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kbs1에서 수요기획을 보았습니다.
제목은 효재, 이사 가던날.
저는 그 분을 오래전부터 피아니스트 임동창씨의 부인,
한복 디자이너, 요리, 살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그 분이 살던 삼청동 한옥집에서 훨씬 넓은 정원이 딸린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날을 짬짬이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원래의 삼청동 집은
사시사철 푸른 빛을 보여주는 아이비가 붉은 벽돌담을 덮고 있었습니다.
구석 구석 보기 흉한 수도관이며, 가스배관도 모두 아이비로 보기 좋게 위장을 하였더군요.
누군가 손님이 온다는 소리에 효재는 바빠졌습니다.
시멘트 바닥 위에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모래를 깔아 진짜 흙처럼 보이는 마당.
그 마당을 쓸고,
대나무 잎을 꺾어서 기와를 씻은 다음 그 위에 가지런히 펼쳐놓고 먹을꺼리를 소담히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물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수돗물을 틀어 놓았습니다.
수도꼭지와 물 나오는 호스는 기와조각으로 절묘히 숨겨서 마치 절이나 어느 계곡에서 물이 저절로 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졸졸졸 기와조각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
인상 깊었던 또 하나는..
원래 살던 집에 박혀있던 못을 하나도 빼지 않고, 작은 장식을 만들어 못 위에 걸고 가락지로 마무리를 해서 자연스런 인테리어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방마다 있던 전원 스위치와 화장실 전원도 작은 나무 걸개로 가려서 보이지 않게 했더군요.
탁월한 미적 감각에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부엌은 싱크대를 덜어내고, 그곳에 맷돌과 자갈을 깔아서 바깥처럼 사용하였습니다.
그릇을 씻어서 맷돌 위에 걸쳐놓으니 실내에서도 자연 속에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새로 이사가는 집에 가서도, 어떻게 꾸밀까 생각이 많아 보였습니다.
정원 한 쪽에 나무에 가려있던 커다란 바위를 옮겨와서 잔디 한 가운데에 놓으니
그것이 또 멋진 테이블이 되었고,
잔디 사이사이에 아무렇게나 난 제비꽃도 따로 모아 집 앞 오르막길에 심으니 자연스런 야생화 꽃밭이 되었습니다.
마당 한 쪽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텃밭을 만들고, 아이비는 다시 담장이며 보기 싫은 배관, 덮개등을 골고루 가리도록 심었습니다.
오기 전 모습과 효재가 다시 꾸민 것을 비교해 보여주는 걸 보고 나는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밤새도록 고사리며 화원에서 사온 식물을 심고, 또 심고..
효재는 참 아름다운 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꼭 저렇게 예쁘게 가꾸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하면 좋을텐데.. ??
그래서 지금 사는 집 이층에 부직포를 깔고 모래를 깔은 뒤 잔디를 심어볼까?
고민중..ㅎㅎ
아이디어만 있으면 집도 꾸미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연속으로 돌아갈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노루실이며, 모람님 집을 보고 부러워 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서는
우리집도 충분히 그렇게 꾸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보신 분은 다시보기로 꼭 한번 보시길 적극 권해드립니다!
첫댓글 인조 잔디를 현관에 깔면 아이들이 소풍 느낌을 가져서 좋아한다고해요!
미스포터님 글 읽으니 꼭 보고 싶어요. ^0^
미스포터님 글을 보니 다시 모람님 집의 정원이 떠 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