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로 서로 울고 웃는 세상
일상을 살면서 어르신들에게 매일 여쭙는 인사는 “오늘 하루 좀 어떠세요?”입니다. 친절한 미소와 손을 맞잡는 것도 은총의 선물입니다. 사제가 어르신 직원과 함께, 하루의 기도와 매일 미사 때 바치는 기억과 감사, 청원과 찬미의 고백(성사)은 우리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소중하고 거룩한 인생의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즉위 10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많은 도움을 준 지혜로운 노인들과의 만남을 하신 것과 가장 슬픈 기억으로 전쟁에서 죽은 소년들의 묘지 방문을 손꼽으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공동의 집인 지구 안에 가장 필요한 것이 ‘평화’이고, 인류와 교회에 대한 꿈은 ‘형제애로 서로 울고, 웃는 세상’이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노인사목 현장에서 기억합니다.
긴 세월 주교님의 비서 직무를 충직하게 사시고, 5년 세월 침대 위에서 침묵의 기도를 드리며 선종하신 한 노사제의 손때 묻은 십자가와 묵주를 묵상합니다. 젊음과 사목 열정을 불태우시고, 뇌 손상 반신마비의 십자가를 지고 사시는 선배 사제를 바라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8,35)
늙음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생활실과 성당, 휠체어와 침대, 질병과 치매, 상처와 고통, 기쁨과 희망 속에서, 부활의 여정에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따라 사시는 애달프고 거룩한 마지막 인생을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선배 사제에게 바오로 사도의 편지를 씁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께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1테살 5,16-18)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와 함께. 또한 사제(어르신)의 영과 함께.”
김봉술 신부(전주교구 데레사요양원 원장 겸 양지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