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코샤 박
실러캔스* 외
퇴적한 북극해의 안개가 걷힌다. 날아보자 실러캔스. 오래된 덩굴 아래 녹슨 우산살 갈비뼈들 하나씩 투욱 툭 펴고, 이끼 낀 등껍질 주름사이로 바람을 넣어보자. 바다 늑골 사이를 느릿느릿 헤엄쳤던 3억 7천만 년 전 그때로 돌아가자
때마침 들이닥친 아침 햇빛아,
경쾌한 참새 떼의 심장 박동이 쨍그랑 쨍그랑 머리 위를 지나다니게 두자. 참을성 있는 거인처럼 호흡을 한번 크게 품고 피오르드의 협곡을 횡단하다 어느 날 딱 한 번, 오로라 흐트러진 밤하늘을 향해 가슴 뛰게 뛰어오를 때
실러캔스,
패망한 곡선으로 운석처럼 추락하는가
아침 덩굴 사이로 파닥거리는
집 건너편 담벼락 그림자가
*실러캔스(coelacanth): 약 3억7천만 년 전 물고기 화석. 노르웨이 알타 지역에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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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물랑루즈
달이 도는 거리를 고독의 도시 물랑루즈가 펼쳐진 토요일이라고 하자. 자정이 되면 냉장고 자석 안 물랑루즈 언덕, 빨강 풍차는 돌아가기 시작하고 자유의 세계로 가는 토요일을 입고 용감해지기로 한다. 악당 하비의 동전이 던져지면 앞면이 없는 웃음과 뒷면이 없는 슬픔이 반짝! 공중에 점을 찍고 웰컴 웰컴 크레파스처럼 웃는 삐에로가 문을 활짝 연다. 새가 되지 못한 깃털들에 스팽글 웃음이 입혀지고 행복이 있다면 물결 모양 스마일 스마일, 빨간 빌로드 커튼 밑에서 프렌치 캉캉 춤을 춘다. 삐끗하면 퇴폐적으로 무너지는 하이힐을 신고, 닭벼슬같은 모자를 들썩이며 하얀 다리를 올려 차면 빨간색 조명은 치마 밑에서 옴마니 반메홈. 지랄병에 걸린 사람들이 고독해서 웃는다, 캉캉 웃는다. 샴페인의 거품이 탄환 모양 터지는 도시에서 빙그레 빙그레 목마는 돌아가고, 아이스크림처럼 앞머리를 말아 올린 여자의 노래가 끝나면 셔칸들이 빨간 휘파람을 집어 던진다. 불한당 같은 폭죽이 떨어져 내리자 달칵, (냉장고 문이 닫히는 소리) 물랑루즈는 불이 꺼지고 토요일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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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샤 박|2023년 《시산맥》으로 등단했다. 동주해외시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