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무성하게 커 올랐던 쑥을 왜 그리 모으냐고 그녀들이 그랬었다.
모르겠다, 그냥 나는 쑥이 좋다.
엄마 생각도 나고, 떠나간 그 사람 생각이 거기에 합쳐지는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는 말을 하기가.....
딱히 그 뿐만이 아니어서 오래된 어느날의 나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또 있을 것이어서.
느닷없이 아침 일찍 그가 말했다.
"다음 주가 화곡동 어머님 생신인데, 요양병원에 다시 들어가셔서 잔치도 안 한다 하니
오늘 미리 가 보는게 어떨지... 일요일 아침이라 도로도 한산할 듯 한데 어때요?"
엄청 효율적인 삶을 사는 그의 제안인지라,
- 내일 모레 간다더니.
"생각해 보니 오늘 맘 먹었을 때 후딱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리고 성당 가는 시간에 맞춰 금방 나올 수 있으니 오랫동안 안 있어도 되잖아. "
- 그래요.
아침밥을 대충 챙겨 먹고 그렇게 집을 나섰다.
8시 15분쯤 되었나?
파리바게뜨 빵집 문을 열었으려나?
연양갱, 모나카 등을 사야 하는데.
당연히 열었을 거야. 그리고 이따 성당 갔다가 바로 운동 가려면 늦을지 모르니
우리 먹을 빵도 넉넉히 사고....
빵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히 오래 오래 사세요! 아들 000 며느리 000"
봉투 하나를 내민다. 이따 직접 주라고.
"대신 빵은 데레사가 사!"
- 네.
처음엔 세심한 배려가 좋아서 만났고,
살다 보니 그 배려가 지나침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다시 찬찬히 보니 그 배려심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고마움이기도 했다.
"맘 편안히 사시길...." 그가 특허낸 말 중의 일부.
판교 세 아이들의 잦은 전쟁으로 맘이 불편해도,
내색할 수 없고 공유할 수 없어 가끔은 섭섭할 때가 많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임을 감사히 여기자.
어른이 되어도 다 알 수 없는 삶을 알기에......
88세 된 성남의 어머님,
90세 된 화곡동의 어머님.
덕분에 기억 가득한 어머님이 두 분이나.....
애증으로 가득차 있어도, 한편 안쓰러운 분,
아들 하나 있는 것 멀리 보내고,
아들이려니 남은 손녀들에게서 대신 위로받고자 저토록 연연하는 것을
아무렴 이해해야지.
아들 여럿 둔 덕분에 투정할 자식이 넘쳐나는 분에 비하면
많이 안쓰러웁다.
다음 주엔 쑥설기를 많이 많이 해야겠다.
단골 방앗간에 쑥설기와 호박설기 가격을 물으니,
"그런데 쑥을 왜 말렸어요. 쑥 향이 전혀 없을텐데요."
- 저장을 오랫동안 하려니 어쩔 수 없었는데...
"어쨋든 다시 삶지 말고 말린 것 그대로 갖고 와 보세요."
사실 쑥 가격이야 얼마 되지 않는다.
마음과 정성을 거기다 온통 부여하고 싶은 것이지.
5, 6월 거두어낸 결실의 쓰임을 비로소 발견한 것에 대한....
병실 옆 침대의 할머니는 아들이 열 하나인데
올 때마다 떡을 해 와서 돌린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그럼 다음 주에 쑥설기 해 갖고 올께요. 나누어 먹기 좋게 낱개 포장해서.
단호박설기도 섞어서."
- 뭐하러. 냅둬.
대답은 그리 했지만, 당신도 그런 나눔 갖고 싶으신게다.
해야 할 일은 여기서 그만 멈추는듯 해도,
생각 여하에 따라 끝없이 시도되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생길인가?
잠 자는 시간만 빼고 움직이자.
몸과 마음 모두를......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누군가를 배려하면서....
"수련아, 우리 다음주에 쑥설기 해 먹자."
- 엄마, 오! 좋아. 쑥설기."
디어 마이 프렌즈 최종회를 보면서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울함을 벗어던지고,
매일 일어나는 일 하나 하나에 기적을 바라며
활기차게 사는 것이 우선임을 다짐한 오늘이다.
2016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