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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11 - 등떠밀려 다시 등판한 패전처리투수
1. 프롤로그
-유은재네 집 마당.
강아지가 뭔가 하고 있다. 장난감을 갖고 놀수도 있고. 해바라기를 할수도 있고. 자기꼬리를 쫓을수도 있고...
어쨋거나 강아지는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하다.
베란다 너머 거실에는 유은재와 박무열이 있다.
-유은재네 집 거실.
유은재 : (어쨌거나) ...왜 왔어여. 다신 보지 말자며?
박무열 : 지금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야.
유은재 : ...
박무열 : 너 종희 경호 좀 해야겠다.
유은재 : (잘못 들었나) 에?
박무열 : 네가 종희를 지켜야겠다고.
유은재 : (듣긴 들었지만).....
박무열 : 너도 봤잖아. 종희 지금 혼자두면 안돼. 어떻게 될지 몰라.
유은재 : (이 남자 잔인하다)...
박무열 : 나 때문에 종희가 잘못되면... (고개를 흔든다. 상상하기도 싫다)
유은재 : (속상하다) 왜... 하필 나예여?
박무열 : ...
유은재 : 경호원 많잖아여. 남자 경호원이 그러면 여자경호원도 많아여. 우리 케빈장에도...
박무열 : 아무리 많으면 뭐하냐? 내가 아는건 너 하난데. 너 밖에 믿을 수가 없는데.
유은재 : (강종희만 생각하는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우긴다) 넌 나도 지켰잖아. 죽도록 미워하는 나때문에 별짓 다했잖아.
유은재 : ...
박무열 : (설득한다) 나도 왠만하면 이런부탁안해. 근데 어떡하냐? 부탁좀 하자.
유은재 : ...
박무열 : 꼴통!!
유은재 : ...
박무열 : (진심이다) 유은재!!
유은재 : (차라리 울고 싶다. 박무열을 본다)...
1-2. 유은재의 집 마당 (낮)
유은재가 박무열을 배웅한다.
유은재 : (거절한뒤라 좀 그렇다) 미안해여. 나도 사정이 있어서..
박무열 : (가타부타 말없이 전화한다) 김실장. 나 못가.
(듣다가) 인성교육 못간다구. 지금 인성교육이 문제야. 사람이 저지경인데...
(듣다가) 벌금이든 뭐든 낼게. 내면 되잖아.
유은재 : (대화를 듣는다)...
박무열 : 감독이 뭐? 상황이 이런걸 나더러 어쩌라구. 암튼 난 못가니까 김실장이 알아서....
그때. 뭔가가 박무열 뒤통수를 때린다. 박무열 돌아본다.
유은재가 좀 전에 눈의부기를 내리느라 썻던 소고기등심을 던진거다.
유은재 : (짜증낸다) 아 진짜...
2. 타이틀
제 11회 ‘등떠밀려 다시 등판한 패전처리투수’
패전처리투수란 점수차가 커서 승패가 이미 결정나 이길수 없는 상황에서 내보내는 투수를 말한다.
3.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오수영이 죽을 끓이고 있다. 죽이 다 됐다. 불을 줄이고,
침실 문을 노크한다. 대꾸가 없다. 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연다.
4. 강종희의 집 침실 (낮)
오수영이 문득 멈춰선다.
강종희가 매트리스 위에 서서 벽에 그림을 그린다. 빨간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뭉개서...
벽에는 빨간 눈이 두개 그려져 있다. 고양이 눈이다.
립스틱으로 만든 한가지색. 아주 단순한 그림인데도 고양이 눈에는 공포와 분노, 의구심같은 복잡한 감정이 담겨져있다.
이런 재능이라니! 오수영은 어이없다.
강종희가 손을 늘어트린다.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고양이 눈엔 감정이 그득한데도 정작 그림을 그린 강종희 눈에는 감정이 없다. 이것이 울증상태의 강종희다.
오수영 : (조심스럽게) 종희야!
강종희 :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본능적으로 시선이 움직인다. 그러나 오수영을 보는 눈에 어떤 감정도 없다)
오수영 : (강종희팔을 조심스럽게 잡아 밖으로 인도한다) 종희야. 밥먹자.
강종희 : (시키는 대로 따라간다)...
5. 강종희 집 거실 (낮)
오수영이 강종희를 소파에 앉힌 다음 죽그릇을 가져온다.
강종희는 눈을 내리깐채 정물처럼 앉아있다. 긴 속눈썹 때문에 눈밑에 그늘이 진다.
오수영 : (숟가락을 쥐어주려한다) 조금이라도 먹자. (강종희 손가락에 묻은 립스틱자국을 본다. 휴지로 닦아준다)
(조근 조근 달랜다) 숨으면 안돼. 밖으로 나와. 싫어도 먹고 자꾸 얘기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강종희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오수영이 쥐어준대로 숟가락을 쥐고 있을뿐.
오수영이 인터폰 모니터를 본다. 유은재다.
(점프)
유은재가 목례하며 들어온다.
오수영 : (유은재를 맞이한다) 들어오세요. 무열씨한테 전화 받았어요.
유은재 : 예... (들어온다) 어때요?
오수영 : (직접 판단하라는 듯 강종희를 본다)...
유은재 : (완전히 달라진 강종희를 본다) 병원에는...
오수영 : 소용없어요. 몸이 아픈 게 아니기 때문에...
유은재 : 전에도 이런 적 있다고 그러던데...?
오수영 : 예...몇번... (어쩐지 씁쓸하다) 그때마다 좋은 그림을 그렸죠.
바로 옆에서 자기 얘기를 하는데도 강종희는 못듣는 것처럼 인형처럼 앉아있다.
찬란한 햇빛속에서 어이없게도 그런 강종희는 아름답다.
오수영 : 어떡하죠? 제가 수업이 있어서...
유은재 : 아. 예...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죠?
오수영 : 예...갑자기 사라지는 것만 조심하면... (핸드백을 챙겨든다. 강종희에게) 종희야. 나 간다. 또 올게.
강종희 :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유은재 : (오수영을 배웅한다)...
오수영 : 부탁해요.
유은재가 문을 닫고, 돌아선다. 강종희와 둘만 남았다.
강종희를 슬쩍 보고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는다. 오긴 왔지만 기꺼운 마음은 아니다.
6. 구단 주차장 (낮)
신인선수들과 문제를 일으킨 선수, 스탭 몇 명이 버스에 오른다.
박무열이 버스쪽으로 걸어가는데, 진동수가 여행가방을 메고 뛰어온다.
박무열 : 형도 가!!
진동수 : 너 날뛸까봐 감시하러 가는거야.
박무열 : 내가 뭘?
진동수 : 너 아침에도 안 간다고 한바탕 했다며?
박무열 : (사실이다) 그거야 뭐...
진동수 : 너 벌받으러 가는 거거든. 벌받는 자식 태도가 그게 뭐냐?
박무열 : (버스에 탄다) 상황이 그렇잖아.
진동수 : 그럼 상황이 맨날 너 좋을대로만 움직이냐?
7. 버스 (낮)
버스가 산길을 달린다. 선수들은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낮잠을 잔다.
진동수는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중이다.
박무열은 문자를 보낸다. 수신인 꼴통...‘별일없냐?’ 잠시후 답장 ‘에’ ‘종희는 괜찮냐?’ ‘에’
‘종희 지금 힘든 상태야. 나한테 하는것처럼 떽떽거리지 말고. 다정하게... 부탁한다’ 장문의 문자를 보내는데. 답이 없다.
버스가 절 주차장에 멈춘다.
안장훈 : 1시까지 강당에서 모입니다. 1십니다.
일행이 일어난다.
박무열. 유은재가 왜 답이 없나 핸드폰을 보다가 막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띵동 문자 수신음.
달랑 한마디 ‘에’
8.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죽은 이미 식었다. 강종희는 여전히 숟가락을 쥔채 소파에 앉아있고.
유은재는 ‘그러려면 그래라’ 힐긋볼 뿐. 핸드폰으로 게임중이다.
띵동. ‘점심 먹었냐?’
유은재 : (문자창 닫으며) 웬만큼 해라 좀. (게임하며 강종희에게) 배 안고파여?
강종희 : ...
유은재 : (게임에 집중하며 궁시렁댄다) 오줌도 안 마렵고 배도 안고프고. 난 아무리 속상해도 때 되면 배고프던데...
핸드폰이 다시 띵동 ‘종희 데리고 나가서 뭐 사먹어. 영수증 처리해줄게’
유은재 : (답장 생각 없다) 하긴 온실속 화초하고 들판의 잡초는 종자가 다르니까.
핸드폰이 다시 띵동 ‘꼴통. 무슨일 있냐? 대답해’
유은재.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후룩 넘긴다. 열 받는다.
다시 띵동 ‘야! 꼴통!!’
9. 절 강당 (낮)
낮은 조도. 졸린 명상음악. 명상의 시간이다.
스님과 선수들 몇 명이 가부좌를 틀고 명상중이다.
움직이는 거라고는 맨 뒤에서 카메라를 돌리는 홍보직원과 죽비를 들고 다니는 스님.
그리고 구석에 앉아 보일락말락 문자질중인 박무열뿐. ‘야. 꼴통 무슨일...’
묵음상태의 핸드폰 전화가 왔다고 화면이 번쩍인다. ‘꼴통’이다.
박무열 : (전화를 받는다. 속삭인다) 야 지금...
(유은재) : (박무열 말이 끝나기도전에 핸드폰을 뚫고 나오는 괴성) 야!!!!!!!!
가부좌중이던 스님이 꿈틀한다. 선수들이 일제히 돌아본다.
홍보직원의 카메라가 소리를 찾아 홱 돈다.
10. 강종희의집 거실 (낮)
유은재 : (핸드폰을 아예 마이크처럼 들고 소리지른다) 믿는다며? 이게 믿는거야? 그렇게 못믿겟으면 네가 와서 눌러앉어.
한번만 더 문자질해. 문 다 열어놓고 집에 갈거니까. 알았어? 끊어!!!!!!
강종희가 소리를 찾아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 : 망할자식. 숨도 못쉬게 띵동 땡동...연애는 지만 하나? (강종희와 눈이 마주친다) 뭐여?
강종희 : (유은재를 보다가 다시 외면한다)...
12. 절 식당 (낮)
점심 식사시간이다. 각자 먹을만큼의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는다.
박무열 옆에 진동수가 와 앉는다.
진동수 : 채식이 피부에 좋다는 게 맞나봐, 스님들 피부 진짜 좋지 않냐?
박무열 : 스님이 피부 좋아서 뭐해. 연애할 것도 아닌데.
스님이 자리에 앉자, ‘잘 먹겠습니다’ 합창하고 먹기 시작한다.
진동수 : (먹으며) 박무열, 내내 그 자린줄 알았더니 좀 컷다.
박무열 : (먹으며) 뭐가?
진동수 : 옛날 생각나서 그래. 어떻게 상황이 그때랑 똑같냐?
박무열 : 뭐가 똑같해...
진동수 : 대학때랑 똑같잖아. 그때도 종희가 교통사고 목격한 뒤에 갑자기 그렇게 된거 아냐? 그때두 너 합숙중이었구.
박무열 : (끝까지 우긴다) 그땐 종희가 더 심했지.
진동수 : 내가 못봤냐? 똑같했어.
박무열 : 뭐...지금은 꼴통도 있잖아.
진동수 : 은재씨 어지간히 믿는구나.
박무열 : (툴툴대듯) 믿을 수밖에 없잖아. 뭔일 생기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뭐...
진동수 : (힐긋 본다) 괜히 따라왔어. 박무열이 날뛰어줘야 재미가 있는데...
박무열 : (어쭈)..
13.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중국집 배달 청년이 돈을 받아서 돌아간다.
유은재가 짜장면 한그릇을 식탁으로 옮긴다. 강종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다.
유은재 : (나무젓가락을 비벼 랩을 뜯어내며) 좀 줘여?
강종희 : (들은 것 같지도 않다) ...
유은재 :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싫음 말구.
(일부러 소리내며 먹는다) 어. 맛있다. 이집 어디야? 면발 대박!! (다시 한번 후루룩 먹는다)...
14. 김태한의 사무실 (저녁)
김태한이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
고기자 : (들어오며) 뭐해?
김태한 : 용의자를 정리해보고 있었습니다.
고기자: (종이를 넘겨다본다) 용의자가 있어?
박무열. 유은재. 진동수. 진동수씨부인. 김태한. 아줌마.
고기자 : (어이없다) 이 사람들이 용의자야?
김태한 :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어제 강종희씨 고양이가 살해됐습니다.
고기자 : 강종희? 강종희 외국 있다 그러지 않았어? 미국인가? 영국인가?
김태한 : 몇일전에 귀국했습니다. 강종희씨가 귀국했다는걸 아는 사람은 몇 명 안됩니다.
그사람들한테도 귀국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구요.
더군다나 강종희씨가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정돕니다.
그런데도 범인은 강종희씨가 있는 곳에 나타나, 증거하나 남기지 않고 고양이를 죽였습니다.
고기자 : 동일범이라는 증거는? 사진이 나왔어?
김태한 : 고양이 눈이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고기자 : (종이를 가리킨다) 그런데 강종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이게 전부다.
김태한 :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는 그렇습니다.
고기자 : (종이를 본다. 농담한다) 이중에 누가 범인이라도 대박인데...
김태한 : 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 증거도 증인도 없습니다. 답답합니다.
고기자 : (종이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이름을 가리킨다) 난 이사람이 제일 의심스러운데.
김태한 : (본다. 김태한이라는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웃지 않는다) 왜요?
고기자 : 동기가 있잖아. 박무열의 뒤치닥꺼리에 신물이 난 구단 홍보실장. 박무열을 아예 매장시키기로 결심한다.
김태한 : 그게 목적이라면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만 알고있는 박무열선수에 대한 사생활을 언론에 흘리면 되는데...
고기자 : (수첩을 편다) 하나만 알려줘.
김태한 : ....
고기자 : (농담한거다. 수첩을 닫으며) 동기라면 딱 맞는 동기가 있는 사람이 있잖아.
김태한 : (본다)...
고기자 : 진동수!!
(인서트)
-산길... 진동수가 햇빛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본다.
일행이 내려오는 중이다. 박무열이 진동수에게 장난을 친다.
고기자 : 질투만큼 범행의 동기로 적당한게 없잖아.
15. 산중턱 주차장 (저녁)
산중턱의 주차장이라 경사가 져있다. 길에도 갓길주차가 되어 있다. 선수들이 버스에 탄다.
박무열이 갓길주차된 차 뒤에서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한다.
차한대가 박무열 앞에 멈추더니, 운전자가 급하게 뛰어내린다.
진동수가 좀 떨어진 곳에서 박무열을 보고 있다.
(고기자) : 중고등학교. 대학때까지 선수로서 진동수는 최고였어.
동기들 중 제일먼저 국가대표를 달았고 신인 야수중에서 최고계약금을 받았고.
박무열 : (유은재에게 쓴 문자...좀 늦을 것 같은데 저녁은...하다가 지운다) 망할 꼴통 연락도 못하게 해.
(고기자) : 그에 비해 박무열은 대학때까지 존재감도 없었지. 프로 지명도 간신히 받았잖아. 근데 지금은...
박무열을 보던 진동수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박무열이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드는 진동수를 본다. 뭐야?
진동수가 박무열을 덮친다.
갓길 주차된 차가 방금까지 박무열이 있던 곳을 쓸고지나가더니 자동차를 박고 멈춘다. 경보벨이 울린다.
아마도 너무 급해서 핸드브레이크 채우는걸 잊은 모양이다.
진동수 밑에 깔린 박무열 ‘뭐야’ 일어나는데. 진동수가 팔목을 잡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박무열 : (진동수에게 다가오며) 형!!
선수와 스탭들이 다가온다.
16. 김태한의 사무실 (저녁)
고기자 : 생각해봐. 김실장이 진동수라면, 박무열을 보는 진동수의 심정이 어떨까?
김태한과 고기자가 서로를 보다가 서로 어이없어한다.
고기자 : 어이없지?
김태한 : 예. 그런거 같습니다.
17. 강종희의 집 거실 (저녁)
강종희는 아침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유은재도 어지간하다.
죽은 그냥 테이블위에서 말라간다.
유은재는 강종희와 떨어진 곳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초인종소리에 놀라 깬다. 무안해서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는 반응 없다.
(점프)
아줌마가 죽그릇이 든 쟁반을 들고 있다. 유은재가 문을 잡아준다.
아줌마 : (들어온다) 무열이가 좀 가보라고 해서...
유은재 : 참 여러 사람 귀찮게 하네.
아줌마 : (강종희 보며) 뭣 좀 먹었어요?
유은재 : (고개를 흔든다)...
아줌마 : (식은 죽을 치워내고 방금 끓여온 죽을 앞에 놔준다) 좀 먹어봐요.
강종희 : ...
아줌마 : 이러다 쓰러지면 어쩔라구 그래?
강종희 : ...
유은재 : (강종희 하는 짓이 꼴보기 싫다) 그냥 두세요. 배고프면 먹겠죠.
아줌마 : (걱정스레 한숨을 쉰다)...참 큰일이네... 이따가라도 꼭 먹어요.
강종희 : ...
유은재 : (아줌마를 배웅한다)...
아줌마 : (유은재에게) 수고해요.
유은재 : 에... (문을 닫고 돌아선다. 강종희를 본다) 진짜 재수 없어서...
강종희 : ...
유은재 : (테이블 맞은편으로 강종희 앞에 선다) 댁 재수없다구.
강종희 : ...
유은재 : 아주 시위를 하세요. ‘나 슬퍼 죽겠습니다’ 팻말이라도 써줘?
이제까지 이러고 살았나 부지. 그럼 다들 벌벌... 이거줄까 저거줄까?
웃기지도 않어. 내동생같았으면 반쯤 죽었거든...
강종희 :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 : 옛날 나 고등학교때 댁하고 똑같은 애가 있었어요. 아침 조회때마다 픽픽 쓰러지는 애.
근데 걔 혼자있을땐 절대 안쓰러져. 왜? 오냐 오냐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강종희 : (표정이 생긴다)...
유은재 : 왜 기분 나뻐여? 사실이잖아. 혼자 있으면 이러고 있을거야? 아닐걸.
꾸역 꾸역 일어나서 밥도 먹고 똥도 싸고 그랫겠지.
강종희 : (유은재를 노려본다)...
유은재 : 세상에 댁만큼 안 불행한 사람이 있는 줄 알어? 훨씬더 힘들고 훨씬더 죽을거 같거든. 그래도 댁처럼 징징대지는 않어.
고양이가 죽어서 슬퍼? 그렇게 슬프면 따라 죽든가.
강종희 : (죽그릇을 집어던진다)
유은재가 손으로 죽그릇을 쳐낸다.
강종희가 잡히는대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던지려한다.
유은재가 강종희에게 달려들어 손목을 비틀어 쓰러트린다. 강종희는 유은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유은재 : (순식간에 강종희 얼굴을 바닥에 누른다) 힘으로 하자구? 얼마든지...
강종희 : 죽여버릴 거야.
유은재 : 죽여봐. 그전에 네가 굶어죽을걸.
강종희 : (몸부림친다)...
유은재 : (찍어누른 채로) 너 옛날에도 이랫다며? 너 때문에 박무열 야구도 못하고 그랬다며?
앞으로도 너 기분 나쁠때마다 계속 이럴 거 아냐?
강종희 : (반항을 그만둔다)...
유은재 : 너 때문에 다 망가졌잖아. 겨우 겨우 마음 잡았는데...
강종희 : (쓰러진채 움직이지 않는다)...
유은재 : 이럴거면 오지 말던가...... (속상하다) 왜 와갖고... (강종희를 놔준다)...
강종희 : (유은재가 놔줬는데도 바닥에 쓰러진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은재 : (바닥에 떨어진 죽을 치운다) 계속 이럴거면 돌아가여. 여러사람 힘들게 하지 말구.
강종희 : (일어나 앉아 유은재를 본다) 네가 뭔데?
유은재 : (강종희를 본다) ...경호원이다.
강종희와 유은재가 서로 노려본다.
18. 박무열의 집 거실 (밤)
박무열이 먼저 들어와 진동수가 들어오도록 문을 잡아준다. 진동수 왼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다.
두사람을 맞이하던 아줌마가 붕대를 발견한다.
아줌마 : 어쩌다가?
진동수 : 별거 아니에요. 좀 삐었어요.
박무열 : (미안하다) 형수한테 뭐라 그러냐?
진동수 : 사실대로 말해야지. 박무열을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박무열 : 내가 충분히 피할수 있는데 괜히 오버해 갖고...
진동수 : (발로 찬다) 생명의 은인한테 그게 할소리냐?
초인종 소리 들린다. 가까이 있던 박무열이 문을 열어준다. 김태한이다.
박무열 : 어쩐 일이야?
김태한 : (진동수에게) 다치셨다면서요?
진동수 : 박무열을 죽음에서 구해내다가...
박무열 : (말 끊으면서) 어떻게 됐어? 뭣 좀 알아냈어?
김태한 : (고개를 흔든다)...
박무열 : 경찰에선 뭐래?
아줌마 : (차를 끓인다)...
김태한 : 일반 스토커사건으로 처리할 것 같습니다.
박무열 : 그럼 계속 이러고 살아야 돼. 나야 그렇다쳐도 종희는 이렇게 오래 못가. 뭔가 방법이 있을거 아냐.
김태한 : 지금 서윤이를 감시중입니다.
박무열 : 서윤이?
19. 도서관 (밤)
서윤이가 공부중이다.
구석...안경을 끼고 머리를 묶은 여학생이 서윤이를 감시하고 있다. 그 여학생은 나름 변장한 김동아다.
20. 박무열의 집 거실 (밤)
김태한 : 서윤이가 강종희씨에 대해 알고 있는게 석연치 않습니다.
박무열 : 그래. 나도 그게 이상하긴 하지....
아줌마 : (차를 가져온다)...
김태한 : (고맙다고 목례하며) 미진씨가 그런것처럼 서윤이도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추측할수 있습니다.
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인서트)
꽃뱀 미진이 눈이 뽕뽕 뚫린 사진을 본다.
진동수 : 그 사람이 아직도 서윤이 주변에 있을까?
김태한 : 범인은 서윤이를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사라지거나 관계를 끊는다면 그게 오히려 눈에 띄는 인물일겁니다.
진동수 : (고개를 끄덕인다)..
박무열 : 그자식한테 돈을 주면 어때? 그자식 돈 좋아하잖아.
김태한 : 그건 좀더 지켜본 다음에 결정하죠...
박무열 : 빨리 빨리 해결보자. 좀...
아줌마 : (싱크대의 물기를 닦는다)...
김태한 : (일어선다) 그럼 전 이만...
진동수 : 나도 그만 가볼게.
아줌마 : (배웅겸 찻잔을 치우러 나온다)...
21. 엘레베이터앞 (밤)
박무열이 김태한과 진동수를 배웅한다.
박무열 : 형수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진동수 : (손목 가리키며) 두고 두고 우려먹을 거야.
박무열 : 됏네요.
진동수와 김태한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박무열 : 들어가.. (인사한다음 올라가는 버튼을 누른다)...
22. 박무열의 집 거실 (밤)
아줌마가 찻잔을 헹군다. 다 헹구고도 수돗물을 잠그지 않는다.
아줌마가 마침내 수돗물을 잠근다. 앞치마를 푼다.
23. 강종희의 집 거실 (밤)
유은재가 다시 데운 죽 냄비에서 죽을 푼다.
강종희 앞에 놔준다. 죽그릇을 놀때 탕 소리가 난다.
유은재 : 먹든지 말든지... 여기까지가 내 일이니까.
강종희 : (오기가 생긴다. 유은재를 노려보며 죽을 퍼먹는다)...
유은재 : (노려볼테면 봐라 마주본다)...
초인종이 울린다.
(점프)
박무열 들어온다.
박무열 : (들어오며 바로 옆에 있는 유은재에게) 종희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다가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 : (박무열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죽을 먹고 있다)...
박무열 : (놀랬다) 어떻게 된 거야?
유은재 : (보시다시피) 그러게 애를 오냐오냐 키우면 안된대니까....
강종희 : (숟가락을 유은재에게 집어던진다)...
유은재 : (몸에 맞는다)...
박무열 : 종희야!!
강종희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이 부서져라 닫힌다.
박무열 : (미안하다) 괜찮냐?
유은재 : (같지도 않다. 웃음이 난다)...
박무열 : (미안해서 손바닥으로 닦아준다) 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너도 알지.
유은재 : (박무열 손을 밀어낸다) 됐어여.
박무열 : (감탄한다) 꼴통, 다시 봤다.
유은재 : (뭘?)...
박무열 : 너 잘 참는다.
유은재 : (아까 일이 마음에 걸린다) 나도 뭐... 한 짓이 있으니까...
박무열 : 어? 뭘 어떻게 했는데?
유은재 : 나중에 댁 여자친구한테 들어여.
박무열 : (여자친구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 뭘 어떻게 했는데...?
24. 강종희 침실 (밤)
강종희가 침대에 누워 대화를 듣는다.
(박무열) : 설마 때렸냐?
25. 강종희 집 거실 (밤)
박무열 : 때린건 아니지....
유은재 : (딴데본다)...
박무열 : 때렸냐? 걔 때릴때가 어딨다구...?
유은재 : (버럭) 안때렸어여..... (슬쩍) 눌렀지...
박무열 : (뭐야) 왜 눌러? 가뜩이나 맘 상해 있는 애를....
유은재 : ...
박무열 : (기분나쁘다) 이건 진짜 힘만 쎄갖고...왜 눌렀는데?
유은재 : (잘한건 아니라서 우물쭈물) 어쩌다 보니까.... (하다가) 지금 따지는 거예여?
박무열 : (앗차) 따지는 게 아니라...
유은재 : 자꾸 이러면 경호 안하는 수가 있어.
박무열 : (저자세) 야...왜 또 그래? 네가 안도와주면 난 어떡하라구. 저녁 먹었냐? 뭐 시켜줄까? 뭐 먹을래?
유은재 : (권력은 내가 쥐고 있다. 스윽본다)...
26. 도서관 (밤)
김동아, 자기목적도 잊고, 책을 읽는 중이다. 별에 관한 책이다.
문득, 서윤이가 생각난다. 서윤이 있던 곳을 본다. 비어있다.
벌떡 일어나는데. 바로 옆에서...
서윤이 : 동아씨?
김동아 : (본다)...
서윤이 : 여기 왠일이예요?
김동아 : (어쩔까하다가 책을 들어 보인다)...
서윤이 : (책 제목 보며) 별에 관심 있어요?
김동아 : (뭐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에....
27. 도서관앞 (밤)
서윤이과 김동아가 나온다.
서윤이 : 쉬는 날 책보러 온거예요.
김동아 : 예...
서윤이 : 긴가민가 해서 보구있는데 정말 열심히 읽대요.
김동아 : (눈치본다) 그래요.
서윤이 : 영화보자는건 거절당하고 우연이 만났네요.
김동아 : (찔린다) 거절한게 아니구...제가 부끄럼쟁이라서...
서윤이 : 내가 싫은게 아니구요?
김동아 : 싫기는요.
서윤이 : (김동아를 본다) 그럼...지금부터 데이트할래요?
김동아 : (기회긴 한데) ....!!
(박무열) : 김동아?
28. 강종희의 집 거실 (밤)
박무열과 유은재가 롯데리아에서 배달온 저녁을 먹고 있다.
유은재 : (부지런히 먹으며) 에. 동아가 서윤이 뒷조사하고 있어여. 바에 취직까지 하고 탐정놀이에 푹 빠졌져. 거기 물 좀...
박무열 : (물주며) 네 친구 참 이상하다. 그 사람 정체가 뭐냐?
유은재 : 이상한걸로 따지면 댁의 여자친구만 해여.
박무열 : 종희? 종희는 예술적인 어떤 ...그런거구.
유은재 : 그런거 뭐? 예술적인 지랄?
박무열 : (젓가락 딱 놓으며) 지랄이 뭐냐? 지랄이...무식하게.
유은재 : (어쭈) 그럼 많이 배운 경호원으로 바꾸든가..
박무열 : (참는다....멀리있는거 앞에 놔주며) 샐러드 먹을래?
유은재 : (권력을 누린다) ...
박무열 : (진짜 하고싶은 말이다) 네 친구 조심하라 그래.
유은재 : (본다)...
박무열 : 내가 그놈하고 부딪쳐봐서 아는데, 보통 놈이 아니야.
29. 달동네 골목 (밤)
서윤이와 김동아가 걸어온다. 철거지역이라 빈집이 많다.
서윤이 : 아마 서울시내에서 별이 가장 잘보이는델거예요.
김동아 : 이동네 오래 살았어요?
서윤이 : 태어나면서부터 쭈욱...
김동아 : 그런 거 했어요? 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서윤이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픽 웃는다)...
서윤이가 빈집으로 들어간다. 김동아가 멈칫한다.
서윤이 : 여기 옥상에서 보면 하늘의 별이랑 서울시내 불빛이랑 하나로 보여요. (착한 미소를 짓는다)...
김동아 : (따라들어간다)...
30. 옥상 (밤)
빈집 옥상. 김동아가 먼저 올라오고, 뒤따라 서윤이가 올라온다.
서윤이 말은 거짓은 아니다. 별과 서울시내 불빛이 한눈에 보인다.
서윤이 : 내말이 맞죠?
김동아 : (고개를 끄덕인다)...
서윤이 : 어렸을 때 여기서 저 불빛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저집은 따뜻하겠지. 저집 아이는 행복하겠지.
김동아 : (본다)...
서윤이 : (착한 얼굴로) 할수만 있다면 저 불들을 하나하나 꺼트리고 싶다.
김동아 : (서윤이를 본다 그제야. 앗차 너무왔구나 싶지만...눈치 못챈척 한다)...
서윤이 : 별 얘긴 그만하고, 우리 얘기를 해볼까요?
김동아 : (아무렇지 않은척 계단쪽으로 향한다) 좋아요. 추운데 내려가서 얘기하죠?
서윤이 : (계단을 막아선다) ..요 며칠 계속 날 쫓아다니던데 왜 그래요?
김동아 : (일단 웃는다. 어디서 들켰을까)...
서윤이 : 카페에 온것도 우연이 아니죠? 동아씨 정체가 뭐예요?
김동아 : (결심한다) 이런 얘기 믿어줄지 모르지만.. (눈치 본다) 텔레비전에서 처음보고 반했어요.
서윤이 : (김동아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김동아 : (진실이라는 듯 서윤이 눈을 피하지 않는다)... 병원에 초콜릿도 보내고, 편지도 보냈는데...연락이 없어서...
서윤이 : (슬며시 미소짓는다) 진짜 내가 좋아서 쫓아다닌 거예요?
김동아 :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미안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미안합니다.
(서윤이 옆을 지나쳐 내려가려한다)
서윤이 : (갑자기 김동아 손을 잡아 벽에 밀어붙인다) 나도 동아씨가 싫지 않아요.
김동아 : (이게 아닌데) 예?
서윤이 : 들었으면서... (손바닥으로 김동아 볼을 쓰다듬다가 턱을 잡는다)
김동아 : (서윤이 얼굴이 다가오자 결국 소리를 지른다)...
서윤이 : (입을 틀어막는다. 픽 웃는다) 이 주변은 다 빈집이거든요. 이 시간에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 없어요.
여기 쓰러져 있어도 언제 발견될지 아무도 몰라요.
김동아 : (그말이 사실인 것 같다)...
서윤이 : 다시 물을게요. 드리머즈 김태한 실장이랑 어떤 사이예요?
김동아 : ...
서윤이 : 나에 대해 뭘 조사하는 거죠?
김동아 : ..
서윤이 : (김동아의 배를 가격한다)...
31. 김태한의 방 (밤)
연필이 뚝부러진다. 김태한이 사건에 대해 추리하느라 사건을 개괄하는데 연필이 부러진 것이다.
불길한가? 부러진 연필심을 보다가 종이째 들어 쓰레기통에 미끄러트린다. 칼로 연필을 깍는다.
32. 옥상 (밤)
서윤이에게 맞은 김동아가 소리도 못지르고 주저앉는다.
서윤이 : (쭈그리고 앉아 김동아를 보며) 난 누군가의 불빛을 끄는 걸 좋아해요. 그것이 희망이든, 생명이든. 알아들어요?
김동아 : (고통 때문에 대답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서윤이 : 좋아요. 날 따라다니는 이유가 뭐예요?
김동아 : (고통에 헉헉대며) ....사진...눈이 뽕뽕 뚫린 사진...그걸 보낸사람을.. 찾고 있어요.
서윤이 : 왜요?
33. 골목 (밤)
서윤이 말대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로등 빼고는 불빛도 없는 곳.
34. 옥상 (밤)
서윤이 : (빨리 이해한다) 박무열과 나를 잇는 누군가가 범인이다?
김동아 : (겨우 고통을 추스릴 정도가 된다)...
서윤이 : (잠깐 생각해본다) 나와 박무열의 연결지점이라...
김동아가 순식간에 서윤이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간다. 김동아가 '도와주세요‘ 소리를 지른다.
서윤이가 그 뒤를 쫓는다. 계단 말미에서 김동아가 잡힌다.
김동아가 비명을 지르며 남은 계단에서 넘어지듯 구른다.
서윤이가 김동아를 잡아 일으키려는 순간. 날카로운 경보벨 소리가 들린다.
서윤이가 당황한다. 김동아를 팽개치고, 달아난다.
35. 골목밖 (밤)
서윤이가 뛰쳐나온다. 한쪽으로 뛰어간다.
담벽에 붙어있던 누군가가 경보벨을 들고 서윤이를 바라본다. 경보벨 소리에도 달려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누군가’가 골목 안쪽으로 향한다.
36. 막다른 골목 (밤)
경보벨 소리는 더 시끄러워진다.
어느집에서 김동아가 다리를 절며 나온다. 누군가가 얼른 경보벨을 끄고 김동아를 부축한다.
(누군가) : 괜찮아요?
김동아 : (쳐다본다)....
누군가가 목도리를 내린다. 그 사람은?????? 박무열이 이모라고 부르는 아줌마다.
그러나 두사람 다 서로를 모른다.
확인해둘게 있는데 김동아는 나름 변장상태라 안경을 끼고 있다.
아줌마 : (김동아를 부축하며) 어쩌다가 이런데서...
37. 슈퍼앞 (밤)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곳이다. 아줌마가 김동아를 부축해 슈퍼 앞으로 온다.
아줌마 : 큰일날뻔 했어요...얼마나 놀랬을까?
김동아 : (그렇게 놀란 것 같지는 않다) 고맙습니다.
아줌마 : (적극적이진 않다) 범인 봤어요? 경찰에 연락을...
김동아 : (잠깐 생각한다) 아뇨...경찰은...
아줌마 : (슈퍼앞 의자에 김동아를 앉힌다) 하긴...신고해봤자 소문만 나고... 누가 데릴러 와야할텐데...연락할 사람 있어요?
38. 김태한의 방 (밤)
김태한이 냉장고에서 물을 마시려는데,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다.
김태한 : (전화받는다) 여보세요. (듣다가) 동아씨?
39. 슈퍼앞 (밤)
김동아 : 예. 김동안데요. 저 죄송한데...저 좀 데릴러 와주실수 있나요? (겸연쩍은 웃음을 띤다) 그게 제가 좀 다쳐서....
(듣다가) 여기요? (둘러본다. 슈퍼에 붙어있는 주소를 발견한다)...
40. 주차장 (밤)
김태한이 옷도 미처 못 입고 뛰어나온다. 차에 올라탄다.
김태한의 차가 급하게 출발한다.
41. 슈퍼앞 (밤)
김동아가 아줌마에게 전화기를 돌려준다.
김동아 : 고맙습니다.
아줌마 : (김동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놀랬을텐데...괜찮아요?
김동아 : (놀랬다기보다는 쑥쓰러워한다) 예... 뭐..
아줌마 : (갸우뚱한다. 일단) 저...내가 일이 있어서 가봐야 되는데...
김동아 : 정말 고맙습니다. 성함이랑 연락처 주시면 나중에 따로 찾아 뵙고..
아줌마 : 그건 됐구요. 진짜 괜찮아요?
김동아 : 예. 괜찮아요.
아줌마 : (참 당찬 아가씨구나) 그럼 조심해요. (자리를 뜬다)...
김동아 : 고맙습니다.
김동아, 아줌마가 사라지는 거 보고 절뚝거리며 슈퍼로 들어간다.
슈퍼 유리창을 통해 김동아가 온장고에서 두유를 꺼내는게 보인다.
42. 서윤이의 집 앞 (밤)
서윤이가 주변을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할머니) : 윤이냐? 저녁은?
(서윤이) : 됏어요.
잠시후, 아줌마가 다가온다. 주변을 둘러보고 반지하 문을 노크한다.
(할머니) : 누구요?
아줌마 : 할머니. 양선희예요.
할머니 : (문을 연다) 아이고...추운데 들어와요. 들어와.
43. 서윤이의 집 할머니방겸 거실 (밤)
할머니가 아줌마를 맞아들여 앉으라고 권한다.
아줌마 : (닫힌 방문을 보며) 손자분은?
할머니 : (목소리를 낮추며) 좀전에...뭔 일인지 문 꽝닫고 들어갔어.
아줌마 : 할머니 부탁이 있는데...
할머니 : 나한테?
아줌마 : 혹시 누가 나 아냐고 그러면 모른다고 좀 해주세요.
할머니 : (이상하게 생각한다)..
아줌마 : 그냥 좀 귀찮은 일이 생겨서요...손자분은 나에 대해 잘 모르죠?
할머니 : 걔가 어떻게 알어. 알 리가 없지.
아줌마 : (그럼 됐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방에서 영양제같은 걸 꺼낸다) 이거.... 관절에 좋다고 해서...
할머니 : 뭘 이런걸...
44. 강종희의 집 거실 (밤)
박무열 유은재는 배부르고 느긋해졌다. 느긋하게 앉아있다.
박무열 : (생각해본다) 김실장은 범인이 자꾸 내 가까운 사람이라는데...
야. 꼴통. 네 가까운 사람 중에 널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 같냐?
유은재 : (본다) 에...
박무열 : 미리 말해두는데 난 너랑 가까운 사이 아니다.
유은재 : (간단히) 그럼 없어여.
박무열 : (입으로 욕한다)...
유은재 : 안가여.
박무열 : 어?
유은재 : 산도 올라갔다와서 피곤할텐데 가여. 나도 자게.
박무열 : 오늘은 내가 있을게.
유은재 : 에?
박무열 : 종희. 자다 깨다 할 텐데...내가 있을게.
유은재 : (다른 여자한테는 참 다정하구나... 일어난다) 경호비는 24시간 계산이예여.
박무열 : (배웅한다) 내일보자.
유은재 : (신발신느라 대답없다)...
박무열 : 내일 올거지?
유은재 : 알았어여. 거참... (나간다)...
박무열 : (문 닫으며) 저 꼴통....
종희 방문을 열어본다. 종희는 잠들어 있다. 조용히 닫아준다.
45. 강종희 집 앞 복도 (밤)
유은재가 잠깐 문 앞에 서있다. 예상은 했지만 박무열이 다른 여자를 지켜보는걸 봐야하는건 쓰라리다.
46. 김태한의 차 (밤)
김태한의 차가 골목으로 향한다. 저 앞 슈퍼가 보인다. 조급하다. 슈퍼 건너편에 차를 세운다.
47. 슈퍼앞 (밤)
김태한이 차에서 나온다. 어쩌면 처음으로 양복을 입지 않았을수도 있다. 처음으로 조금 흩으러진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슈퍼안, 주인 아줌마와 수다를 떨던 김동아가 김태한의 차를 발견하고 밖으로 나온다.
김태한 : (마주온다. 걱정했다) 무슨 일입니까?
김동아 : (흥분했다) 나 죽을뻔한거 있죠.
48. 김태한의 차 (밤)
김동아 : (모험담을 이야기하듯 떠든다. 어찌보면 신난것같다) 나를 옥상으로 데려가더니 왜 자길 쫓아다니냐는거예요.
그래서그랬죠. 전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쫓아다녔다. 속는거 같더라구요. 나도 속인줄 알았지.
근데 이자식이 입술을 들이대는데.
김태한 : (이야기를 들을수록 표정이 굳어진다. 핸들을 움켜쥔 손마디가 하애진다)..
김동아 : 갈등했죠. 아무리 연기라지만 키스씬까진 좀... 결국 소리를 빽 질렀더니 주먹이 들어오는 거예요.
나 진짜 처음 맞아봤거든요. 은재랑 장난치다가 발에 맞은거 말고...숨이 탁 막히는데...
김태한 : ...
김동아 : (점점 말이 빨라진다) 그때부터 완전 변해갖고...김태한이랑 어떤관계냐? 그러는데
아무리 나래도 머리가 돌아가야 말이죠. 그래서 왜 쫒아다닌건지 말햇어요. (김태한 눈치를 흘깃 본다)
김태한이 급 브레이크를 밟는다. 김동아 몸이 앞으로 깊숙이 쏠렸다가 돌아온다.
집 앞에 도착했다.
김동아 : 화났어요?
김태한 : ...
김동아 : (오해하고) 죄송해요. 끝까지 말 안 할려고 했는데...
김태한 : (낮은 소리로 묻는다) 내가 그것땜에 화난 것 같습니까?
김동아 : 예?
김태한 : (낮은소리로 묻는다) 동아씨는 지금 이 상황이 재밌습니까?
김동아 : (어리둥절하다)...
김태한 : (말할수록 화가난다) 그 자식한테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르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난 생각만해도 화가나서 어쩔줄을 모르겠는데 동아씨는 신납니까? 모험이라도 한 것 같습니까?
동아씨한테는 모든것이 다 장난입니까? 도대체 현실감이란게 있습니까? 없습니까?
김동아 : (멀뚱 쳐다본다) 저기... 정말 화났어요?
김태한 : 예 화났습니다. 내가 화난 것도 재밌습니까?
김동아 : (긁적이며 얼핏 웃는다 무안한 웃음이다)...
김태한 :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차에서 내린다)
49. 유은재의 집앞 (밤)
김태한이 조수석 문을 연다.
김태한 : 내려요!
김동아 : (내린다) 저기...
김태한은 김동아를 무시한다. 문이 부서져라 닫고, 차를 타고 가버린다.
김동아가 차를 물끄러미 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50. 유은재의 마당 (밤)
은재아빠가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있다.
김동아가 들어온다.
김동아 : (목소리만으로는 평소와 같다) 다녀왔습니다.
은재아빠 : 일찍 일찍 좀 다녀라.
김동아 : 예...은재 있어요?
51. 은재방 (밤)
은재가 막 옷을 갈아입는다. 소리가 먼저 들린다.
(김동아) : (들어온다) 은재야!!
유은재 : (침대에 눕는다) 왜?
김동아 : 벌써 자?
유은재 : 응. 나가면서 불좀 꺼라.
김동아 : (불끄고 은재 뒤에 비집고 들어가 눕는다) 왜 벌써 자?
유은재 : 어제 한숨도 못 잤어.
김동아 : 은재야. 나 굉장한 걸 알아냈어.
유은재 : ...
김동아 : 로봇도 화를 내더라.
유은재 : 김실장하고 싸웠어?
김동아 : 싸운게 아니라 화를 냈다니까.
유은재 : 새해벽두부터 소원 성취했네. 너 김실장 화내는거 보고싶다며.
김동아 : (전혀 신나지 않은 목소리로) 응. 소원성취야.
잠시후 말이 없다.
김동아 : 은재야. 내가 많이 이상해?
유은재 : (못들은 것처럼 있다가 돌아눕는다. 다정해졌다) 무슨 일인데...
52. 강종희의 집 거실 (밤)
박무열이 손목운동중이다.
갑자기 침실 문이 벌컥 열린다. 나쁜 꿈을 꾼건지. 강종희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박무열 :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꿈꿨어?
강종희 : (숨을 몰아쉬다)...
박무열 : (강종희 어깨를 잡고 침실로 데려간다) 나 여기있으니까 걱정하지마. 들어가 자...응...
52-3. 강종희 침실 (밤)
강종희가 다시 침대에 눕는다. 박무열이 이불을 덮어준다. (f.o)
53. 강종희의 집 침실 (아침)
강종희가 눈을 뜬다. 천장을 본다.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이다. 거실로 나간다.
54. 강종희의 집 거실 (아침)
박무열이 소파에 잠들어 있다.
강종희가 테이블에 앉아 잠든 박무열을 본다. 강종희는 미안하고 슬프다. 박무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박무열 : (잠에서 깬다. 잠이 확깬다) 왜? 종희야!!
강종희 : (박무열 어깨에 이마를 댄다) ...
박무열 : (강종희 머리를 쓰다듬는다)...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박무열이 움직이기 전에, 유은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유은재 : 차가 막혀서 조금... (하다가 박무열과 강종희를 본다. 슬쩍 외면한다)...
박무열 : (부드럽게) 종희야!!
강종희 : (박무열에게서 떨어져 창가 소파에 가 앉는다)..,
박무열이 일어난다. 박무열 목에 걸린 하나 남은 반지가 흔들린다.
박무열 : (나가며) 이모한테 말해놓을 테니까 종희 데리고 와서 밥먹어.
유은재 : (배웅한다) 에...
유은재가 문을 닫고 돌아선다. 강종희는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있다.
유은재 : (어제와 같은 전투력이 생기진 않는다) 오늘도 그럼 버티기 해봅시다.
55.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박무열이 들어온다. 아줌마가 맞이한다.
아줌마 : 잠 못잔 얼굴이네.
박무열 : 응. 종희가 밤새 자다 깨다 해서...
박무열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줌마가 박무열이 들어간 방을 슬쩍 본다.
56. 노숙자 무료급식소 (낮)
박무열의 오늘 사회봉사는 노숙자들에게 밥퍼주기다. 케빈장이 경호를 나왔다.
박무열이 앞치마를 두르면서 한쪽을 본다. 김태한이 안장훈을 혼내고 있다.
김태한 : 이일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시간 체크같은 기본적인것도 안됩니까?
안장훈 : 저기...
김태한 : 그래도 할말 있습니까?
안장훈 : 그건 내일 스케줄인데...
김태한 : (일정표를 확인한다. 그렇다 이런...) 미리 확인하면 좋잖습니까? (돌아선다)...
안장훈 : (갸우뚱한다)...
박무열 : (스윽 오며) 김실장 왜저래?
안장훈 :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계속...
박무열 : 에러났나...
(소리) : 급식 시작합니다.
박무열이 다른 사회봉사자들과 함께 밥을 푼다.
57.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아줌마가 밥을 푼다. 식탁에는 유은재와 강종희가 앉아있다.
아줌마 : 많이 먹어요.
유은재 : 잘먹겠습니다.
강종희 : (물끄러미 밥상을 보고 있다가 유은재와 눈이 마주치자 숟가락을 든다)...
유은재 : (일부러) 무리할 거 없어요.
강종희 : 상관 말아요.
유은재 : (그러시든가. 열심히 먹는다)...
강종희 : (입맛도 없는데 억지로 먹는다)...
아줌마가 국을 푼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인데 묘하게 긴장감이 생긴다.
아줌마가 유은재와 강종희에게 국을 준다.
유은재가 강종희를 흘깃 보며 국을 먹는다. 강종희도 지지 않는다.
유은재와 강종희의 묘한 신경전과는 상관없이 아줌마는 강종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동경과 질투다.
문득 유은재와 눈이 마주친다.
아줌마 :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밥 더 줄까요?
유은재 : 예!! (도발하듯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 : ...
58. 강종희의 집 거실 (낮)
토하는 소리 들린다. 유은재가 화장실 문을 본다.
물 내리는 소리. 잠시후, 강종희가 나온다. 핼쓱해졌다.
유은재 : (좀 안됐다) 그러게 왠만치 먹으래니까..
강종희 : (무시하고 겉옷을 걸친다)...
유은재 : (가소롭다) 나한테 먹는 걸로 덤비면 뭐...
강종희 : (밖으로 나간다)...
유은재 : (쫓아가며) 어디가여?
59. 화방 (낮)
강종희가 그림 도구를 이것저것 많이 산다. 유은재가 가게 입구에 서서 경호중이다.
강종희가 배달 주소를 적어준다.
60. 공원 근처 도로 (저녁)
강종희와 유은재가 걸어온다. 유은재는 그저 강종희 뒤를 쫓아갈 뿐이다.
강종희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
(*강종희 고양이와 닮지 않았다. 그저 더러운 고양이일뿐이다)
강종희가 고양이를 따라간다.
유은재는 강종희가 고양이 뒤를 쫓는 걸 모른다.
60. 공원 (저녁)
강종희가 고양이 뒤를 쫓아 걸어온다. 고양이가 풀쩍 풀담을 넘는다.
강종희가 반대쪽으로 가본다. 유은재가 쫓아간다.
유은재 : (궁시렁댄다) 어딜가는 건데?
61. 공원 (저녁)
고양이가 없다. 강종희가 주변을 둘러본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강종희는 길을 잃은 것 같다. 그대로 멈춰선다.
유은재 : (다가오며) 왜여?
강종희 : (눈이 멍하다)...
유은재 : (강종희 팔을 잡는다) 이봐여?
강종희 : (유은재를 본다.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가 어디지?)...
유은재 : (강종희를 건드린다) 괜찮아여.
강종희 : (유은재 팔을 뿌리치고 돌아선다)..
유은재 : (한숨쉬며 쫓아간다)...
62. 김동아의 집 거실 (저녁)
전화벨이 울린다. 잠시후 방에서 김동아가 기어나온다. 몹시 아프다. 몸살감기가 걸렸다.
기다시피 전화기를 잡으려는 순간, 끊어졌다. 간신히 나왔는데...
김동아가 할수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아프다.
63. 홍보실 (저녁)
김태한이 핸드폰을 바라본다. 김동아는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
64. 박무열의 집 거실 (밤)
박무열이 들어온다. 텔레비전을 보던 아줌마가 tv를 끄고 일어난다.
아줌마 : 고생했지? 저녁은?
박무열 : 먹어야는데 숟가락 들 힘도 없어.
아줌마 : (웃으며 주방쪽으로 간다) ...몇시간 남았어?
박무열 : 사회봉사? 오늘로 끝냈지. (꼴통에게 전화를 건다)
65. 공원 (밤)
강종희와 유은재가 공원을 빠져 나간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 없다..
유은재 핸드폰이 울린다. 유은재가 전화를 받는 동안 강종희는 앞으로 나간다.
좁은 길을 막다시피 고등학생들 대여섯명이 자기들끼리 키득대며 걸어온다.
유은재 : (눈으로 강종희를 쫓으며. 전화받는다. 색골양아치다) 에... 지금 들어가는 중이예여.
강종희는 길은 막은 학생들 사이를 뚫고 가다가 여학생과 어깨가 부딪친다.
여학생 : (짜증낸다) 뭐야?
남학생 : 아줌마 뭐야?
유은재 : (급하다) 끊어여. (아이들에게 가며) 어이 거기 잠깐만...
66. 박무열의 집 거실 (밤)
박무열이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본다.
박무열 : (궁시렁댄다) 갈수록 꼴통...
67. 공원 (밤)
유은재가 불량학생들과 강종희 사이에 끼어든다.
유은재 : (둘 사이에 끼어들며) 사소한 일로 열내지 맙시다. 에? 우린 이쪽으로 가고. 그쪽은 그쪽으로 가고...에? 됏지?
(강종희 밀고 가며 낮은소리로) 일 만들지 말아여.
강종희 : (몇걸음 걷는데)...
여학생 : 그냥가여?
유은재 : (강종희를 자기 뒤에 숨기며) 왜 그래? 별거 아닌거 같고.
남학생 : (강종희 뒤를 막는다) ...부딪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여학생 : 나 어깨 나간거 같해.
여학생2 : (낄낄 웃는다)...
유은재 : (일만들고 싶지 않다 시원하게) 미안해. 됐지.
여학생 : 아줌마 말고 저 아줌마.
남학생 : 내 친구 어깨 나갔을지 모르니까 사과하고. 병원가게 돈 좀 주고... (남핵상이 강종희의 가방을 잡으려한다)
별 표정없던 강종희가 남학생의 얼굴을 향해 순식간에 가방을 휘두른다.
68. 박무열의 집 거실 (밤)
국이 끓는다. 아줌마가 국을 푸며 어젯밤의 일을 생각한다.
(인서트)
서윤이의 집...자기가 할머니와 얘기중인데 서윤이가 방앞을 지나가며 슬쩍 쳐다본다. 그 눈빛이 심상찮다.
박무열 : (방에서 옷 갈아 입고 나온다. 아줌마 어깨너머로 들여다본다) 무슨 국이야?
아줌마가 국그릇을 떨어트린다. 아줌마 발에 떨어진다.
박무열 : 이모!!
박무열이 재빠르게 아줌마 발에서 양말을 벗긴다. 발이 빨갛게 됐다.
박무열이 재빨리 수건을 물에 적셔 발을 감싼다. 아줌마는 발을 맡긴채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이 수건으로 아줌마 발을 감싸놓고 얼음을 가질러 간다.
69. 공원 (밤)
여학생들이 강종희에게 달려든다. ‘이런 미친게,...’
강종희는 달려드는 여학생들을 본다. 여학생이 막 강종희의 머리카락을 쥐려는 순간.
강종희 뒤에서 날라온 손이 여학생의 손목을 잡아 비튼다.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유은재가 강종희를 잡아 자기 뒤에 감춘다.
유은재 : (눈으로는 놈들을 경계하며) 아가씨야... 이맘때 애들이 젤 무섭다는것도 모르냐. 셋하면 뛰는 거야.
남학생들이 달려든다.
유은재 : (제일 앞에 있는 놈의안면을 강타한다) 하나. (한놈의 다리를 후린다) 둘. (놈들을 칠 것처럼 위협하자 길이 난다) 셋!!
유은재가 강종희 손을 잡고 달린다.
70. 지하 주차장 (밤)
아줌마를 부축해 박무열이 나온다. 아줌마는 살짝 절룩일 뿐이다.
박무열이 아줌마를 차에 태운다.
71. 박무열의 차안 (밤)
아줌마 : (차에 타는 박무열 보며) 괜찮다니까...
박무열 : (시동건다) 이모가 아프면 내가 큰일이니까 그렇지. 벨트 매.
아줌마 : (고맙고도 흐뭇하다. 벨트맨다)...
박무열 : (차를 출발시킨다)...
72. 공원 (밤)
유은재와 강종희가 달린다. 강종희는 유은재 속도를 못 따라간다. 넘어진다. 하얀옷이 흙투성이가 된다.
할 수 없다. 유은재가 강종희를 일으켜 뒤에 세운다. 움직이기 편하도록 겉옷을 벗는다.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다가온다.
유은재 : (강종희에게) 내가 막을테니까 도망가요. 그건 할수 있죠.
강종희 : (별 긴장감없다) 유은재는 어떡할 건데?
유은재 : 댁만 없으면 난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어요.
강종희 : (끄덕인다)...
유은재가 놈들을 막는 사이. 강종희가 도망간다.
여학생이 강종희를 쫓아가려하자 유은재가 무릎뒤를 가격해 쓰러트린다.
강종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뛴다.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힌다.
73. 공원밖 (밤)
강종희가 뛰쳐나온다. 갑자기 뛰어나온 여자에 사람들이 움찔한다.
강종희가 사방을 둘러본다. 갓길에 주차된 경찰차가 보인다.
74. 아줌마의 방 (밤)
어두운 실내. 문소리가 먼저 들리고 불이 켜진다. 아줌마와 박무열이 들어온다.
박무열이 실내를 둘러본다. 방두개. 거실. 화장실이 있다.
아줌마 : 우리 집 처음이지. 잠깐 들어올래?
박무열 : (들어온다) 이모 혼자 살어?
아줌마 : (웃는다)...
아줌마가 자기는 분홍색 슬리퍼를 신고, 박무열에게는 파란색 손님용 꽃무늬 슬리퍼를 꺼내준다.
꽃무니 커텐. 아기자기한 소품들, 쿠션. 방석....
박무열 : 이모 취향이 너무...
아줌마 : (항의하듯) 뭐?
박무열 : (농담한다) 고급스럽다구...
아줌마 :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잠깐 있어.
박무열은 장식장의 사진을 본다. 여고생 시절의 아줌마다.
74. 아줌마방 (밤)
침실이다. 아줌마는 왠지 설레고 긴장했다. 외투를 벗더니. 화장대에서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머리를 매만진다.
거울을 통해 자기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75. 공원 (밤)
유은재가 놈들과 싸우고 있다. 유은재, 수적으로 열세라 많이 맞았다.
큰일났다. 도망갈 힘도 없다. 어느 주먹엔가에 쓰러진다. 머리를 감싸는 수밖에...
조용하다. 고개를 든다. 아이들이 도망가고 있다.
저쪽에서 경찰이 달려온다. 경찰 뒤에 강종희가 보인다.
경찰들은 아이들을 쫓아간다.
강종희가 유은재에게 다가와 쭈그리고 앉는다.
유은재가 일어나 앉는다. 죽을뻔했다.
강종희 : 혼자서는 얼마든지 도망간다며?
76. 아줌마네 집 거실 (밤)
아줌마가 방에서 나온다. 박무열이 액자를 보인다.
박무열 : 이모?
아줌마 : 어..
박무열 : 왜 이렇게 이뻤어?
아줌마 : 난 그럼 뭐.... 날때부터 아줌만줄 알았어?
박무열 : 어. (대답해놓고 웃는다)
아줌마 : (박무열 등을 짝 때린다)...
박무열 : 사람들이 배우하라고 안 그랫어?
아줌마 : ....난 시인이 되고 싶었어.
박무열 : 근데 왜 안했어?
아줌마 : (주방으로 가서 물을 올려놓는다) ...그냥 어쩌다보니까 이렇게 됏어.
박무열 : 지금이라도 써봐.
아줌마 : 아니...지금은 못써.
박무열 : 왜? 시도 젊었을때 쓰는 건가? 나이 들면 못써?
아줌마 : 그게 아니라 시는 외로울때 써지는 거거든.
박무열 : 지금은 안 외로워?
아줌마 : (돌아보며 미소 짓는다)...
그때. 박무열의 핸드폰이 울린다.
박무열 : 어 종희야! (듣는 중에 표정이 변한다) 어디? 어? 알았어. 지금 갈게. (일어난다)...
아줌마 : 왜?
박무열 : (서두른다) ...이모 나 간다.
아줌마가 인사도 하기 전에 박무열은 집을 나간다.
아줌마 앞에서 문이 닫힌다.
77. 롯데리아앞 (밤)
박무열의 차가 멈춘다. 늦은 시간이다. 롯데리아 안은 사람이 드물다.
박무열이 곧바로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다가 강종희를 발견한다. 강종희는 약국봉투를 들고 있다.
박무열 : 종희야!
강종희 : (돌아본다)...
먼저 무참하게 더렵혀진 강종희의 하얀옷이 보인다. 게다가 강종희 얼굴에는 긁힌 상처도 있다. 손등도 몇군데 긁혔다.
박무열 : 뭐야? 왜이래? 꼴통 어딨어?
롯데리아안에 유은재가 앉아있다.
78. 롯데리아 (밤)
박무열과 강종희가 들어온다. 유은재가 고개를 든다. 유은재는 멀쩡해 보인다.
박무열 : 어떻게 된거야? (강종희 가리키며) 얘 얼굴이 왜이래?
강종희 : 조용히 해. 나무에 긁힌거야.
박무열 : (약을 꺼내며) 뭐하다가?
박무열은 속상하다. 강종희 상처에 약을 발라준다.
유은재가 그런 박무열을 본다. 강종희 상처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박무열을 본다.
한편 강종희는 자세히 보니까 상처가 많다.
박무열 : (약을 바르다가 강종희 턱을 잡고 자세히 본다) 좀 긁힌게 아닌데... 어. 이거 멍 아냐? 꼴통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유은재 : (짧은 한숨) 싸움이 ...났어여.
박무열 : 싸움? 넌 뭐하고 있었는데...얘가 맞을때 넌 뭐하고 있었냐구.
유은재 : (속상해서 말이 안 나온다)...
강종희 : 유은재는 잘못 없어.
박무열 : (안듣는다) 내가 그렇게 부탁했잖냐? 근데 애를 이꼴로 만들어.
유은재 : ...
강종희 : (말린다) 박무열!!
박무열 : 얘가 이꼴이 될 때 넌 뭐했냐구...넌 멀쩡하다. 구경했냐?
강종희 : 유은재는 더 많이 다쳤어.
박무열 : 다치긴 어딜 다쳐. 멀쩡한데. 저건 입만 살아갖고....
유은재 : (벌떡 일어난다)...
박무열 : 머? 그래도 할말 있냐?
유은재, 박무열을 노려보다가 외면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다리를 심하게 절뚝인다. 팔 한쪽은 다쳐서 겉옷에 끼지도 못했다.
그게 이제야 보인다.
강종희 : (미안하다) 유은재!!
박무열 : (그제서야) 쟤 왜 저래?
강종희 : 많이 다쳤다고 했잖아.
79. 롯데리아앞 (밤)
은재가 가게에서 나온다. 계단이다. 쇠난간을 잡고 힘겹게 내려온다.
박무열과 강종희가 뒤따라 나온다.
박무열 : (좀 미안해졌다) 다쳤으면 다쳤다고 말을 해야지.
유은재 : (고개를 숙이고 걸을 뿐)...
박무열 : (은재를 잡는다) 야. 기대!!
유은재 : (뿌리치고 걷는다)...
박무열 : (다시 잡는다) 나한테 기대라고!
유은재 : (다시 뿌리친다) 놔!
유은재가 고집스러게 절뚝거리며 계단을 다 내려온다.
박무열, 되게 미안해진다.
유은재 :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유은재. 울면 가만안둬. 울기만 해봐 유은재. 울지마. 울지마...
(울지 않을려고 숨을 크게... 크게 들이킨다. 이를 악물고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든다)...
유은재의 몸이 붕 떠오른다. 박무열이 은재를 들어올렸다.
유은재 : 놔!! 안놔.... (소리를 지르는데 눈물이 먼저 나온다. 은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박무열 : (유은재를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간다) 하여튼 고집은...
박무열이 유은재를 안고 차있는 곳으로 간다.
강종희가 차 뒷문을 열고 기다린다. 얼굴을 가린채 우는 유은재를 보고 어...뭔가를 깨닫는다.
유은재를 차에 태우는 박무열과, 얼굴을 가린채 우는 유은재를 번갈아보다가 차문을 닫는다.
80. 아줌마의 집 거실 (밤)
아줌마가 아직도 거실에 있다. 주방의 주전자에선 물이 끓느라 삐익 소리가 들린다. 흡사 경고음 같다.
아줌마가 숨을 들이쉰다.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물이 끓어 넘치기 시작한다.
87. 작은방 (밤)
불이 켜진다. 사방벽에 빽빽이 붙어있는 박무열의 사진.
아줌마가 문을 닫고 기대선다.
아줌마 : (한숨쉰다) 아... 강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