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한국에 와서 느끼고, 새롭게 본 것들에 대해 약간 정리를 해 봤습니다. 이제 이 코너도 접으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거든요. 일단 언어가 돼서 그런가봐요?ㅋㅋ 또 유선생님네도 귀국하셨고, 한국특파원으로서의 가치도, 제 자신 적응하면서 몸에 익숙해지는 순간, 참신성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곧 대전에서 정착하게 되면, 이 글을 쓸 타이밍(주로 무궁화호속에서)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정착후엔 부산으로 가는 길도 (처가 옆에서 코를 골고 있겠죠?ㅋㅋ 그런…) 차를 운전해서 내려가야하니까, 이제 놋북에 감상을 옮기고 있는 낭만의 시대가 마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렇게 적는 것보단, 평소에 여러분이 하듯, 인터넷신문으로 적나라하게 한국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ㅋㅋㅋ..아무래도 리얼타임은 따라갈 수 없군요. 이게 현대 정보의 한계일 수 있을 겁니다. 정보는 쉴 틈없이 변하는지라 홀딩하고 있을 수록 가치도 없고..고롬, 2달간 한국에 와서 느낀 것들을 순서없이 요약해보고자 합니다.
자동차의 모양은?
많이 세련되었다. 특히 대우(지엠과 손을 잡았다죠?) 모델의 개선은 현대의 아성을 위협할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들의 연비는 실망스럽다. 여기에다 여전히 휘발유는 고가(현재 서울은 1400 부산은 1380원)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로비안하나?). 그런데 사람들의 태도는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새로운 경차가 출시되고, 세금감면제도(고속도로통행료 50%할인!)가 도입되는데도, 고유가는 탓하면서 2000씨씨가 안되면 차가 힘이 없어서 못간다는 상식이 뿌리깊다. 티코가 나오던 시절부터 상당시간이 지났는데도 역시 차는 크고 쎈 놈을 좋아한다. 그럼 1300급이 자기 차 앞에서 잘 달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나? ㅋㅋㅋ 1500을 구하고 있는 아들에게도 당장 엄마의 걱정이 태산이다….그놈의 힘 때문에…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는 양은?
전혀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취기는 줄었다.
그 이유는 도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주값은 올랐다. 젊은 이들은 와인을 즐기며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도 와인마실 줄 안다. 하지만, 일본에서 사던 가격과 비교하면 많이 비싸기 때문에 나로선 손이 가지 않는다.
가족이 주는 느낌은?
안정적인 동시에 때로는 여전히 그 옛날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원한다. 가족의 범위는 많이 좁아졌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범위의 좁은 범위의 가족과 가족외의 경계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가족을 생각하는 범위는 천차만별로, 내가 아는 친척을 다 포함시키는 경우에서 직계(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만)으로 한정하는 사람까지 있다. 아니, 한국에선 가족의 경계에 대한 의미는 실제로 의미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대전에 있으면 단지, 부모님, 형제이다가 부산만 내려가면 [우리는 가족!]분위기다. 그래서 주말이면 이 녀석이 미사를 보는지 도망치는지가 여전히 일요일 오전중의 엄마의 최대 관심사이다.
자연환경은?
여전히 성장분위기속에서 개발 (다른말로는 환경파괴) 일변도이지만, NGO 시스템도 뿌리를 내린 것 같고, 도심이나 곳곳에서는 쓸만한 공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도 중국덕에 황사는 피할 수 없다. 황사에 놀라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그래도 이건 작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녀! 라고 덕담을 준다. 또한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먼지의 양도 상당하다. 특히 공원좋고 공기좋은 쯔쿠바에 있었기에 기차 창밖의 경치에 사막에 온 느낌이 종종 받는다. 그럼에도 벗꽃은 아름답게 피어있고, 경부선 차창밖으로 조용한 시골풍경이 스치는 장면은 아직 볼만하다.
정치는?
10년전보다 안팍의 개선도 컸겠지만 탄핵에서 보듯이 집단의 힘을
언제라도 발휘해서 쓸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확실히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난 이번 일로 사람들이 정치에 식상해서 4월 중순의 총선에는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는 각자가 나름대로의 복수와 역전을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촛불대회도 맞촛불대회 (발음도 어려워지고 있다)로 흐르고 있고,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월드컵 4강 신화의 뒷심인 동시에 낭비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사람들은 국내문제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즉, 정치인들이 멍청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자꾸 뽑아줄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외면 받아봐야 정신차리지 않을까?
사람들의 스타일은?
우리 회사는 토요일 노타이근무제를 적용하고도 80%는 넥타이를 메고 검정양복을 입고 출근할 정도로 획일적이다. 3주에 한 번 정도는 이발하는 것 같다. 다들 짧은 머리를 하고 있어서 경직된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그 속에서도 회사는 창조와 창의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자체적으로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뭔가 공부하는 느낌은 받는다.
커뮤니케이션은?
직장에서 떄로는 멀쩡한 사람도 말하는 기술의 부족으로 오해를 사기 쉽다. 일상에서 상대적으로 여전히 많이 다투는 분위기이지만 술자리에서 많이 푸는 편이고- (이 장면은 한지붕세가족의 라스트씬처럼 정겹기만하다, 그런데 다음날이면 의외로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채 또 하루가 지나간다, 그래서 또 술자리에 가야한다) -테레비에서 정치인들이 연출하는 액션으로 까지는 발전하지 않는다 (실제로 얼마전 보도에서 양복을 입고도 정통유도기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체적으로는 집단의 화합을 공유하지만 개별적으로 너는 너, 나는 나란 개인주의의 흐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옷차림을?
가지고 얘기하자면 일본사람들이 원색을 많이 피하는 편이라 우중충함에 질렸었지만, 오랫만에 거리를 찬찬히 구경해보면, 의외로 한국도 어둡다. 옛날엔 그런 느낌을 별로 가지질 못했는데…자신감의 상실일까? 하지만 우리의 자연, 생활환경을 돌아봤을 때, 약간은 납득이 된다. (어쩌면 내가 주로 무궁화호 안에서만 사람들을 구경해서일지도 모른다)
쇼핑은?
이시마루, 야마다 정도는 아니지만, 하이마트였던가? 전자마트21이던가? 하여튼 일본의 대형전자상가를 연상시키는 점포들을 볼 수 있고 내부도 비슷하게 해 놨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컴퓨터관련의 액서사리의 종류는 선택의 폭이 아주 좁다, 전화기 디자인은 한국이 훨씬 뛰어나다!!!). 이 정도면 10년전에 비해 뚜렷한 발전이다. 서비스도 끝내준다. 기본적으로 농구에서 말하는 대인밀착(방어) 시스템인데, 일단 정문을 들어가면 도우미가 코앞까지 와서 [무엇을 도아드릴까요?] 라고 큰 소리로 물어본다. 여기서 일단 손님의 기를 죽인다. 무시하고 돌아다녀도 소용이 없다. 각 층에는 농구선수출신들을 주로 채용했는지 전원 대인밀착시스템이다. 냉장고 문을 하나 열 때마다 옆에서 설명이 나오는데…어쩌면 미국식 판매작전일지도 모른다. 정말 사고 싶은 손님이었다면 그 도우미가 정말 고마운 존재다. 이제는 냉장고가 냉장고가 아니고, 인터넷기능 (아이스크림을 꺼내면서 느낌이 확오면 그 자리에서 게임도 가능한걸까?ㅋㅋ 인터넷시스템이 슈퍼에 지맘대로 계란을 주문한다면 나로선 기분나쁠 것이다) 에 각종 첨단기능이 붙어 있기 때문에 도우미도 필요는 할 것이다. 어떤 세탁기는 버튼이 10개 이상이다. 잠시 도우미가 사라진다. 이제 좀 떨어져 나갔나 싶으면 금방 커피와 녹차를 들고 온다. 고맙구로…이날은 할인 마지막 날이니 가능하면 부디 제발 플리즈…꼬옥 예약을 하고 가시라는 걸 돈이 없어서 우린 그냥 나왔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이 지나고 정부의 특소세 인하방침이 나왔다…오 주여!…그 날의 필사적이었던 도우미가 떠오른다…아마 총각들이 이런 가게에 간다면 미인계를 조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근데 석유부족으로 에너지 아껴쓰라고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가전제품 특소세 인하했다. 나로선 당장 몇만원의 이익은 오겠지만..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아마 담당부서가 달라서 일것이다ㅋㅋ). 이런 일은 일본, 한국뿐 아니라 어디서든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건설에 모레가 부족하다고 건교부는 모레채취를 허가했고, 환경부는 채취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죽어나는 건 건설업자다.
음식문화는?
적어도 대전에선 바다에 관련된 재료는 신선도 때문에 한동안은 손이 안갈 것이다. 가장 유명한 시내의 일식나베집에서는 공짜로 먹는 주제에! 엄청 억울했었다. 초밥은 꽤 진보했지만, 맛은 아직 떨어진다. 대부분의 와사비는 열대지방에서 온 것처럼 여전히 찐한 녹색으로 원재료보다도 색이 훨씬 찌인하다. 역시 한국에선 한국식 (그리고 중국집)이 최고다. 다시다와 같었던 삼겹살집은 고기가 아주 신선했고, 서비스도 꽤 좋았다. 전반적으로 고기집은 돈내고 손해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음식은 종류가 여전히 짜장에서 탕수육까지가 주류를 이루고 여전히 맛있지만 현지에서 들어온 왕서방들이 운영하는 집도 사람들이 몰린다. 앞으로는 조금씩 [중국집]과 [중국요리]와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감자탕같은 집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참, 새로운 발견은 일본에서보다 다깡을 훨씬 많이 먹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짜장면과 함께 (짜장면은 한국땅에서 중국음식을 일본반찬과 먹는 동아시아 화합의 의미를 가진 유일한 음식이 아닐까?ㅋㅋㅋ)
교회는?
10년전에 어딜가도 사람이 많았고, 요즘도 왠만한 성당에는 사람들이 꽉찬다. 일본이 보면 부러울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종교적인 가치는 여전한 것 같지만, 글쎄…이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 때로는 미사분위기의 엄격함 때문에, 여기서는 정기적으로 고백성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성당가는 길에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한 번씩 일어난다. 주말에 여가를 즐기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저녁미사가 여러번 있는 성당도 있으며 나 역시 미루고 미루다 저녁 9시 미사에 다녀왔다.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겠지…종교가 완벽을 추구할 수록 심신에 지친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가리라…그래서 요즘은 신부님들이 강론전후나 중간에 썰렁한 농담등을 자주 하시는 것도 볼 수 있다. 앞으로 10년 또는 이상의 세월이 지나면 고백성사없이도 4-5년 정도는 성체를 모실 수 있는 유효기간의 연장개념이 도입되지 않을까? 실제로 요즘은 고백성사를 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어 교회의 고민거리가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일까…
…맺으며 (삼랑진 역까지 왔다)…
어쨌든 저는 두 달 동안 불평불만도 무지무지 많았고 제 자신이 실망스런 순간도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후회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회한 들 갈 곳도, 저를 받아줄 사람도 없겠죠. 율리가 제안한 [컴백앤드…연금치고 빠지기]도 실행에 옮길 용기도 없군요ㅠ.ㅠ 공교롭게도 오늘 무궁화호는 옆자리를 번갈아 앉은 사람 둘이 하도 화면을 주시하길래, 이 글 적느라 애 많이 먹었습니다. 일본에선 없는 풍경이겠지요..(ㅎㅎㅎ 지금은 내리고 없습니다) 저도 곧 내릴꺼구요. 오늘 밤에도 소주자리가 기다리고 있군요. ㅋㅋㅋ 주관적인 글을 읽어준 형제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어디에서 살던,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빌겠어요. 재원드림
첫댓글ㅎㅎㅎ 재원씨 한국적응기편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갈 사람들도,, 향기에 어린 사람들도,, 또 재원씨 팬들까지 물론 상황과 이유는 접수합니다만 적응편은 최종편일찌라도 후속을 기대합니다 짧은 내용이라도 생활편,응용편,등등...기대합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츠쿠바팬들을 생각해서 ...
첫댓글 ㅎㅎㅎ 재원씨 한국적응기편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갈 사람들도,, 향기에 어린 사람들도,, 또 재원씨 팬들까지 물론 상황과 이유는 접수합니다만 적응편은 최종편일찌라도 후속을 기대합니다 짧은 내용이라도 생활편,응용편,등등...기대합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츠쿠바팬들을 생각해서 ...
내용이 길지 않아도..또 그리 자주가 아니더라도...부탁드립니다...재원씨 생생뉴스는 이곳에서 인기짱입니다요...ㅎㅎㅎㅎ 어느 뉴스 못지 않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보고싶은 재원씨 정임씨 건강하시고...계속 소식 기대합니다 ....그럼...계속 써줄거찡!ㅎㅎㅎ^^
츠쿠바뉴스...얼마전...라라가든이라는 쇼핑타운이 생겼습니다...츠쿠바 뿐만 아니라 멀리에서까지 구경올 정도라니깐...츠쿠바에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교통체증이 생겼으니 상상이 가시나요?? 참!...아직 마셔보진 못했지만 스타벅스도 생겼답니다 ㅎㅎㅎ
....항상 살던 곳을 떠난 후, 새로운 전철, 새로운 쇼핑타운이 조성되서 갑자기 좋아진다...징크스치곤 엄청나군..
한가지 내용을 정정합니다. 신선한 회센타가 군데군데 보여서 어패류의 신선도부분은 과장이 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