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르디움과 두산아트센터 그리고 극단 여행자의 닉 페인 작 성수정 역 양정웅 연출의 인코그니토
공연명 인코그니토
공연단체 코르코르디움·두산아트센터·극단 여행자
작가 닉 페인
번역 성수정
연출 양정웅
공연기간 2015년 12월 7일~20일
공연장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관람일시 12월 16일 오후 8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코르코르디움·두산아트센터·극단 여행자의 닉 페인 작(Nick Payne), 성수정 역, 양정웅 연출의 <인코그니토(Incognito)>를 관람했다.
<인코그니토(Incognito)>는 2014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영국출신 32세의 청년작가 닉 페인(Nick Payne)의 <별무리(Constellations)>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별무리(Constellations)>는 뇌종양을 앓는 여자주인공과의 사랑 이야기다. <인코그니토(Incognito)>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천재과학자와 그의 뇌를 보관한 토마스 하비 박사의 이야기다.
<인코그니토(Incognito)>는 달의 뒤쪽에서 월면(月面) 제1 사분면(四分面)의 칭동(秤動) 구역에 걸친 <어두운 평원>을 의미한다. 치과에서는 바른 치아를 만들기 위한 교정을 <인코그니토(Incognito)>라 칭한다. 이 연극에서는 치매증세를 두뇌의 <인코그니토(Incognito)>로 표현한다.
닉 페인(Nick Payne, 1984~)은 영국 요크 대학교 (University of York)와 센트럴 스쿨 스피치 앤 드라마(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서 극작을 공부했다. 로렌스 올리비에 신작희곡상, 로렌스 올리비에 우수 코미디 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극작가다.
무대는 하수 쪽에 대형 건반악기를 배치하고, 무대 중앙에는 한단 높이와 네 자 폭 그리고 스무 자 길이의 단을 사선으로 깔아놓았다. 원래 극장의 기둥도 출연자의 은닉장소로 사용되고, 극장의 객석과 무대 좌우 양쪽에도 객석을 마련해 출연자들의 호흡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좌석배치를 했다. 출연자는 관객과의 밀착된 공간에서 연기를 하고, 출연자가 관객의 발치에 앉아 다음 장면에 대비를 하기도 한다. 조명으로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4인의 출연자가 1인 다 역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대단원은 치매를 앓는 주인공의 대형건반악기 연주로 마무리를 한다.
연극의 내용은 1955년부터 2013년까지 천재 과학자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뇌와 관련된 이야기다.
1955년 4월 18일 새벽, 프린스턴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인슈타인은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시신을 화장하되 뇌를 해부해보라”는 생전의 유언 때문에 오전 8시에는 병리학자였던 토머스 하비(Thomas Harvey) 박사가 부검을 실시했다.직업적 탐구심이었을까 아니면 학문적 명예를 위한 욕심이었을까. 하비 박사는 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그대로 되돌려놓지 않고 일부를 개인적으로 보관했다. 이후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3달에 걸쳐 뇌를 200조각 가까이 얇게 저민 후 사진으로 촬영해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그중 12장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유족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하비 박사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설득을 했다. 동의는 얻어냈지만 직장에서는 쫓겨났다. 연구 윤리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자신이 가진 아인슈타인의 뇌를 반납하지 않고 일부 연구진에게만 조금씩 공개하다가 1998년 마침내 모든 조각을 프린스턴 대학병원에 반납했다.자료가 공개되자 뇌 과학자들이 연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언어와 수리를 담당하는 두정엽 부분이 일반인보다 15퍼센트 크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비 박사가 다른 연구자에게 넘긴 자료 중 45개의 조각은 2011년 필라델피아 역사의학도서관에 의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 잘라져 있었고 뇌 건강 상태는 나이에 비해 양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2013년에는 먼 웨이웨이(Weiwei Men) 중국 화둥사범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새로운 방식으로 추가 연구를 벌여 얻어낸 결과가 공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현대물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4편의 핵심 논문을 26세 때에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로 성공했지만 음악적인 소질도 뛰어나서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7세 이전에 악기를 배우게 하면 뇌 들보의 크기가 커져서 수학적인 능력까지도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무조건 암기만 시키는 방법보다는 악기 연주를 시키는 방법이 천재로 향하는 지름길임을 아인슈타인의 예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연극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토마스 하비, 뇌수술을 받고 기억에 문제가 생긴 헨리, 임상 신경심리학자 마사와 과학자의 연인 마가렛이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룬다. 현재와 까마득한 과거를 오가며 1인 다 역을 하는 출연진과 여인들의 담배연기 속에 전개되는 주인공의 치매증세, 그리고 청년시절과 노년시절을 동시에 연기로 표현을 하고, 어린 시절의 서투른 건반악기 연주와 말년에 가물가물하는 기억 속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하는 과학자의 연주에 이르기까지,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감성적 연기는 객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연출가 양정웅의 부인 윤다경이 임상 심경심리학자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감성 넘치는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김대진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보관하고 평생 연구를 하는 토마스 하비 박사로 출연해, 고수준 고품격의 연기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장지아가 관능미와 매력적인 연기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남윤호가 아인슈타인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건반악기 연주로 아버지인 명배우 유인촌의 뒤를 잇는 재목임을 증명하듯 출중한 기량을 드러낸다.
무대 양정웅,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조명 김성구, 음악 허 안, 소품 임정숙, 조연출 장지아, 무대감독 정종현, 조명작업 서동오, 음향·영상작업 김민정, 진행 최규리, 제작협력 극단 여행자,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여행자·코르코르디움·두산아트센터 제작기획의 닉 페인(Nick Payne) 작, 성수정 역, 양정웅 연출의 <인코그니토(Incognito)>를 연출가의 탁월한 연출력이 감지되고, 출연자의 출중한 기량이 기억에 길이 남는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2월 16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