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7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7장) "무사언내사야無私焉乃私也 "
공자가 서쪽으로 가서 주周나라 왕실에 〈자기가 편수編修한〉 서적을 소장시키려고 했다. 제자 자로子路가 이렇게 상의했다. “제가 들으니 주周나라의 징장사徵藏史 중에 노담老聃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만두고 향리鄕里에 돌아가 살고 있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저서著書를 수장收藏케 하고자 하신다면 시험 삼아 그에게 가서 소개를 부탁하시지요.”
공자가 말하기를 “좋다.” 하고 가서 노담을 만나 보았는데 노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는 가지고 간 십이경十二經을 펴놓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노담이 중간에 그 말을 끊고 말했다. “너무 번거로우니 그 요점을 듣고 싶소.”
공자가 말했다. “요점은 인의仁義에 있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인의仁義는 사람의 본성本性인가요?”
공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군자가 불인하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불의하면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으니 인의는 참으로 사람의 본성입니다. 이것 말고 또 무엇을 하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무엇을 인의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마음에서부터 만물을 즐거워하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여 사심이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인의의 실정입니다.”
노담이 말했다. “아! 위태롭구나. 거듭해서 다시 또 겸애兼愛를 말하는 것은 또한 우활迂闊하지 않은가. 사심私心을 없애려 하는 것이 바로 사심私心이다. 선생이 만일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길러짐[목牧]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천지는 본래 일정한 질서가 있으며, 해와 달은 본래 저절로 밝음이 있으며, 별들은 본래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으며, 금수는 본래 무리 지어 살고 있으며, 수목은 본래 대지 위에 서 있으니 선생도 또한 본래 갖추어진 덕德에 따라 행동하고 도道를 따라 나아간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할 것인데 또 무엇 때문에 애써 인의仁義를 내걸고 마치 북을 두드리며 잃어버린 자식을 찾듯이 합니까? 아! 선생은 사람의 참다운 본성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孔子西 藏書於周室 子路謀曰 由聞周之徵藏史 有老聃者 免而歸居 夫子欲藏書 則試往因焉
(공자 서하사 장서어주실이어시늘 자로 모왈 유는 문호니 주지징장사 유노담자 면이귀거라호니 부자욕장서신댄 즉시왕인언하소서)
공자가 서쪽으로 가서 주周나라 왕실에 〈자기가 편수編修한〉 서적을 소장시키려고 했다. 제자 자로子路(공자 제자 중유仲由의 자字)가 이렇게 상의했다. “제가 들으니 주周나라의 징장사徵藏史 중에 노담老聃(노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만두고 향리鄕里에 돌아가 살고 있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저서著書를 수장收藏케 하고자 하신다면 시험 삼아 그에게 가서 소개를 부탁하시지요.”
☞ 장서藏書 : 〈자기가 編修한〉 서적을 소장시키려 함.
☞ 징장사徵藏史 : 징徵은 전典(맡아 함)이고 사史는 사관史官‧서기書記 또는 사서司書이니, 곧 서적 수집‧수장收藏을 담당하는 도서관의 사서司書. 사기史記 노자열전老子列傳에는 노자老子의 관직官職을 “주수장실지사周守藏室之史”라고 기록하고 있다.
☞ 시왕인언試往因焉 : 因은 통한다, 의依한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소개받다는 의미.
孔子曰善 往見老聃 而老聃不許 於是繙十二經以說
老聃中其說 曰 大謾願聞其要
孔子曰 要在仁義
(공자왈 선하다하시고 왕견노담하시니 이노담이 불허하야늘 어시에 번12경하야 이세하다
노담이 중기설 왈 태만이로소니 원문기요하노라
공자왈 요재인의하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좋다.” 하고 가서 노담을 만나 보았는데 노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는 가지고 간 십이경十二經을 펴놓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노담이 중간에 그 말을 끊고 말했다. “너무 번거로우니 그 요점을 듣고 싶소.”
공자가 말했다. “요점은 인의仁義에 있습니다.”
☞ 번십이경繙十二經 : 경經의 원의原義는 직물織物의 세로실인데 경전의 뜻으로 쓰인 용례는 전국시대의 묵자墨子나 한비자韓非子 등의 제자백가서에서 항구불변의 진리를 기록한 책을 이렇게 부른 데서 시작한다. 유가儒家에서 경서經書의 관념은 전국戰國 말末의 순자荀子에서 시작되고 시詩‧서書‧예禮‧악樂‧춘추春秋의 다섯을 꼽고 있는데, 이것이 정착한 것은 한무제漢武帝때에 오경박사五經博士를 설치하고부터이다. 또 이 책의 천운天運편 제7장을 포함하여 한대漢代에는 육경六經을 드는 일이 극히 많아서, 여기의 십이경十二經도 그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이세以說 : 설득함.
☞ 중기설中其說 : 공자의 말이 바야흐로 절반에 이르렀는데, 노자가 너무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 갑자기 중지시킨 것이다.
☞ 태만大謾 : 大는 너무, 지나치게의 뜻일 때에는 ‘태’로 발음한다. 만謾은 번거로움.
老聃曰 請問仁義人之性邪
孔子曰然 君子不仁則不成 不義則不生 仁義眞人之性也 又將奚爲矣
老聃曰 請問何謂仁義
孔子曰 中心物愷 兼愛無私 此仁義之情也
(노담왈 청문하노라 인의는 인지성야아
공자왈 연하니라 군자불인즉불성하고 불의즉불생하리니 인의는 진인지성야니 우장해위의리오
노담왈 청문하노니 하위인의오
공자왈 중심물개하며 겸애무사할새 차인의지정야니라)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인의仁義는 사람의 본성本性인가요?”
공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군자가 불인하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불의하면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으니 인의는 참으로 사람의 본성입니다. 이것 말고 또 무엇을 하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무엇을 인의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마음에서부터 만물을 즐거워하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여 사심이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인의의 실정입니다.”
☞ 중심물개中心物愷 : 개愷는 즐길 개, ‘중심물개中心物愷’는 마음에서부터 만물을 즐거워한다, 마음에서부터 만물과 하나가 된다는 뜻.
☞ 겸애무사兼愛無私 : 사심이 없다[無私]는 것은 차별이 없다는 뜻. 겸애兼愛는 묵가墨家의 보편적普遍的 상호애相互愛(상호애相互愛의 보편화普遍化)인데, 이것과 유가儒家의 친소親疎에 근거한 차별애差別愛를 혼동하는 것은, 선진先秦시대에는 적고 한대漢代 이후로 많이 눈에 띄는 현상.
老聃曰 意幾乎 復言夫兼愛 不亦迂乎 無私焉乃私也
夫子若欲使天下 無失其牧乎
則天地固有常矣 日月固有明矣
星辰固有列矣 禽獸固有羣矣 樹木固有立矣
夫子亦放德而行 循道而趨已至矣
又何偈偈乎 揭仁義 若擊鼓而求亡子焉 意 夫子亂人之性也
(노담왈 의라 기호인저 부언부겸애는 불역우호아 무사언이 내사야니라
부자약욕사천하로 무실기목호인댄
즉천지 고유상의며 일월이고유명의며
성진이 고유열의며 금수 소유군위며 수림이 고유입의니
부자도 역방덕이행하며 순도이추 이지의니
우하걸걸호게인의라 약격고이구망자언이리오 의라 부자 난입지성야리로다)
노담이 말했다. “아! 위태롭구나. 거듭해서 다시 또 겸애兼愛를 말하는 것은 또한 우활迂闊하지 않은가. 사심私心을 없애려 하는 것이 바로 사심私心이다.
선생이 만일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길러짐[목牧]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천지는 본래 일정한 질서가 있으며, 해와 달은 본래 저절로 밝음이 있으며,
별들은 본래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으며, 금수는 본래 무리 지어 살고 있으며, 수목은 본래 대지 위에 서 있으니,
선생도 또한 본래 갖추어진 덕德에 따라 행동하고 도道를 따라 나아간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할 것인데
또 무엇 때문에 애써 인의仁義를 내걸고 마치 북을 두드리며 잃어버린 자식을 찾듯이 합니까? 아! 선생은 사람의 참다운 본성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 기호幾乎 : 기幾는 위태롭다는 뜻. 위危나 태殆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 우활迂闊하더 : 곧바르지 아니하고 에돌아서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도를 떠남이 이미 멀기 때문에 우활하다고 한 것이다.
☞ 무사언내사야無私焉乃私也 : 의도적으로 사심이 없기를 바라는데, 의도적인 것 자체가 바로 사심이다.
☞ 목호牧乎 : 牧은 길러 줌.
☞ 천지고유상의天地固有常矣 : 천하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길러 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천지 사이의 사물들이 모두 자연의 조화를 지니고 있는데 어찌 힘을 쓰는 것을 용납하겠는가. 다만 자연의 덕에 의지하고 자연의 도를 따라 움직이기를 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이미 지극한 경지이다.(林希逸)
☞ 방덕이행放德而行 : 방放은 의依(의지하다)의 뜻.
☞ 偈(게)는 여기서는 ‘걸’로 발음하며 ‘힘써’, ‘애써’의 뜻.
☞ 약격고이구망자언若擊鼓而求亡子焉 : 망자亡子는 길 잃은 사람. 큰 북을 치면서 도망친 자식을 찾는다. 이 때문에 북을 크게 칠수록 도망친 자식은 더욱 멀리 간다. 인의를 드러낼수록 도와의 어긋남은 더욱 멀어진다. 그 때문에 그것을 얻을 방법이 없다. 도망친 자식을 찾는다고 북을 치면서 쫓아다니면 북소리를 듣자마자 자식은 더 멀리 도망칠 텐데 무엇 때문에 이런 바보짓을 하느냐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