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
부활을 위해 겨우내 새둥지인 기아에서 땀을 쏟은 심재학(32)이 시즌 개막에 앞서 불공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2일 휴식일을 이용해 어머니와 함께 경남 하동에 위치한 쌍계사에 들러 불공을 들였다. 불교신자인 터라 비시즌에 사찰을 즐겨 찾았지만 쌍계사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즌을 앞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특별히 선택한 것이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창건된 고찰로 이름이 높다.
심재학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후회없이 정말 열심히 했다. 개인적으로는 땀의 결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고 팀에도 좋은 일이 있게 해달라고 불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올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때문에 보란 듯이 대박을 터뜨리고 ‘심재학이 이적한 첫해 소속팀이 우승한다‘는 러키보이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불명예를 간직한 기아에 재창단 후 첫 우승의 열매를 안기기를 바란 것이다.
자신의 도리를 다하고 조용히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드린 불공이었다.
사실 그는 이번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부활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얼굴때문에 ‘원주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훈련에 매달렸다. 두툼했던 뱃살도 쏙 빼고 역삼각형의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타격폼도 나이에 맞게 약간 수정해 지나치게 컸던 테이크백 동작을 간결하게 해 정확성과 파워를 높였다.
시범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바로 앞에 둔 시범경기 후반부터 제 궤도를 타며 활약을 예고했다. 공격에서는 타율 0.278, 2홈런(공동 8위), 9타점(공동 7위)으로 제몫을 했고 수비에서도 예의 강한 송구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매년 개막을 앞두고 사찰을 찾았지만 ‘땀은 정직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드린 불공이라 ‘약속의 땅’ 광주로 되돌린 그의 발걸음은 어느해보다 가벼웠다.
윤승옥기자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