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방앗간 오른쪽은 낡은 주택 같지만 외과 병원이 있던 자리다. 마을 사람들이 ‘강릉 최초의
병원’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유서 깊은 건물이다. 맞은편 파랑달은 명주동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파랑달이 4월 첫선을 보이는 ‘시나미, 명주 나들이’는 명주마실코스(
수~목요일)와 명주시나미코스(금~일요일)로 나뉜다. 시나미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시나브로의 강원도 말이다.
‘시나미, 명주 나들이’ 명주마실코스는 태블릿 기기로 마을을 구경한다.
명주마실코스는 마을 해설 미디어 트레킹이 주를 이룬다. 빨래터나 성벽 등 미리 촬영한 명주동
골목 영상을 태블릿 기기로 보며 마을을 구경한다. 영상에는 무월랑과 연화 낭자의 사랑 이야기가 거리 연극처럼 담겼고, 이야기꾼 김시습, 그래피티를 하는 허난설헌 등 강릉의 위인이 등장해 흥미롭다. 태블릿 기기를 보며 이동하니 지나가는 차량에 유의해야 한다.
명주동 할머니들이 가꾼 길가 화단 ‘작은정원’
명주시나미코스는 마을 해설사의 육성을 빌려 동네를 여행한다. 마을 해설사는 명주동 할머니들
이다. 운이 좋으면 그들의 이웃집인 옛 적산 가옥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가꾼 길가 화단 ‘작은정원’도 반갑다.
근대 의상을 입고 떠나는 명주동 여행 <사진제공:파랑달협동조합>
프로그램 참여 없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근현대 의상으로 멋을 내보자. 파랑달은 명주동 인포메이션센터 역할과 근현대 의상 대여소를 겸한다. 엄마와 딸이 ‘모던 걸’처럼 옷을 맞춰 입고 추억을 남겨도 좋다. 마침 명주동에는 근현대 의상과 어울리는 장소가 많다. 작은공연장 단이 자리한 다음 골목에는 적산 가옥을 활용한 카페들이 눈길을 끈다. 옛 풍경 속에서 시간 여행자인 양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었다 갈 만하다. 동쪽으로는 옛날 강릉의 정치 1번지 ‘청탑다방’ 주변이 포토 존 역할을 한다.
1940년대 방이 7칸 있던 여인숙을 개조한 카페 ‘칠커피’
남대천 가까이 1940년대 여인숙을 개조한 카페도 흥미롭다. 방이 7칸 있던 여인숙이 어떻게 카페로 바뀌었는지 살펴보면 한층 재미나다. 여인숙 맞은편에 무속인의 점집과 카페가 이웃한 모습 또한
명주동의 지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인쇄소 자리에 들어선 햇살박물관 내부
마을 사람들의 옛 생활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햇살박물관에 가자. 인쇄소로 사용하던 2층 주택이 2017년, 명주동과 남문동 주민의 생활용품과 소장품을 모아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마을 풍경을 찍은 흑백사진, 다이얼 전화기와 책상 TV, 옛 가수의 브로마이드 등이 향수를 자극한다. 햇살박물관은 ‘시나미, 명주 나들이’ 운영 시간 중심으로 개방하니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주인장이 낙타를 닮았다는 ‘카멜브레드’의 대파크림수프와 시골빵
햇살박물관 앞 남문길은 한적한 동네 도로 같지만, 과거에 시외버스가 지나는 대로였다. 가구점이 많아 가구거리로도 불렸다. 3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장칼국수와 해장국을 파는 집이 번화하던 시절을 증언한다. 빵과 수프를 내는, 주인장이 낙타를 닮았다는 아담한 가게와 상큼한 꽃집 등도 다정한 모녀처럼 자리한다. 나란히 걷거나 마주 앉아 봄 햇살을 누리기 좋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포호 <사진제공:강릉시청>
4월 강릉은 봄꽃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올해 강릉경포벚꽃잔치는 취소됐지만, 경포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