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의 서재응(27)은 호투한 반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25)은 등 부상 후유증으로 고전했다. 플로리다 말린스의 최희섭(25)은 3연속 경기 장타를 날렸다.
'나이스 가이' 서재응은 플로리다 키시미의 오시올라카운티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3안타 3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8개의 공 중 33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오른쪽 허벅지 타박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인지 제구력 난조로 고전했지만 빼어난 경기운영 능력으로 실점을 막는 노련미를 발휘했다.
1회 첫 타자 크레이그 비지오를 삼진으로 요리한 뒤 애덤 에버럿에게 볼카운트 2-1에서 우월 3루타를 내줘 첫 고비를 맞았다. 제프 배그월에게 볼넷을 내주고 제프 켄트를 1루수 플라이로 처리해 고비를 넘기는 듯했지만 리차르드 이달고에게 또다시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의 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모건 엔스버그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한숨을 돌렸다. 2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히 막은 서재응은 3회 중전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를 자초했으나 후속 클린업 트리오를 모두 외야플라이로 낚으면서 3회를 마무리했다. 5회초 타석에서 번트를 대다 삼진을 당한 뒤 마운드에 오르기 전 교체됐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은 11일 주피터의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서 2.1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2개로 2실점했다. 탈삼진은 2개. 첫 등판이었던 지난 7일 미네소타전에서 2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로써 2게임에서 4.1이닝 3안타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방어율 4.15를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 매트 모리스와 맞대결을 벌인 김병현은 체인지업과 싱커 등 다양한 구질을 시험했지만 부상 여파로 최적의 상태는 아니었다. 1회 투구수가 22개에 달하며 고전했으나 2회에는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2회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3회 마운드에 올라 로빈슨을 2루땅볼로 처리했고, 앤더슨의 타구가 글러브를 스쳐 내야안타가 되자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제이슨 실로 교체했다. 경기는 보스턴이 4-3으로 이겼으며 모리스는 홈런(다비드 오르티스) 1개를 포함해 4이닝 4안타로 2실점했다.
'코리안 빅맥' 최희섭은 11일 홈구장인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야간경기에서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익수 키를 훌쩍 넘겨 펜스에 바로 맞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9일 몬트리올과의 경기부터 3연속경기 안타이며 정식 시범경기에서 날린 4개의 안타 가운데 3개가 장타(홈런 1개, 2루타 2개)다.
전날에 이어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최희섭은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초청선수로 캠프에 참가한 다저스의 선발 태니언 스터츠를 상대로 볼카운트 2-3에서 몸쪽 직구를 힘껏 끌어당겨 2루타를 기록했다. 조금만 더 뻗었더라면 10일 뉴욕 메츠전에서 날린 6회 우중월 2점홈런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장식할 수도 있던 터여서 아까웠다. 최희섭은 브라이언 뱅크스의 2루땅볼 때 3루로 진루한 뒤 마이크 모데카이 타석에서 스터츠의 짧은 폭투 때 홈으로 파고들어 선취점을 올리는 기민한 베이스러닝도 선보였다. 최희섭은 3회 1·3루의 기회에서는 삼진을 당했고, 6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넷으로 출루했다. 6경기에서 17타수 4안타(0.236) 1홈런 3타점 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키시미어·주피터(플로리다주) | 이평엽 특파원·양성동기자 yuppi@
●보스턴 김병현의 말=체인지업과 싱커를 시험했다. 공의 움직임은 지난번보다 좋아졌다. 지난번 투구가 50점이라면 오늘은 6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등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3회를 마치지 못한 것은 원래 투구 수가 45개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1회 투구 수가 많고 별로 안좋았는데 갈수록 좋아졌다. 처음에 목과 등이 좀 안좋았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부상과 관련해서는 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스트레칭으로 풀어가고 있다.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고 얼른 나아서 제대로 던지고 싶다. 그렇지만 부상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 팔꿈치 같은 데를 수술했던 투수들이 재활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지난 시즌 끝 무렵에 아팠기 때문에 나도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보스턴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말=김병현은 등근육 등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투구폼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3회 교체한 것은 투구 수가 44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 경기를 하고)아침 일찍 3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한 게 그에게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뉴욕메츠 서재응의 말=5개월 만에 처음 실전피칭을 했는데 100%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4이닝을 던진 것은 릭 피터슨 투수코치와 미리 얘기를 했다. 날씨가 추워서 일찍부터 몸을 풀었고 점퍼를 입고 땀이 식지 않도록 대비했다. 지금이 3월 11일인데 2~3게임 더 던지면 내가 바랐던 만큼 컨디션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많이 던진 것은 지난 다저스전을 쉬었기 때문에 투수코치가 결정한 것 같다. 약간 어깨 근육통이 있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던지고 나면 일상적으로 생기는 정도다. 새로 개발한 투심 체인지업을 오늘 한번 던졌는데 가운데로 몰려 큰 타구를 맞았다. 투수코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투심은 잘 던지지만 그립이 다른 투심체인지업이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마지막에 번트를 댄 것은 감독의 주문이이 번트훈련하라고 해서다. 스리번트 아웃이 돼 아쉽다.
[해외파 이모저모]
○…11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기가 벌어진 키시미어의 오시올라 카운티 스타디움은 저녁이 되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관중들은 점퍼 등 준비해온 두꺼운 외투로 추위를 달랬고, 메츠의 선발투수인 서재응은 경기에 앞서 불펜 앞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한기를 달랬다. 경기 개시 2시간30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 서재응은 덕아웃 옆쪽에 있던 10여명의 팬이 이름을 부르면서 사인을 요청하자 팬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뉴욕에서 서재응을 보기 위해 내려왔다는 한 열성팬은 서재응의 사인볼을 받고는 “그는 항상 팬들에게 친절하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서재응은 지난 6일 파울 타구에 맞아 오른쪽 허벅지를 다칠 때의 상황을 직접 재연해 보이면서 재미있게 설명했다. “덕아웃 앞 철망에 등을 기대고 앉아 마쓰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타구가 날아와 피할 틈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봐 아픈 것을 참고 태연한 척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트레이너를 불러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르티스가 김병현이 등판하는 날마다 홈런을 날리며 김병현과의 궁합을 과시했다. 지난 7일 김병현의 첫 등판이었던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시범경기 첫 홈런을 날린 오르티스는 11일 김병현의 두번째 등판경기인 세인트루이스전에서도 2호 홈런을 날렸다. 오르티스는 지난해 9월 24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끝내기 홈런을 날려 김병현에게 시즌 8승을 선사하기도 있다.
○…김병현이 시범경기에서 처음 타석에 들어섰지만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병현은 2회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 매트 모리스를 상대해 초구와 2구째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지켜본 뒤 3구째 기습번트를 시도했지만 파울이 돼 삼진아웃을 당했다. 이날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는 박철영 전 LG코치는 “김병현이 체인지업이나 싱커, 슬라이더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는 것 같았다. 모두 좋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종합스포츠 웹사이트인 폭스스포츠닷컴은 11일 올해 메이저리그 주요 팀의 선발로테이션을 비교 분석하면서 김병현이 속한 보스턴을 으뜸으로 꼽았다. 김병현에 대해서는 '보스턴이 아닌 다른 팀에서는 제2선발감'이라며 '사이드암으로 타자의 균형을 허물어뜨리고 삼진은 많은 대신 볼넷이 적다. 또 지난 3년간 각각 2.94와 2.04, 3.31의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