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용 요셉 신부
2024년 나해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루카 13,22-30
'좁은 문'은 십자가가 아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우리가 구원받으려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저는 좁은 문을 ‘십자가’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좁은 문의 의미가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좁은 문은 십자가가 아니라 십자가를 지게 할 수 있도록 만드신
예수님의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이것입니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여닫는다는 것은 조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십자가가 주어져 있는데
십자가를 지고 당신께 올 수 있도록 예수님게서 마련하신 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니 트레호(Danny Trejo)는 괴로운 과거, 중독, 투옥을 극복하고 사랑받는 배우가 되어 회복과
구원을 체험한 놀라운 사람 중 하나입니다.
대니는 1944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력, 범죄, 마약이 만연한 가정과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약물을 시작했으며, 8세에 마리화나를 시도하고
12세에 헤로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레호의 삶은 범죄와 중독으로 더욱 악화하여
청소년 구치소에서 여러 차례 수용되었고 결국에는 성인 교도소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습니다.
1960년대 초에 당시 그는 헤로인 중독에 깊이 빠져 있었고 분노와 폭력에 시달렸으며 종종 싸움을
위해 독방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절망적인 순간에 그는 변화하겠다는 개인적인 결심을 했고,
인도를 구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렇게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었습니다. 이때 그를 이끌어준 영적 기반 회복 모델이 12단계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더 높은 영적 권위에 항복하고, 책임을 받아들이고, 보상하고, 공동체에서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것이 트레호의 회복의 기초가 되었고 그의 인생관을 바꾸었습니다.
석방된 후에도 트레호는 절주에 전념했으며 AA(Alcoholics Anonymous) 및
NA(Narcotics Anonymous)에 합류하여 새로운 커뮤니티와 목적을 찾았습니다.
그는 빠르게 AA의 후원자가 되어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고
자기 경험을 힘과 공감의 원천으로 활용했습니다. 현재 트레호는 위험에 처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 교도소, 회복 센터에서 연설하면서 변화 가능성에 대한
증거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빌 윌슨은 AA(Alcoholics Anonymous)를 공동 창립자입니다.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알코올
의존증이 되었으며 각종 노력으로 되지 않던 금주를 한 가지 깨달음을 통해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윌슨은 여러 차례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으며 종종 짧은 기간 동안 금주를 경험했지만,
매번 재발했습니다.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의학적 치료, 심리 상담, 자기 훈련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악화하였고,
일련의 입원과 뉴욕시의 타운스 병원에서의 회복 시도 실패 후 1934년에 바닥을 쳤습니다.
십자가는 나의 욕망을 못 박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혼자 힘으로 질 수 없습니다. 빌은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에디라는 친구에 의해 술을 끊는 것도 믿음의 힘, 하느님께 항복하고 의존하는 노력,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윌슨은 알코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평안함과 해방감을 느끼는
강렬한 영적 경험을 합니다. 이 경험은 그에게 전환점이 되었으며, 더 높은 힘에 굴복하는 것이
중독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 알코올 중독자 밥 스미스 박사와 함께
알코올 중독자 익명 단체(Alcoholics Anonymous)를 설립하여 공동 지원, 책임 및 영적 원칙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동은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획기적인 일을 하였습니다.
“이미 편안해진 방식에 몸과 마음을 가두지 마라. 그러는 순간, 오직 그것만 원하게 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말은 영화 ‘아마데우스’, ‘백야’의 안무 총괄 책임을 맡았던 미국 무용계의 여왕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의 말입니다. 리더십 전문가인 김남인 씨가
타프와 인터뷰할 때 가장 먼저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이 정상에 오른 비결은 무엇인가요?”
타프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침 5시 반, 옐로캡(택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에요.”
그녀는 무용을 시작한 후 50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5시 반에 이미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체육관으로 가서 온몸과 정신을 깨웠다고 합니다. 그녀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이 피곤할 때가
있고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울 때가 있지만 이미 와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문을 열고 앉으면
다시 이불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일단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 무용에 대한 태도가 그녀를 세계 최고 현대무용가로 만든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는 일은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는 ‘택시’라는 매개체게 없다면
이루기 불가능합니다. 십자가는 구원의 길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를 지게 만드는 것은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운동하거나 공부할 때 함께 하는 공동체가 있다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문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적은 사람들이 함께 십자가의 길로 가는 공동체입니다.
그 공동체가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입니다. 고해성사가 힘들고 성체성사가 지겹더라도
그것을 꾸준히 하게 함으로써 십자가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 줍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