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와사비, 커피, "더워 못살겠다" 2022.08.12
망고의 맛은 달콤하고 새콤합니다. 한여름에 시원한 망고 주스 한 컵을 들이켜면 더위가 싹 달아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인들이 열대 과일을 즐겨 먹기 시작했고, 망고는 인기 있는 열대 과일 중 하나입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동남아로부터 망고 수입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제주도 등 국내 남해안 지방에 망고를 생산하는 시설 재배 농가가 적잖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외신에서 인도에 망고 흉년이 들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망고 하면 필리핀이나 태국을 떠올리게 되는데 왜 인도 얘기가 나오는가 의아했습니다. 사실을 알고보니, 인도는 '망고의 나라'입니다. 인도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망고를 즐겨 먹는 민족입니다. 세계 망고 생산량의 50%를 인도가 차지합니다. 인도 망고는 영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부유한 유럽 및 중동 국가로 수출됩니다.
올해 인도에 망고 흉년이 든 이유는 망고 생산지인 인도 북부의 폭염 때문이라고 합니다. 열대 과일이 더위 때문에 흉작이라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망고 개화기인 3월 날씨가 망고 열매 착과에 중요하다고 합니다. 망고 농사에 최적 기온은 25℃입니다. 그런데 망고 개화기인 지난 3월 인도 북부의 평균 기온이 33℃, 최고기온 40℃를 기록했습니다. 망고 꽃이 과일로 영글기 전에 시들어 버린 겁니다. 게다가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나마 달렸던 망고도 익기 전에 떨어졌습니다. 한마디로 기후변화 탓이라는 얘기입니다.
인도에서 망고가 더위로 흉년이면 동남아의 다른 지역에서 망고가 잘 자라고, 기후가 더워질수록 한국의 망고 시설재배는 더 잘될지도 모릅니다. 인도의 망고 흉년으로 망고값이 오르면 다른 망고 재배지역은 덕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인도 망고 재배 농민들은 헐값에 밭을 팔거나 다른 작물로 대체할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와사비 재배가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와사비는 일식집의 최고 양념 소스입니다. 생선회를 즐기는 한국인들에게도 그 알싸한 향미에 익숙해져버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시즈오카현의 산비탈 경사지에서 생산되는 와사비를 최고로 쳐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름에 38℃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잎이 마르고 뿌리가 썩어 버린다고 합니다. 일본의 와사비는 400년 넘는 전통 농가에서 대를 이으며 재배되어 왔고 양념 제조법이 발달되어 왔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작황이 나빠지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농사에 관심이 엷어지는 젊은이들이 와사비 가업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커피 원두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브라질의 기후변화로 커피가 흉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커피나무는 열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이어서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브라질만 아니라 동남아 에티오피아 남미 등 커피 재배지역의 기후패턴이 달라지면서 흉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이 기후변화 모델을 토대로 커피 재배지 변화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그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의 대표 품종인 아라비카 재배지 여건이 2050년까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고 합니다. 영세한 커피 농가는 여기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커피 원두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 따라서 서울에 있는 카페의 커피값도 계속 오를 일만 남아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인도의 망고, 브라질의 커피, 일본의 와사비의 흉작에서 우울한 신호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과일과 기호식품이 망고, 와사비, 망고뿐이겠습니까. 종국에는 쌀, 밀, 옥수수 흉년도 더 잦아질지 모릅니다. 이 세상 온갖 초목이 더워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칠 것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견딜까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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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