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더위로 이기는 것을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2022년 7월 19일(화)에 홀로 우산봉 정상을 향해서 발을 내딛는다.
날씨는 29℃. 제법 무더운 날이다.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등산화끈을 조여 매고 집을 나선다.
간단한 음료와 행동식을 준비한다.
우산봉 위로 먹구름이 있다. 비가 올지도 모르니 작은 우산이라도 챙길까하다 무게를 줄일 겸
배낭 대신 옆가방을 멘다.
우산봉. 우산같이 생긴 모양의 산이다. 573m 높이.
남쪽 줄기의 고만한 높이의 신선봉(572m)과 함께 당나귀의 두 귀처럼 나란히 남북으로 서있다.
세종특별자치시 독락정에서 남으로 바라보면 영락없이 우산 모양으로 펼쳐진 모습이다.
우산이니 양산이니 일산이니 할 때의 산(傘) 자의 한자 모양이 상형글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니. 헝겊 아니면 기름먹인 종이우산(지우산) 이었을 테지만...
아무튼 저 우산봉이 나를 손짓한다. 한 달에 한 두번은 신선봉과 우산봉을 번갈아 올라가 본다.
산정에 올라 멀리 계룡산을 바라보는 눈맛도 좋지만 그 산줄기가 이리 저리 굽이친 아래 동네들을 새처럼 내려다 보는 맛도 색다르다.
서쪽으로는, 계룡산이 용아가리 형국으로 동학사 학봉리, 상신리, 반포면 공암리 송국리 등을 앙다물고 있는 지형이다.
그래서인지 그 골짜기 물들을 모아 흘러내리는 냇물, 이름하여 용수천, 용수철 할 때의 용수, 곧 용의 수염이다. 용수천이란 이름이 갖는 의미가 범상치 않은데 그 용수천 냇물이 흘러내리는 곳 , 그 물막이에 안산동 산성이 수문장처럼 자리하고 있다.
우산봉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맛, 우산봉 보루에서 떠다 먹었을 약수터가 신선봉 줄기쪽으로 약 500여 미터 아래에 있고, 흔적골산성은 동북쪽 산줄기로 발아래에 있다.
우산봉 동쪽으로는 계족산성 일대와 식장산 줄기까지 훤하다. 그너머의 옥천 환산성까지도 보이니.
대전시가지는 말할 것도 없고.
날 좋은 날 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자꾸 오르게 되는 산이다. 정월 초하룻날 일출도 좋고.
비오는 날이면 산정을 감싸고 있는 흰구름 속에 있을 산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오늘, 이 더운 날씨에, 이 몸으로 도전해본다.
12:20분 출발. 기온은 29도. 손목에 손수건도 감고, 썬글라스도 쓰고... 씩씩하게 나선다.
마음 속으로 3단계 고개, 고비를 작정하고서.
흔적골산성 정자(435m)까지만 올라 가면 일단은 성공, 거기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물도 마시고...
우산봉 정상까지 도전이 가능하겠는지를.
- 지도와 사진으로 바라본다 -
(멀리 보이는 점 하나 산이 우산봉, 아래 점 두개가 흔적골산, 오른쪽 점이 아파트 단지 뒷산)
첫고개인 헬스 운동 시설이 있는 근처에까지 걸어올라간다. 군수사령부 철책 울타리와 구암사 길이 만나는 곳이다.
도착 직전에 우산봉 전설(세시랑 이야기)안내판을 다시 들여다 본다.
백제시대 때 이야기이다. 신라와의 싸움에 나간 세 아들을 그리는 에미의 마음... 꿈에 산신령이 들려주는 말, 우산봉의 세 시랑이 되었다는 소식에 그만... 신선세계에서 만난다는 그런그런 이야기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아들과 싸움터.... 죽음....
- 우산봉 전설 -
흔적골 산성까지 가기가 제일 힘든 구간이다.
성공이다. 13:25분이다. 한 시간 좀 더 걸렸다.
증명사진 하나 찍는다. 흔적골산이라고도 하고, 구절봉이라고 하고, 구암사에서는 연화봉이라고 하는데. 이름도 가지각색.
산 높이도 조금씩 다르다. 435m로 하자 수통골 도덕봉이 535m이니까, 딱 100m 차이가 나는 구나.
산성둘레가 희미하지만 조금은 남아있는 곳, 산성 중앙에는 민간인 묘가 떡 하니 자리잡고 이곳이 '명당 자리요' 하고 외치고 있듯이. 그 옆으로는 군부대 헬기장 표지가 있고.. 정작 산성 흔적은 줄기 서쪽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옛날 산성은 풍수지리상 명당 자리에 자리하고 있다고.... 풍수지리를 알아야 한다고...
그런데 흔적골이라는 이름에 고개가 갸웃둥 해진다. 흔적골? 왜 '흔적골'인가?
동네 사람들, 안산산성이 있는 어둔골에서 부르는 이름인가? 옛 산성 흔적이 있는 산이라서 인가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산성 흔적이 남아있는 골짜기의 산이라..... 맞거나 틀리거나.... 생각이다.
산성 문지로 보이는 곳이 안산동(어둔골) 동네쪽으로 났으니까 더욱 그렇게 의심이 간다.
-흔적골 산 정자-
-흔적골산성 서쪽 남벽 성 흔적 -
-대전산성자료지에서 (흔적골산성 사진들)-
흔적골 산성에서 내리막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오르막으로 들어서는 안부에 철조망이 처져 있고, 출입금지 안내문이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으스스.. (군부대 시설이 있는 곳이란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지나면 멋진 전망과 함께 본격적인 암릉이 나타나고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신선봉 줄기도 보이고 그 아래로는 국립현충원이 훤하게 보인다.
올라올 적 마다 묘역이 늘어나는 모습에.. 어떤 때는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 곳에 누군가가 묻혀야 되어야 한다는데 ...
북쪽 전망이 좋은 곳 . 포토존이라 할만한 곳에서 북쪽을 바라본다.
북쪽으로는 안산산성 너머로 금강이 둘러서 흘러가는 대평리 세종특별자치시 건물들이 보인다.
금년 6월 16일 사진으로 바라본다.
연두색 점 하나 부분이 안산산성, 국도 1번도로가 지나가는 다리 아래로 용수천이 흐르고 그 옆에는 밀다원 공장이 보인다.
연두색 두개의 점이 (안산동)'어둔골'. 동네가 남향받이로 자리하고 있고 한자로는 '어득운'리로 표기되어있다.
-안산산성과 그 안동네 어둔골 -
오늘의 목표 마지막인 정상. 우산봉이다. 14:05분 도착이다.
573.8m라고 새겨진 산 정상 표석이 불안하게 서 있다
아무려면 헬기장인지라 고정시킬 수 없겠지..
계룡산 동학사 골짜기가 구름속에 아스라하다.
- 우산봉 정상(계룡산 정상 쪽)-
우산봉 보루라해서 그 흔적을 더듬어 본다.
표석이 있는 바위는 통바위. 10여 미터가 넘는 절벽을 이루고 있다.
옛날(금년 3월1일)에 찍은 사진으로 들여다 본다.
능선 입구 정상 둘레길 안내판 아래에 대충 쌓은 돌담이 보이고..
서쪽 능선 남쪽 아래로는 약간 의심스러운 부분이 보인다.
-우산봉 보루 (성벽)로 의심되는 부분 -
우산봉 보루 흔적에 대한 자료를 대전산성분포조사지에서 찾아본다.
(좌측 시계 방향으로 : 1) 안산동에서 바라본 우산봉 보루 북쪽 모습,
2) 우산봉에서 대전시내 보기 3) 남벽이라는 부분
4) 북벽 5) 동벽 6) 서쪽 상신리 일부와 반포 공암리 일대
서쪽으로 난 능선으로는 안산산성 가는 표석이 서 있다.
1.94km 거리에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서 가야 한다.
-안산산성 누리길 안내표지석_
신선봉과 연결되는 능선에 약수터로 전설되는 곳, 보루에 근무하는 백제병사들에게는 더없는 생명수이었을 약수터.
가뭄 때에는 물이 말라붙기도 하지만... 우산봉에서 신선봉 쪽 능선으로 500여 미터 조금 더 지난 곳에서 만난다.
이름하여 '갑동이와 효자샘물'이라는 이름의 약수터.
-갑동이와 효자샘물 약수터 -
약수터 안에는 돌로 다듬은 확 같은 돌그릇이 있고, .... (2022년 6월 6일 사진에서)
물 한 모금, 간식으로 목을 축이고 되돌아서서 내려 온다. 도중에 두 서너 명의 사람도 만나고,,,,
30도를 가리키는 이 무더위에 그래도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사람을 만나니 말없이도 반갑다.
어떤 사람은 아는 체 인사도 해오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40분이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가뿐하다.
우산봉 정상을 되돌아다 본다.
(2022년 7월 20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