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공2020하,1334]
【판시사항】
[1] 도급계약에 따라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경합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도급인이 하자보수비용을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으로 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민법 제391조에서 정한 ‘이행보조자’의 의미 및 이행보조자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하는 것을 승낙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채무자가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3]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및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4] 갑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국가(해군)가 갑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도급계약에 따라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 목적물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도급인은 하자보수비용을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만이 성립하고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
[2] 민법 제391조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행보조자는 채무자의 의사 관여 아래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가 채무자에 대하여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지,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지는 상관없다. 이행보조자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채무자는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민법 제391조에 따라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갑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가 갑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0조, 제667조, 제669조 [2] 민법 제391조 [3] 민법 제166조 제1항, 제390조 [4] 민법 제166조 제1항, 제39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공2004하, 1561)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9다268252 판결(공2020상, 528)
[2]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공2011하, 1293)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75447 판결(공2018상, 563)
[3]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공2001하, 1860)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공2011상, 390)
【전 문】
【원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상고인】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남홍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1. 29. 선고 2019나200012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국방부장관은 2000년부터 1조 2,700억 원을 투자하여 2009년까지 차기잠수함 ○척을 기술도입으로 국내에서 건조하고 잠수함 독자설계기술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차기잠수함사업(KSS-Ⅱ, 이하 ‘KSS-Ⅱ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였다.
원고는 KSS-Ⅱ 사업 계획에 따라 2000. 9. 22. 독일 기업인 Howaldtswerke-Deutsche Werft AG(약칭: HDW, 2011년경 티센크루프에 합병되었다. 이하 계약명이나 계약서에서 사용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합병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티센크루프’라 한다)와 ‘HDW 214급 잠수함 3척 건조를 위한 총자재 3건 납품 및 관련 용역’에 관한 가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가계약에 따르면 가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권한과 의무는 원고가 선정한 KSS-Ⅱ 사업의 국내업체로 이전하게 된다. 국방부장관은 KSS-Ⅱ 사업의 차기잠수함 국외업체 기종을 HDW의 214급 잠수함으로 결정하고 2000. 11. 25. 위 사업의 국내업체로 피고를 선정하였다.
나. 원고, 피고와 티센크루프는 2000. 12. 4. 일부 유보된 권한과 의무를 제외하고 위 가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권한과 의무를 피고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2000. 12. 11. 티센크루프와 ‘HDW사의 214급 잠수함 3척 건조를 위한 총자재 공급’에 관한 계약(이하 ‘이 사건 국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00. 12. 12. 피고와 피고가 잠수함 3척을 건조하여 해군에 인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잠수함의 건조 및 납품계약(이하 ‘이 사건 건조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국외계약의 내용이 이 사건 건조계약 내용에 편입되었다. 이 사건 건조계약의 계약특수조건에 따르면 하자보수 보증기간은 인도일부터 1년이다.
다. 피고는 이 사건 국외계약에 따라 티센크루프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그중 1척(이하 ‘이 사건 잠수함’이라 한다)을 이 사건 건조계약에 따라 2007. 12. 26. 해군에 인도하였다. 2011. 4. 10. 이 사건 잠수함을 이용한 환기훈련 중 수중 전속 항해훈련 과정에서 이 사건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이하 ‘이 사건 추진전동기’라 한다)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 추진전동기는 피고가 이 사건 국외계약에 따라 티센크루프로부터 공급받은 원자재 중 하나로서 티센크루프의 하도급업체인 독일 기업 지멘스(Siemens, 이하 ‘지멘스’라 한다)가 제조한 것이다.
라. 해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과 피고는 2011. 8. 9.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신속한 복구를 위한 합의를 하였다. 그 내용은 방위사업청과 피고의 수의·일반개산계약에 의한 방법으로 복구를 추진하고, 국방기술품질원이 원인 규명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주관하며 공동조사단 구성과 과학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방위사업청이 합의와 별도로 귀책사유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를 주관하여 처리한다는 것이다.
원고는 2011. 12. 29. 피고와 이 사건 잠수함의 복구를 위한 외주정비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해군)와 지멘스 사이에 2012. 2. 29. 체결된 업무협약과 피고와 지멘스 사이에 2012. 3. 30. 체결된 업무협약에 따라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하자 원인을 조사할 제3의 판단주체로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독일선급이 선정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독일선급은 대한민국 조사팀과 지멘스와 공동으로 2012. 6. 11.경부터 2012. 8. 29.경까지 독일 현지에서 이 사건 추진전동기에 발생한 하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하였다.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은 2013. 7. 19.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은 기계적 극(Mechanical Pole)의 이탈로 발생한 것이고, 이는 제조공정 중 발생한 수소취성(금속이 수소를 흡수하여 부서지는 현상이다)에 따라 기계적 극을 고정하는 볼트가 파손되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가 추진전동기에 결함이 있는 잠수함을 납품함으로써 이 사건 건조계약상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의 경합 여부(상고이유 제1점)
도급계약에 따라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9다268252 판결 등 참조). 목적물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도급인은 하자보수비용을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만이 성립하고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
원심은 이 사건 건조계약이 도급계약에 해당하는데, 계약특수조건에서 정한 하자보수 보증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행보조자 해당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민법 제391조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행보조자는 채무자의 의사 관여 아래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가 채무자에 대하여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지,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지는 상관없다. 이행보조자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채무자는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민법 제391조에 따라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7544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추진전동기에는 지멘스의 제조상 과실로 볼트가 파손되는 결함이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국외계약을 체결하여 티센크루프로부터 이 사건 추진전동기를 포함한 원자재를 납품받아 이 사건 잠수함을 건조하였다. 피고는 지멘스가 이 사건 추진전동기를 제조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국외계약을 체결하였다. 티센크루프는 피고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하고, 피고는 티센크루프가 지멘스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하는 것을 승낙하였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민법 제391조에 따라 복이행보조자인 지멘스의 고의·과실은 피고의 고의·과실로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행보조자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소멸시효 완성 여부(상고이유 제3점)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는 2007. 12. 26. 해군에 이 사건 잠수함을 인도하였다. 이 사건 추진전동기에서 2011. 4. 10. 전에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2013. 7. 19.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졌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이 사건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2011. 4. 10.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2013. 7. 19.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원고가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에서 정한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기 전인 2014. 5. 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이 사건 잠수함의 인도일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그 후 묵시적으로 이 사건 추진전동기의 손상 원인이 규명되고 당사자의 책임 소재가 확정될 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으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