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08
[뻘 낙지를 먹다]
지난 번 신안 여행을 하면서 먹어본 증도의 낙지 이야기를 써서 소개하고 낙지에 대한 시도 한 편 소개
했다. 그러고 난 후 어제 (2021년 10월 27일)먹어본 낙지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아! 아침에 또
받은 무안 뻘 낙지가 주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침을 삼키며 이 글을 쓰고 곧 낙지와의 만나는 시
간을 갖게 될 것이다.
부산에 사는 K시인이 밴드에 낙지 사진을 올렸기에 물었더니 무안의 친구가 하는 수산회사에 주문해서
받은 것이라고 한다. 다시 물었더니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주기에 화요일(10월 26일) 오전에 주문을 했
는데, 그 낙지가 수요일 오전에 현관 앞에 온 것이다.
아내와 서둘러 개봉하고 두 마리를 건져 탕탕이를 하려다가 K시인의 글에서 낙지는 다리를 끊어서 먹는
것이 제대로 먹는 것이라는 글이 생각나고. 문득 20대에 신안의 도초면에 농활하러 가려고 탄 배에서 낙
지를 통째로 술안주 삼아 먹던 어부가 기억나서 나도 머리를 자르고 나머지를 손에 잡고 다리를 입으로
뜯어 먹었는데, 캬! 그 느낌과 맛,(도시에서 먹는 낙지에서는 절대로 그 맛을 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담
겨있는 물에서 건지고 손으로 쭉~ 훑은 후에 먹는 그 기분......
오후에 일을 하러 외출하기 때문에 술안주로는 할 수 없고, 아내는 너무 맛나다며 추가로 주문하라고 한
다. 여섯 마리를 세종에 사는 작은 아들에게 건네주려고 담고, 나는 술 한 병을 냉장고에 넣는다. 저녁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저녁에 보자고 물에 손을 담그고 낙지 머리를 쓰다듬는데, 이 녀석도 반가운지 제 발
을 뻗어 내 손을 잡는다. 물에서 손을 빼려는데 아쉬운지 발을 내 손에서 떼지 않고...... 다시 전화를 해서
추가로 한 접 주문한다.
저녁, 집에 와서 낙지 먹이를 시작했다. 초고추장을 준비했지만 필요 없었다. 그냥 손으로 쭉 훑어서 다리
를 뜯으니 간이 절묘하게 맞는다. 머리를 뺀 다리를 한 마리 통째로 잡았다.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붓고,
목 부위부터 입으로 가져가는데, 입으로 들어간 다리는 입천장으로, 이빨로, 옆 볼로 지들 마음대로 들러
붙는다. 아직 입으로 들어가지 못한 다리는 입술로, 턱 밑으로 그리고 손가락과 손등으로 들러붙는데, 여
러분! 느껴 보셨는가? 손등과 손가락에 붙은 다리의 빨판이 떨어지는 소리와 느낌, 그리고 턱 주위의 떨어
지는 소리와 느낌, 입술에서 떨어지는 소리와 느낌이 다 다르다는 것을......
딱딱이를 터뜨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테잎을 유리에 붙였다가 뗄 떼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 소리가 빨
판이 떨어지는 순서에 따라서 연속으로 나는데, 참 묘하면서도 기분이 즐거운 소리였다. 그런데 입 안에 붙
어 있는 녀석들을 떼기 위해서 혀가 많은 수고를 했는데, 입 안에서는 떼면서 조금은 아픈(?) 따끔거리는(?)
뭐 그런 느낌이었다.
시내에서 탕탕이를 주문하면 두어 마리를 탕탕거려서 주는데 한 점씩 안주 삼으면 소주 두어 병을 마실 수
있건만, 그 날 아내와 둘이서 먹은 낙지가 열네 마리, 그런데 소주 한 병도 다 마시지 못하고 낙지는 없어졌
다. 하긴 한 잔에 한 마리씩 입 안에 강제적으로 밀어 넣고 그 느낌에 취하느라 정신없었기에 그렇지만 말이
다. 글을 길게 쓰지 않고 정해진 분량 안에서 쓰기 때문에 더 쓸 수 없지만, 오늘 저녁 역시 밥도 국도 김치
도 나물도 필요 없이 낙지와 소주 한 병으로 내 배를 채울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 혹 입에 침이
고이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문의하시면 전번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다. 공개적인 글에 소개하는 것은 홍보
성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하면서......(2021년 10월 28일)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
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산청보감촌에서 올립니다. 어제 진주에 와서 일박하고 오늘 지리산을 넘고 남원을 지나서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