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를 보고…
지난 토요일 6월 3일, 나는 총신대학교 제1종합관 주기철기념관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학회의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세미나에서 내가 들은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1. 남북관계에 대하여 우리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어떤 기조를 가지고 접근해 왔는지
2.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 한국 교회가 어떤 점에서 걸림돌이 되고 극복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3. 남북 교류와 협력의 모델로 의료 부문에서 어떤 진척이 있었고 그 가능성이 무엇인지
4.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 남북한의 주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 세미나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동안에 나는 현재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에 대하여 발언하는 학자들의 여러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 발언들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였으며, 통일문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임을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한반도에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서 얼마나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날 6월 3일 토요일 오후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빌리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나는 3일이 지나 오늘 현충일에 그 영상을 보았다. 그 중에서 특히 빌리그래함 목사의 아들 목사가 전하는 설교를 들었다. 이 글은 그 설교를 듣고 난 소감이다.
나는 이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서 한 마디로 ‘50년 묵은 설교’를 들은 느낌이다. 이 말은 낡은 메시지라는 의미다. 전혀 변하지 않은 메시지와 상투적인 복음해설은 50년 전의 메시지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훨씬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절박함이 그 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빌리그래함 3세는 설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인간에게는 육체와 함께 영혼이 있다.
2. 그 영혼은 온 천하보다 더 귀하다. 영혼이 그토록 귀한 이유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3. 인간의 영혼은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았으나 아담 부부의 범죄로 잃어진 상태다.
4. 인간이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말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멀어졌다는 뜻이다.
5. 그 죄는 원죄가 있고 우리 스스로 범한 죄도 있다.
6. 그 죄로 말미암아 우리가 영원한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7.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셔서 우리 모든 죄를 담당하셨다.
8. 그러므로 이제 누구든지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면 죄 사함을 받으며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9. 그는 영혼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은 영원한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종류의 설교를 복음설교라고 부른다고 우리는 들었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인간을 육신과 정신과 영혼을 가진 통전적인 존재로 이해하지 않고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그렇게 인간을 설명하면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가 매우 축소된다. 즉,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인간을 이해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세상의 삶보다 저 세상의 삶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그것이 인간에게 최고의 목표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복음전도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여 영원한 천국으로 데려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시는 분이 된다. 인간을 창조한 목적도 없고 인간이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할 덕목도 없다. 오로지 죄를 용서받아 영원한 천국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복음일까? 성경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일까? 성경 66권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개인의 죄를 용서받아 영원한 나라를 들어가는 것을 지고의 복으로 여기라는 것일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말이 단지 영적인 존재라는 의미일까? 인간의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은 영혼이 영원하기에 그렇다는 뜻일까? 인간을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인간을 보실 때 원죄에 찌든 타락한 존재로 여기실까? 그래서 그에게 죄 용서의 은총을 베푸시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신 것일까?
그러면 왜 하나님은 계속 이스라엘 백성을 찾아오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실까? 왜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실까? 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을 비추는 등불이라고 하셨고 소금이라고 그들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셨을까? 인간은 죄 용서를 받아 천국에 들어가는 것 이상으로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지어졌고 구원받았음에 틀림없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2장 10절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해서 지으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 선한 일은 하나님이 전에 우리를 위하여 예비해 두신 그 일이다. 그것은 아담에게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한 세상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며, 이스라엘에게는 열방의 모델국가가 되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포도원을 관리하고 가꾸는 충성된 일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평화를 일구는 일꾼들이 되며, 상생과 번영을 위해서 헌신하는 선구자들이 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총신대 주기철기념관에서 모인 소수의 사람들이 나누고 고민한 남북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방안 모색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모인 사람들이 고대한 구원을 위한 초청과 응답 중에 어떤 것이 더 복음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50년 전에 우리 민족에게는 희망과 위로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복음의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해서 헌신과 실천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버지 빌리그래함은 전쟁으로 파괴된 땅에서 가난을 극복하려는 백성들의 갈급함을 보고 복음을 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 규모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에 와서 복음을 전한 아들 그래함은 한반도에 필요한 복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 앞에서 말하는 지도자들이 허망한 소리를 할 때 밀려오는 허전함이 있고, 소수의 사람이 모였어도 마음을 뜨겁게 하고 결심하게 하는 지도자들의 연설이 있다. 나에게는 주기철기념관에서 들은 연설들이 더 뜨겁고 무겁게 다가왔다.
<끝>.
참고:
뉴스파워가 소개하는 기독교통일학회 심포지엄 기사:
“한국교회, '반공'이 종교이념화 됐다”:한국 교회의 나침반 뉴스파워(news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