상 경기의 승부를 기울게 만드는 3점 홈런이었으니 한화팬들에겐 더 짜릿했겠죠.
2. 박정진 던지는걸 실제로 보니 정말 타자입장에선 맞추기 어렵겠구나 싶더군요.
화면으로 봐도 극단적인 오버스로라 타이밍 잡기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거의 모든 공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각이 커서 초점잡기가 힘들거 같더라구요.
저보다 한살 어린 박정진인데.. 같이간 동생들에게 저게 '40대의 힘'이라고 강변했네요. ㅎㅎ
3. 정근우의 다다다다~ 뛰는건 실제로 보니까 더 느낌이 크게 오더군요. ㅎ
같은 단신인 이용규는 그래도 뛰는 폼이 나는데, 정근우는 정말 짧은 다리를 재게 놀리는 모습이어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8회였나 2루에서 짧은 중전안타에 홈으로 들어오는 정근우를 보면서.. 부서원들한테 저건 정근우 아니면 못들어온다..라고 말했네요. 송구도 정확했고 정근우가 조금만 지체했어도 아웃타이밍이었는데 기막힌 슬라이딩으로 태그를 피하면서 홈베이스를
손으로 터치하는 정근우를 보니까 .. 예전에 에스케이 팬들이 '정근우는 어떻게 하던 홈에선 죽지 않는다'라고 말하던 기억이 나더군요.
4. 정근우는 어제 기록을 하나 작성했죠. 한국야구 최초로 10년연속 20개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됐습니다.
그걸 보면서 '어라? 이종범은 일본갔으니 그렇다치고 전준호가 저걸 못했나?' 싶어서 기록을 찾아보니
8년연속 20개이상 하고 9년째에 18개를 했더군요.
정근우에게 최고의 날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5. 기아는 타선이 너무 침묵해서.. 한승혁이 가장 눈에 띄더군요.
한승혁이 나오길래 부서동생들이 쟨 누구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구위좋고 150도 찍는 친구다 했는데..
초반에 계속 140대 초반정도 나오니까 애들이 '150 나온다매?' 그러고 있는데 그다음 공이 딱 150 찍더군요. ㅎㅎ
근데 확실히 140대 초반과 140대 후반의 공은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이날 홈런친 조인성이 타석에 나왔는데.. 볼카운트 2-2. 한승혁이 제구가 좋은 친구가 아니니 풀카운트 몰리면 안될거라고 생각하고 직구로 승부걸겠구나 싶어서 애들한테 이번에 직구겠다.. 했습니다.
저도 직구로 예상하고 있으니 조인성도 당연히 직구로 예상했겠죠. 그리고 예상대로 직구가 들어왔는데 타이밍이 늦더군요.
확실히 긁힐때 한승혁의 구위는 정말 좋습니다. 슬라이더가 유희관 직구보다 빠르더군요. ㅜㅜ
'저 친구 배구선수 한장석 아들이야' 했는데.. 애들이 한장석이 누군지 모르더군요. ㅡㅡ;;
나이차이가 나랑 별로 나지도 않는데 모르는걸보니 다른 스포츠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건지..
6. 기아팬들이 기대하는 황대인이 후반에 대타로 나왔죠. 근데 하필 상대가 노련한 박정진.
3구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습니다만, 단단한 하체를 보니 역시 기대가 되는 친구이긴 합니다.
기아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다 본건 거의 처음같은데.. 김기태감독이 생각보다 좋은 감독이구나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투수진이야 잘 모르겠습니다만, 타선을 보니까 나지완이 올해 헤메다보니 확실히 라인업의 무게감이 뚝 떨어진 상황이 보이더군요.
기대할만한 타자가 김주찬-필-이범호정도인데, 이범호는 발이 느리다보니 병살의 위험도 감수해야하고..
이범호 뒤로 하위타선에서 해줄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것도 아쉽긴 하더군요.
어려운 상황속에서 5위싸움을 한다는건 감독의 역량이라고 봐야겠죠.
7. 이날 매진이었는데.. 19번째인가 매진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근우의 기록에 이어 또하나의 기록이 나왔는데, 한화 한시즌 최다관중기록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30게임정도 남았으니 기록은 계속 늘어가겠죠.
그 기록경신한 관중 불러서 사진찍고 상품주고 하던데.. 좀 더 늦게 들어올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살짝 생기더군요. ㅎㅎ
오랜만에 야구장엘 가서 그런가 술도 술술 들어가고, 홈팀이 이기다보니 구장분위기도 좋았고... 좋은 직관이었네요.
첫댓글 응원하는 팀 외의 경기를 직관하는맛도 꽤 괜찮죠~ 덜 피곤하고요 ㅋㅋㅋ 저도 인천 살아서 태평양-현대 경기를 꽤 봤는데 순수하게 야구로 보게되니 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지금은 밤에 장사를 해서 쉬는날 잠실 가끔 가는게 전부인데 문학도 찾아가 봐야겠네요^^
확실히 스트레스도 안받고 좋더군요. ㅎㅎ 그리고 예전과 많이 달라진게 여성팬들의 비율이 정말 많이 늘었더군요.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앞에 앉아있던 젊은 처자.. 모두 선수들 응원가 다 따라부르고 응원하는데 대단하더라구요. 더구나 자리가 응원단상 근처도 아니고 지정석이었는데 말이죠.
@느림보 3자입장이니까 마음도 편하고 야구에 더 집중을 할수 있더라구요.
한승혁이 한장석 선수 아들이군요!!!
사실 올시즌 가장 어메이징한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은 한화가 아니라 기아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기아가 이름값만 있는 팀이었다면 올시즌을 기점으로 이름값조차도 없는 팀이 되어버렸었죠 뭐 최근 연패를 당하면서 힘도 많이 떨어졌고(현재는 9회 2사까지 살얼음판 리드중) 반등할만한 여력도 없어보이지만 100여 경기를 넘긴 시점에 이 로스터로 이만큼 경쟁을 하고 있다는 자체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사실 성적과 관계없이 재능있는 유망주를 발굴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상황인데 말이죠
2222공감합니다. 리빌딩하다가 플옵가게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