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과 뽕나무속에 속한 뽕나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팀이 국내 자생식물인 뽕나무를 이용한 새로운 항암 물질을 발굴했다. 이 항암 물질은 암세포의 생장을 돕는 단백질을 제어해 암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되도록 유도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은 성낙균 화학생물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경 동국대 약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뽕나무 뿌리 추출물에서 고형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항암 물질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리서치 저널' 10월호에 게재됐다.
고형암은 단단한 형태의 악성 종양을 말한다. 암의 70~80%가 고형암이다. 악성종양은 암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암세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포 내부에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저산소 상태가 된다.
일반 세포는 저산소 상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멸하지만, 암세포는 저산소 상태에서도 성장한다. 단백질 'HIF-1α(에이치아이에프-원 알파)'가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HIF-1α 단백질을 제어해 암세포가 생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을 찾았다. HIF-1α 단백질이 새로운 항암 표적 단백질이 된 셈이다.
연구팀은 뽕나무 뿌리 추출물인 '모라신-오(Moracin-O)'에 HIF-1α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다양한 천연 자생물로 시험하던 중, 모라신-오 구조를 가진 뽕나무같은 식물에 HIF-1α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새로운 항암물질 'MO-2097'을 내놨다. MO-2097을 실제 대장암 환자에게서 유래한 인공장기(오가노이드)와 암세포를 체외에서 3차원 구조로 구현한 '스페로이드'에 적용한 결과, MO-2097은 HIF-1α의 활동을 억제하고, 저산소 환경에 있는 암세포가 사멸되도록 직접적으로 유도했다.
연구를 주도한 성 책임연구원은 "MO-2097은 암세포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이 적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HIF-1α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 연구가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파이프라인(연구·개발 프로젝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단연구지원사업 및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 생명연 주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