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비 내리는 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 짜자자잔 ~
우리 같은 나이 지긋하신 중년들의 애창곡 최백호의 " 낭만에 대하여 " 첫소절이다
이 노랜 가사가 중년들 맘을 어필하기 충분하고 가락 또한 처량하게 들려서 좋아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사실 이 노랜 50대 이상의 애창곡이지 젊은 사람들은 이 노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을 것이다 ! 가사부터 노땅티가 물씬 풍기니 말이다 ㅎㅎㅎ
근데 이 노래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한가지 있다 도대체 "도라지위스키" 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 도라지표 위스키를 말하는지 ? 도라지 성분을 넣은 위스키를 말하는지? 아니면 최백호씨가 노랫가락 흐름상 나름대로 갖다 부친 가사인지 ?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도라지위키란 녀석 전혀 터무니 없거나 근거없는 존재는 아니더라 이러한 웃지 못할 사연을 간직하고 있더라 조금은 서글픈 , 조금은 애달픈 그런 사연을 ...
우리에게 위스키란 존재가 처음 알려진 건 구한말이며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온통 풍비박산났던 시절 미군 PX를 통해 위스키란 것을 난생 처음 접하게 되었고 소문에 소문을 타고 암암리에 한 두병 씩 유통되던 것이 나라 전체로 빠르게 번져나갔단다 ㅡ 물론 누릴 수 있는 일부 특정 계급에 국한된 얘기겠지만!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난생 처음 맛보는 혀끝의 달콤함을 어찌 외면할 수 있었겠는가 실로 한번도 경험치 못한 삶의 희열이었으리라 ... !
당시 미군들의 위스키와 더불어 유행에 불을 댕긴 녀석이 있었는데 그 놈이 바로 일본 산토리회사의 "토리스위스키" (Torys)였다고 한다
바로 요 녀석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는 토리스위스키를 그냥 두 손 놓고 바라볼 수만 있었겠는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 베끼기 잘하는 민족 아닌가 ? ㅋㅋㅋ
하여 국산 짝퉁 토리스위스키가 탄생하게 된단다 ㅡ 부산에 적을 두고있는 동양주조라는 회사
당시만 하더라도 전쟁의 상흔이 체 가시지도 않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나라였으니 상표법이니 짝퉁이니 특허권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기나 했겠는가 상표법이란 게 무엇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한마디로 까막눈을 가진 시절이었을 것이다
하여 짝퉁을 팔아 재미를 보던 동양주조는 일본 산토리사의 제재를 받게되고 급기야 사장이 구속되어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낳게된다 그제서야 남의 상품을 함부로 도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게된 동양주조사장은 출소 후 자신만의 특성을 가진 독자적인 위스키를 내놓겠다는 신념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그게 바로 "도라지위스키" 였다 ㅎㅎㅎㅎㅎㅎ
토리스위스키나 도라지위키나 ??!! 도진개진 오십보 백보 거기서 거기다 ㅎㅎㅎㅎ
당시 광고문구란다 !
신성일씨 모델의 68년 도라지위스키 달력
해서 교묘하게 상표법위반을 벗어났고 계속해서 고속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위스키판매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자 결국 경쟁업체를 낳게 되는데 "백양위스키"와 "쌍마위스키"를 탄생시키는 결과물을 낳는다
60년 대는 이 트로이카 위스키체제가 탄탄대로를 걷게된단다 ^^
물론 세 위스키 모두 이름만 위스키였지 전부 짝퉁이었다 위스키원액은 한방울도 안 들어있고 희석식 소주에 색소와 향료만을 첨가해 만든 가짜위스키였다 도라지완 아무 관계도 없고 ...
그래도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판매고만 올리면 그만인 것을 ! 날개돋힌 듯이 팔려나가는 위스키삼총사들 ㅎㅎㅎ
70년 대로 접어들면서 일대 중흥기를 이루는데 Jr , 죠지드레이크 , 인삼위스키 등이 출시되면서 60년 대 위스키 삼총사의 아성을 무너뜨리게 된단다 하여 문제의 도라지위스키는 더이상 설 곳을 잃고 도태되고 만다 그리하여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추억의 도라지위스키 이름마저 아스라히 잊혀졌던 그 위스키를 가수 최백호씨가 일깨워주신 셈이다
사실 50 ~ 60대의 중년들 조차 이 도라지위스키를 기억하지 못한다 고희를 넘기신 어르신들 연배나 되어야 기억하고 계시리라 ...
20%의 위스키원액울 포함한 70년 대 위스키 ㅡ 만약 위스키 원액이 20%를 넘을 경우 200%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았다고 하니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으로 기술력 부족보다는 세금이 무서워 원액 100%위스키를 안 만들었다고 한다 !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캡틴Q 나 나폴레옹도 정식 술이 아닌 "기타제재주" 란 이름으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하여 당시를 기억하시는 분들께선 마시고난 다음날이면 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중을 느끼셨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신다 ㅋㅋㅋㅋㅋ ㅡ 기억이 새록새록 ~ ^^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80년 대에 100% 위스키원액을 자랑하는 대한민국표 위스키가 탄생하는데 그 삼총사가 VIP , 섬씽스페셜 , 패스포트 이다
뭐 80년 ~ 90년 으로 이어지는 경제호황기 때 탄생한 요 녀석들 때문에 돈 꽤나 뿌리셨을 것이다 룸싸롱 방배동카페촌 또는 접대자리나 중요 만남자리엔 꼭 요 녀석들이 등장했다 ㅡ 일종의 유행이었고 문화였다 ! ^^
90년 대 들면서 더욱 기술이 발달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는 위스키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윈저 , 임페리얼 , 스카치블루가 그 대표주자들이다 !
하지만 ...
달도 차고나면 지는 법이라고 했던가 !? 거칠 줄 모르고 잘 나가던 시절 금융위기라는 암초를 만나게 되고 우리의 생활패턴 전반에 걸쳐 바닥부터 다시 쌓아올려야 하는 어려운 삶이 요구되었고 주류문화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살아왔던 자만감이 일순간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된다 하여 그 많이 찾던 양주도 소주나 맥주 막걸리 등으로 다변화하고 양주소비의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
뭐 요즘이라고 찾는 사람이 전무하겠는가만 예전 양주의 인기를 회복할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양맥폭탄주는 소맥으로 대체되었고 80 ~ 90년 대 마시던 음주문화와는 많이 달라졌다 절제할 줄 알고 건강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
번외로 퍼뜩 떠오르는 도라지라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도라지담배" ㅎㅎㅎㅎ
하여 또 검색해봤는데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도라지성분은 제로이고 특유의 향 또한 도라지향이 아닌 곽향에 아로마향을 가미한 것이란다 !
하긴 피울 때마다 " 이게 도라지향 맞나 ? 아닌 거 같은데 ??? " 란 혼자말을 되뇌이곤 했으니 내 예민한 코가 정확하게 향기를 감지한 셈이렸다 ! ㅎㅎㅎ
이미 옛 도라지는 단종되었고 2000년 부터 "도라지 연" 이라는 후속품을 생산 판매중이란다 하드케이스에 보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재생산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의외로 많진 않지만 소수의 고정팬들을 외면키 어려워 재생산을 결정하게 되었단다 !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 ㅎ
야심한 밤 현재시간 자정을 넘긴지 벌써 35분
비록 도라지위스키는 아니지만 맥주 두 캔과 맛동산으로 한시름 우수에 젖어본다 외로워서일까 ? 아니면 쓸쓸해서일까 ?
첫댓글 행운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은 실제로는 운이 아니다.
기회를 붙잡고 책임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하워드 슐츠 -
늘 즐겁고 健康 하시고 幸福 하시기 바랍니다,
하하..
참 좋네요
추억의 도라지위스키, 옛날생각 나네요.감사합니다.
도라지 위스키를
아세요?
@루시 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