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계절의 색깔과 냄새가 제 모양을 갖추게 된다. 덩굴성 식물들은 하늘의 끝을 닿아야 절정을 이룬다. 꽃씨의 자리에서 다시 꽃자리로 자리를 잡는다. 사위질빵은 덩굴성 식물로서 향기가 짙다. 담쟁이 잎은 가을에 자기의 모습을 들러내기 위해 열심히 물을 올리고 있다. 야생 포도나무를 모루라고 한다. 열매는 아주 작지만 달다. 밭두둑에서 드물게 모인다. 지금은 다른 식물에 치여 보이지 않는지 오래다. 이 야생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예전에 보였던 식물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산에서 사람들이 사철나무를 하면 주위에 바람이 많이 통한다. 동식물도 사람 사는 것과 같이 통풍이 있어야 산다. 큰 나무 밑에 바람이 잘 통하면 서식 환경이 좋아진다. 나무들도 자기 범위가 있다. 그 범위를 침범하면 서로 살지를 못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각 개인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해야 건강한 생활이 될 수 있다. 왕성하게 뻗어 나간 덩굴성 식물은 찬바람이 나면 자기의 몸을 낮춘다. 계절의 결과인 열매도 서로 간격을 두고 햇볕을 맞이한다. 포도과인 개머루는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뿌리에서 물을 올린다. 이때 많은 물을 올리지 않으면 다음 계절을 보장할 수 없다. 모든 가지에 영양분을 보내기 위해 길을 닦아놔야 건실한 열매까지 갈 수 있다. 워낙 생명력이 좋아 봄에 가지를 잘라 물을 받으면 몇 리터를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간경화에 좋다 하여 이걸 마신다고 한다. 새로운 봄이 시작할 즈음에 자연은 온 힘을 쏟는다. 그러지 않고선 여름에 그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처음이 좋아야 한다. 나중에 좋을 수 있다는 건 처음에도 힘을 쏟고 중간에도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대기만성이 되는 것이다. 덩굴성은 하늘 끝까지 에너지를 올려야 하기에 인내력이 강하고 길다. 하눌타리도 높게 올라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 땅에 살아남기 위해 험난한 길을 해져 나가야 한다. 그 의지야말로 큰 그릇이 된다.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약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 결함은 곧 큰 언덕이 되고 만다. 하눌타리 야생화는 사람들에게 좋은 약으로 알려져 있다. 인내로써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기에 가능한 일이 되었지 않나 쉽다. 9월이 다가오고 있다. 나무와 나무에서 가을의 소리가 들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을의 서정이 서려 있다. 개머루 열매는 아직은 8월이 남아 있단다. 8월은 별자리가 선명하다. 특히 거문고자리에 직녀성별이 밝다. 음력 칠월칠일은 만남의 날이다. 만남은 그리움뿐이다. 그렇지 않고선 그 먼 거리에서 만난다고 하였을까. 하늘 끝 초록별 열매는 그리움의 사이를 두고 있다. 9월이 오면 서로 성글어진다. 계절이 바뀌어 지면 마음이 야윈다. 그러나 그리운 얼굴은 뚜렷하게 선명하다. 계절이 오면 어쩔 수 없지만 문득 다가오는 사람도 어쩔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