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의 일이다.
우리부대는 정비, 수송,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였기 때문에 병사들이 바빠서 분대장 파견을 가지 않아도 분대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분대장을 할 때부터 상급부대의 지침이 바뀌어 분대장 파견을 가서 수료를 하지 못하면 못하게 되었다.
준비도 안하고 있던 중에 갑작스럽게 파견이 결정되어 수방사 분대장교육대대로 파견을 갔게 되었다.
분대장 시험은 크게 군인복무규율, 병기본, 체력장, 사격 4가지가 있다.
1주차에 테스트를 보고 2주차엔 합격자들은 휴가를, 불합격자들은 남아서 재시험을 치는 시스템이었다.
준비물도 못 챙기고 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시험을 떨어졌다.
같은 방을 쓰던 병사들은 하나, 둘 휴가를 나가는 사이 나도 합격을 해 나갔고 수료 하루 전날 사격과 체력장을 앞두고 있었다.
오전에 사격을 합격하고 오후에 체력장이 시작되었다.
시험 담장자는 파견부대 중대장이었다.
평소엔 하루에 한 번 밖에 시험 칠 기회를 안줬지만 오늘은 될 때까지 한다는 말과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자대와는 다르게 카운트를 하는 사람이 조교라서 엄격했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제갈이라는 성을 써서 제갈공명이라고 부르는 조교가 있었다.
다른 조교들과 다르게 그 조교는 우리에게 관대했다.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합격한 나는 팔굽혀펴기 차례를 기다렸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제발 제갈공명이 걸리게 해주세요.’ 하며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조교는 제갈공명이 아니었고 2분간의 팔굽혀펴기가 시작되었다.
1분정도가 지났을까 40개 정도를 하고 팔이 후들거렸다.
56개가 합격이었는데 합격을 하기엔 무리라 판단했던 나는 ‘힘을 아꼈다가 2차시기 때 전력을 다해보자.’ 하고 포기를 했다. 그 때 갑자기 의자에 앉아 있던 중대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를 질렀다.
“이 놈 이 새끼 너 오전에 사격하던 그 놈 아니야? 다른 애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너 같은 새끼는 분대장 할 자격 없어 짐 싸서 네 부대로 돌아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단 죄송하다고 말하고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말했다.
그 후 잘 할 수 있느냐, 최선을 다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큰소리로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하였고 중대장은 내게 기회를 줬다.
2차시기 내 차례가 왔다.
마침 내 담당 조교는 관대한 제갈공명 조교였다.
희망과 함께 2차시기가 시작되었다.
40여개를 하자 또 팔이 후들거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었기에 이 악물고 해 나갔다.
조교도 안타까웠는지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교육생”하며 응원해주었고 봉을 잡아주던 동료병사도 “할 수 있어요.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며 응원해주었다.
우리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2분이 지났으나 종료 신호는 떨어지지 않았고 합격하여 수료식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비록 하위권 순위로 수료를 했지만 운동이랑 거리가 먼 내가 육체적 한계에 도전했던 군대에서만 가능했던, 안타깝고 자랑스러운 추억이다.
[교수님 올리신 글 보고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