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대산 선재길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숲길 곳곳으로 단풍이 드리워 있다.
마음을 달래는 신묘한 힘을 숲은 품고 있다. 울창한 숲에서 한나절 보내는 것보다 위로와 평온을 주는 일도 없을 테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 숲, 가을빛으로 물든 심심산곡의 암자라면 그 위력이 더 강하다. 가을이 깊어진 그 숲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이다.
남녘의 양지바른 들에서부터 북벌하는 봄과 달리, 가을은 북녘의 산머리에서부터 내려온다. 강원도 안쪽으로 들수록 가을 기운이 완연하더니, 국립공원 오대산은 이미 한가을이다.
오대산 국립공원. 이맘때 가을이면 주말 하루 1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드나든다. 올가을 한반도의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 얼룩덜룩 반만 색이 들었다 말라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지난여름 잇달았던 큰비와 늦더위의 영향이란다. 단풍도 과일처럼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곳을 좋아한다. 서늘한 산골, 습기가 적당하고 볕이 잘 드는 땅에서 선명한 단풍이 만들어지는데,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와버린 게다. 하여 올가을엔 확실한 단풍 명소로 가야 실패가 없다. 그래서 오대산 선재길이다. 오대산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가을 단풍 명승이다.
오대천 물길을 끼고 이어지는 ‘선재길’ 주변에 물든 절정의 단풍은 화려하다. 지난여름의 수해로 ‘동피골 야영장~상원사’ 구간이 통제되면서 걸을 수 있는 선재길 코스가 절반쯤으로 줄었지만, 오대천의 단풍은 여느 해보다 더 선명하여 그 길을 걷는 이들은 저마다 들뜬 표정이다. 오대산을 구불구불 넘어가는 진고개 주변의 단풍도 예년보다 더 화려하다.
오대산의 너른 품 한복판에 천 년 고찰 월정사와 말사인 상원사가 있는데, 두 사찰을 잇는 길이 선재길이다. 대략 9㎞ 길이의 숲길이다. 매표소 어귀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전나무숲을 거쳐 선재길로 드는 게 보통이다. 1㎞ 길이의 전나무숲은 아름다운 숲길로, TV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워낙 유명한 장소. 40m 높이의 전나무 2000여 그루가 빼곡히 도열한 채 가을 손님을 맞고 있다. 월정사 경내도 가을빛이 진해졌다. 사천왕문과 금강루 사이의 단풍나무가 유난히 붉고 풍성하다.
선재길은 뿌리 깊은 옛길이다. 1960년대 말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에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가 오가던 비밀스러운 숲길이다. 한동안 ‘천 년 옛길’로 불리다, 국립공원공단과 월정사가 옛길을 복원하면서 2013년 ‘선재길’이란 정식 이름을 달았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1189m)까지는 대략 1.7㎞의 비탈길. 돌계단과 돌상이 늘어서 있어 길을 헤맬 걱정은 없다. 단풍은 이미 등산로 초입부터 그윽했다. 30분쯤 걸으면 적멸보궁의 수호암자인 중대 사자암에 닿는다. 험준한 비로봉 비탈에 절집 다섯 채가 계단식으로 틀어 앉아 속세를 굽어보고 있으며 울긋불긋한 단풍 숲 위로 암자가 두둥실 떠 있는 형국이다.
오대산은 이른바 불교 5대 성지로 통한다. 신라의 승려 자장(590~658)이 중국 오대산에서 진신사리(석가모니의 사리) 일부를 가지고 돌아와 비로봉 중턱에 모셨다고 전해지는데, 그곳이 바로 적멸보궁이다. 『삼국유사』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다. 5대 적멸보궁은 속초 설악산 봉정암, 평창 오대산 상원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태백 함백산 정암사, 양산 영취산 통도사를 말한다. 선재길이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날리기 전부터 불자들이 그 길을 밟고, 도로를 내 산을 거슬러 올랐던 이유다. ‘적멸’은 불교 용어로 모든 번뇌가 사라진 경지를 뜻한다.
□ 선재길 코스안내
월정사에서 시작한 선재길은 대부분 구간이 평지로 되어 있다~
동피골로 향하는 길은 키가 큰 신갈나무와 단풍나무 숲으로 덮여있다~계곡에는 단풍숲으로 덮여 있으며 탐방로 중간중간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나무를 피해 목재데크와 계단을 설치했다~동피골에는 국립공원에서 조성한 멸종위기식물원이 있고 주변을 정원형태로 조성해 놓아서 볼거리가 많다~동피골을 지나면 조릿대 숲길이 이어지고 조릿대 숲길을 지나면 차가 다니는 비포장도로로 연결된다~이 도로를 20M정도 걸으면 다시 오른쪽으로 숲길이 연결되어있다~계속 숲과 오대천을 따라 길을 걸을 수 있고 그길이 상원사까지 연결되어 있다
- 소요시간: 약 3시간30분
□ 주변 맛집
- 산수명산(한식)
진부면 동산리 27-3
(T. 033-333-3103)
- 오대산가마솥식당(한식)
진부면 오대산로 152
(T. 033-333-5355)
- 오대산산채식당(한식)
진부면 동산리 17-5
(T. 033-333-5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