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의 50%,
60대 남자의 60%가 전립선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입니다.
이때를 위함인지 피부비뇨기과 의사인 중딩, 고딩 동창이 수원에 있습니다.
가끔 수원 나들이를 하는데
언젠가부터 병원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피부비뇨기과였는데
이제는 피부과가 큰 글씨로 쓰이고
뒤에 작은 글씨로 비뇨기과라고 쓰였습니다.
요즘은 비뇨기과 환자보다 피부과 환자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 친구가 갈 때마다 점을 얘기했습니다.
"점 좀 빼자."
"나 점 없다."
"앉기만 해. 찾아서 빼줄게."
까까머리 시절,
두 살 터울의 누이동생이 내 여드름을 탐내곤 했습니다.
여드름 짜는 게 재미있나 봅니다.
여드름이 몇 개 있지도 않았는데
기를 쓰고 짜려고 덤벼들었습니다.
어떤 때는 부탁도 했습니다.
여드름 좀 짜자고 종일 칭얼대면
귀찮아서 허락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친구도 그런 것일까요?
갈 때마다 점 타령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점이 있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선크림도 아내가 발라주면 모를까, 발라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저한테 점을 빼자고 덤벼드니
제가 관심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어제도 다녀왔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병원이 한산했습니다.
평소에는 대기 손님이 더러 보였는데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저를 보더니 대뜸 침상으로 안내합니다.
“여기 누워봐라.”
“왜?”
“누워봐”
누웠더니 마스크와 안경을 벗게 하고는 얼굴에 뭔가를 바릅니다.
“뭐냐?”
“마취 크림”
헉!
이렇게 해서 점을 뺐습니다.
보톡스도 맞았습니다.
저는 가만히 눈 감고 누워 있기만 했습니다.
점이나 보톡스에 아무 관심이 없던 제가
얼떨결에 점을 빼고 보톡스를 맞는 것처럼
평소 책 읽는 것에 아무 관심이 없다가도
얼떨결에 <성경>을 읽게 되는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