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들이 인재를 찾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재경영을 내세우며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부터 기업 임원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재에 대한 망상에 빠져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재망상(Talent Delusion)`이라는 책을 내놓은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과 교수다. 그는 인재에 대한 과학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다. 첫 번째 잘못된 상식은 누구나 회사의 인재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재는 조직의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직의 성과 80%를 낸다. 나머지 성과 20% 중 10%를 조직의 상위 30%가 내고 회사 직원 절반이 내는 성과를 합한 것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이는 도덕적으로 불편한 일이고 엘리트주의처럼 느껴지지만 과학적 사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두 번째 잘못된 상식은 열심히 하면 누구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어에서는 `talent`라는 단어가 우리말의 `재능`이라는 단어와 같이 쓰이듯이 `인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영업에 타고난 인재, 전략을 잘 짜는 인재,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인재가 모두 정해져 있다. 어떤 직원이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남들보다 잘한다면 그가 바로 그 분야의 인재다.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는 `인재(재능)=성과―노력`이라는 공식으로 이를 요약한다. 세 번째 잘못된 상식은 좋은 인재는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어떤 일이든 맞는 성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영업이 맞는 성격이 있고, 리서치가 맞는 성격이 있다. 성격에 맞는 일을 시켜야 그 인재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성격뿐 아니라 문화도 중요하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이고, 성격에 맞는 일을 시킨다고 해도 그곳의 문화가 인재에게 맞지 않으면 그는 성과를 낼 수 없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인재의 정의는 아주 간단하다. 회사의 대부분 성과(80%)를 내는 소수(20%)의 사람들이다. 인재관리(HR)의 정의도 명확하다. 인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에 그를 배치하고 그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는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만약 당신이 중요한 소수(5~20%)의 직원이 누군지를 파악하고 이들을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고 회사에 붙잡아두면 회사의 성과는 크게 좋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돈과 자원을 인재가 아닌 다른 직원들에게 투자한다면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성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하는 그와의 일문일답. ―당신은 책에서 기업 최고경영자, HR 실무자, 일반인까지 모두 HR에 대한 `망상`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내 기본적인 생각은 인재를 알아보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재를 알아보는 전문가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스포츠, 과학, 예술 분야를 보면 비전문가라도 인재인지 아닌지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실제 평가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진다. 비슷한 사례로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평가를 내려보라고 하면 70% 정도는 실제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책에서 직장인 10명 중 3명만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정규직 직원 중 75%가 수동적 구직자(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는 않지만 기회가 생기면 이직하고 싶어하는 직원)라고 설명했는데. ▷만약 모든 기혼자의 75%가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더 나은 배우자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반면 직원들의 75%가 더 나은 직업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요즘 헤드헌터들이 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든 좋은 자리를 제시하면 그중 75%는 이직을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에 대한 당신의 정의는 아주 솔직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인재란 회사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소수 핵심 인재(vital few)이며 인재관리란 이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열심히 일하도록(engage)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관이 성과를 측정하는 데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가 회사의 `핵심 인재`인지도 모른다. 또한 핵심 인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나머지 80%가 불행해질 것을 두려워해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소수의 인재들은 자신들이 흔한 다수와 똑같이 취급받는 것에 불만을 갖는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고, 대체 불가능하며,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당신을 평균적인 직원이나 그보다 못한 직원과 똑같이 취급한다고 생각해보라. ―20%가 80%의 성과를 낸다는 파레토의 법칙은 엘리트주의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당신은 설명했다. 또한 나머지 80% 직원들이 조직 내부가 아닌 다른 조직의 80%와 경쟁에서 이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레토 법칙은 엘리트주의가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성과를 수치로 평가하는 업무 현장에서 보면 아주 명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문 분야에서든 10%의 과학자가 출판, 특허, 연구비 등 다양한 성과의 90%를 차지한다. 10%의 아티스트가 음악 산업에서 매출 및 다운로드의 90%를 차지하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의 10%가 전체 시청 시간과 트래픽의 90%를 차지한다. 도서의 경우 5%의 작가가 전체 판매의 95%를 차지한다. 이는 만약 당신이 중요한 소수(5~20%)의 직원이 누군지를 파악하고 이들을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고 회사에 붙잡아두면 회사의 성과는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당신이 돈과 자원을 그 외의 직원들에게 투자한다면 비용은 많이 들고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당신은 `성과=재능+노력`이므로 `재능=성과―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그릿`이라는 책은 반대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릿은 성실함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의 다섯 가지 성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성실함이 다른 능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성실함 역시 유전적인 특질이다. 그래서 게으르고 충동적이며 자기관리가 안되는 사람을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 그가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도 그의 지성이 높지 않다면 성과가 높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아주 지능이 높은 사람이라면 성실하지 못하더라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큰 성공 을 거둔 기업가나 예술가가 대표적이다. 앤절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아주 좋아하지만 그의 책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 말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보통 성격과 직업을 크게 관련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영업을 위한 성격과 연구를 위한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격은 한 사람의 선천적인 선호, 경향, 버릇 등을 말한다. 성격에는 다양한 특성이 있다. 외향적, 성실함, 호기심이 많음 등과 같은 이런 특성은 상황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영업을 잘하는 사원의 성격과 연구를 잘하는 사람의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는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많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고 후자는 내향적이고 분석적이며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직업마다 가장 이상적인 성격은 다르다. ―많은 기업에서 영업은 CEO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자리다.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영업에 맞는 성격이 아니면 CEO가 될 수 없는 것인가. ▷모든 좋은 CEO는 세일즈 경험이 없더라도 좋은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당신의 지적은 타당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그전의 포지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종종 뛰어난 리더십 자질을 가진 사람인데도 개인적인 역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명한 인사담당자라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말이다. 또한 개인적인 성과는 좋지 못하더라도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 승진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야 한다. ―인재를 그가 가장 잘 맞는 문화에 배치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는 콘텍스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인재란 적합한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 성격을 말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려면 그곳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치운다"고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능한 인재가 열중하고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면 전략의 중요성은 덜해질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기업문화가 독이 되고 비생산적이라면 그 전략은 실패할 것이다. ―인재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RWA를 삼았다. `Rewarding(매력적인가)` `Able(가능한가)` `Willing(의지가 있는가)`의 세 가지를 본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인 호건어세스먼트는 인재를 이 세 가지 요소로 나눠 10분에 걸쳐 분석하는 테스트를 내놨다. 내용은 단순하다. 호감도(Likability), 능력(Ability), 의지(Drive)의 세 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지만 이는 소수이며 대부분 셋 중 하나나 둘만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세 가지 모두를 결여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인재가 RWA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그의 성과를 예측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커리어가 성공할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를 측정할 때 정량적인 방법은 어떤가. ▷대부분의 복잡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에서는 업무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가장 유용한 측정 방법이라고 해서 측정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영업매출,이익, 소비자만족도, 주가 등은 아주 중요한 지표이지만 직원의 행동이 이 변수들에 미치는 상관관계는 그렇게 높지 않다. 반대로 만약 당신이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측정한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그가 보낸 이메일, 전화통화한 횟수, 말한 단어 등은 아주 정량적인 데이터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콜센터나 우버 운전자 같은 간단한 직업에서나 이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직원들을 열정적으로 일하고 참여하도록(engage)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 직원들이 어떤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알아내고 그들의 가치에 맞는 환경을 만들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5명의 팀으로 일한다면 각 직원들은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관리자의 역할은 각 직원들의 성격에 잘 맞고 그래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축구에서 선수들의 포지션이 각자 다른 것처럼 말이다. ―리더십은 다른 재능과 다르다고 생각하나. ▷리더십은 상당히 특수한 재능이다. 왜냐하면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 집단을 고성과 조직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리더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예를 들자면 뛰어난 대인관계 능력, 자각능력, 전문성, 지식, 도덕성과 같은 것이다. 이 모두는 과학적인 테스트를 통해서 측정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둠의 3인조로 `나르시시시트,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스트`를 꼽았다. 이들은 조직에 해를 끼치지만 조직 내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이들을 어떻게 제거해낼 수 있나. ▷어둠의 3인조는 사회적으로 능력이 있는 반면 여러 일탈적인 행동을 한다. 아주 위험한 조합이다. 그들은 약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스스로가 매력적이거나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시스템에서 피와 자원을 빨아먹는 사기꾼이나 기생충 같은 존재다. 이런 존재들을 막는 방법은 초기 단계에 이들을 발견해 없애버리거나 그들의 부작용을 관리하에 두면서 일하는 것이다. ■ 인재 구하기 힘든 4가지 이유 모든 기업들이 인재를 찾아나서지만 왜 인재를 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걸까.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재와 관련해 전 세계에 네 가지 거시경제적인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불성실함의 유행(disengagement epidemic)이다.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업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업무 시간을 인터넷쇼핑이나 뉴스 읽기로 보내면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의 모든 일에 소극적이며 자신의 일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베스트바이 분석에 따르면 매장 직원들의 참여율(engagement level)을 0.1%만 올려도 매장 매출은 10만달러나 늘어난다. 둘째는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하지는 않지만 좋은 기회를 얻으면 이직을 하고 싶어하는 수동적 구직자(passive job seeker)의 증가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자신의 핵심 인재를 쉽게 다른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 글로벌 HR 회사인 타워왓슨스에 따르면 기업 고용주의 절반이 최고 성과를 내는 직원을 잡아둘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셋째는 1인 기업(self-employment)의 대두다. 점점 많은 젊은이들이 회사에 소속되기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소위 프리랜스 경제,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1인 기업이 되는 것은 근무 시간도 길어지고 개인적인 불안감도 커지지만 실제 종합적인 만족도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직속 상사와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1인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로 밝혀지고 있다. 넷째는 창업(entrepreneurship) 열풍이다. 과거에는 MBA 졸업생들이 컨설팅펌이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투자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창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업자가 영웅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에 따르면 이는 젊은이들이 무능력한 관리자 밑에서 일하기보다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He is…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치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과의 비스니스심리학 담당 교수다. 개인의 성격을 분석해 리더십을 개발하는 회사인 호건어세스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지난 15년간 JP모건 유니레버 LVMH 등 다양한 기업의 컨설팅을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으로 학부를 마쳤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