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전혀 없는 공간. 기술용어로 진공은 일정한 용기 안의 기체를 배기시켜서 얻는 고도의 감압상태를 가리킨다. 진공도는 잔류기체가 나타내는 압력으로 표시하고, 압력의 단위는 보통 ㎜Hg를 사용하며 이것을 E. 토리첼리의 이름을 따서 토르(Torr)라 한다. 국제단위계에서는 1
Bar를 사용하며 파스칼(Pa)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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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전혀 없는 공간. 기술용어로 진공은 일정한 용기 안의 기체를 배기시켜서 얻는 고도의 감압상태를 가리킨다. 진공도는 잔류기체가 나타내는 압력으로 표시하고, 압력의 단위는 보통 ㎜Hg를 사용하며 이것을 E. 토리첼리의 이름을 따서 토르(Torr)라 한다. 국제단위계에서는 1
Bar를 사용하며 파스칼(Pa)이라고도 한다. 133.322Pa이 1torr에 상당한다. 최근 수십년간에 진공을 제작하거나 계측하는 기술은 대단히 발달하였는데, 이공학의 연구뿐만 아니라 진공야금·진공증류·고체전자공업·고품질의 재료제조 등 많은 공업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현재 진공펌프나 게터를 사용하여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진공은 10
torr, 잔류기체의 분자수는 1㎤ 안에 3000개 정도이다.
1 진공의 물리학 전자기학의 창설자 J. 맥스웰과 전파의 발견자 H. 헤르츠 등은 전자기파(빛과 전파)를 전달하는 매질(媒質)로서 무엇인가의 물질(에테르)의 존재를 믿고 있었으나 에테르의 존재가 부정되고, 진공의 물리학적인 의미가 밝혀진 것은 A.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후의 일이다. 진공이 전기장과 자기장의 담당자로서의 작용을 그 본성으로 가지는 것은 양자역학적 장(場)의 이론이 발전되면서 차츰 명확하게 되었다. P.A.M. 디랙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을 정립하면서 진공이란 음에너지의 전자에 의하여 완전히 점령된 상태라고 해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해석에 의하면 만약
선 등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의 작용에 의하여 음에너지인 전자가 양의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면 진공에 전자의 구멍이 생긴다. 이 구멍은 전자의 반입자(反粒子)=양전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선에 의하여 전자와 양전자의 쌍이 만들어지는 현상(전자쌍 생성)이 예상된다. 쌍생성은 디랙이 예언하고 나서 5년 후에 C. 앤더슨에 의해서 우주선의 안개상자에 의한 비적(飛蹟;track) 중에서 처음으로 관측되었다. 쌍생성과 같은 실제과정이 일어날 때 외에도 불확정성원리 때문에 진공 속에서는 가상전자와 가상양전자의 쌍이 지극히 짧은 시간의 간격으로 끊임없이 발생과 소멸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때문에 진공 속에 실제의 전자가 놓여지면, 그 둘레에서 가상 양전자는 전자에 끌리고 가상전자는 전자로부터 반발되며, 그 때문에 진공 속의 가상적인 전자와 양전자에 어긋남이 생겨, 진공에 일그러짐을 야기시킨다. 이것을 진공분극이라 하는데 전자기 양자역학에서는 진공분극에 의한 효과를 적절하게 다룸으로써 전자의 유효전하, 이상자기 모멘트 및 수소원자스펙트럼의 램시프트 등의 엄밀한 계산에 성공하였다. 최근 발전된 양자크로모역학에서는 진공은 음에너지의 모든 기본입자(쿼크와 렙톤)로 채워진 상태로 생각한다. 진공 속에서 가상입자와 가상반입자가 생성·소멸을 거듭하고 있으나 조건에 따라서는 입자·반입자의 쌍이 그대로 응축된 상태(이상진공)로 이동하는 쪽이 안정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통일이론에 의하면, 우주창성의 초기에 일어난 몇 단계의 진공의 상이전(相移轉)이 현재 알려져 있는 4가지 기본적인 힘(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 및 만유인력)과 소립자의 생성에 기본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주창성 때 진공의 본성진화(本性進化)가 현재 물질의 궁극구조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2 원자와 진공 고대 이래로 진공의 개념은 원자론과 불가분이었다. 고대그리스의 원자론자 데모크리토스는 세계는 허공 속을 운동하는 무수의 미세한 원자로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허공의 존재는 원자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한편 원자론을 거부하여, 물질을 연속체라고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허공의 존재를 불합리한 것이라고 부정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과학자 가운데는 원자론을 이어받아, 기체의 실험적 연구를 행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권위는 근대까지 대략 2000년 동안 원자와 진공을 자연학 세계에서 추방시켰다. 중세 스콜라철학에서는 자연에서 진공은 있을 수 없다고 하여, 대기압에 의한 갖가지 현상은 <자연은 진공을 혐오한다>는 말로써 설명되었다.
3 진공의 실증 고대의 원자론은 스콜라철학을 비판하고, 근대과학을 준비한 16·17세기의 사람들에 의해서 부활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논의 역시 오로지 사변(思辨)에 의존한 것으로서, 원자상호간의 미소한 진공은 존재한다고 하면서도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큰 진공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않았다. R. 데카르트는 모든 공간은 미세한 입자로 충만되어 있다고 하면서 진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물체의 본질은 기하학적 연장에 있다고 생각하여, 입자는 무한히 분할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사변적 논의에 구애되지 않고 처음 실제로 진공을 만든 사람은 G. 갈릴레이의 제자인 E. 토리첼리였다. 그는 1643년에 유명한 <토리첼리의 실험>을 실시하여 진공의 존재와 대기압의 작용을 밝혀내었다. 토리첼리의 견해는 수년 후, 프랑스의 B. 파스칼에 의해 한층 더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그들과는 별도로, 독일의 O. 폰 게리케는 50년 무렵, 진공펌프를 제작하여 청동과 유리제로 된 속이 빈 공을 배기(排氣)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 펌프는 토리첼리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진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 기계였다. 그는 유명한 <마그데부르크의 반구실험>에 의해서 대기압의 세기를 제시하였으며, 진공 중에서의 연소, 소리의 전파, 작은 동물의 호흡 등을 조사하였다. 이들 실험은 널리 전파되어 17세기 중반을 지나서는 진공 실험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이리하여 공기가 배제된 공간으로서의 진공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4 고진공과 물리학 게리케형의 진공펌프는 개량을 거듭하여 18세기에는 과학실험에 흔한 설비로 되었다. 그 진공도는 고작해서 1∼10
㎜Hg 정도였다고 생각되는데 19세기 이후 H. 가이슬러와 H. 슈프렝겔 등이 수은을 사용한 효율성이 높은 진공펌프를 고안하여 10
㎜Hg를 초과하는 고진공을 얻게 되었다. 이들 펌프는 진공방전 연구에 이용된 것이며, 이윽고 백열전구에서 에디슨 효과의 발견, 음극선의 연구에서 X선의 발견이 유도되었다. 다시 1904년에 발명한 진공관은 20세기의 전자공학 전개의 단서가 되었다. 20세기에는 확산펌프에 의하여 한층 높은 진공을 얻을 수 있게 되고, 그 기술은 입자가속기 등의 현대물리학의 실험수단을 지탱하는 기초가 되었으며, 진공야금·진공증착(眞空蒸着)·진공증류 등의 기술적인 응용도 널리 실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