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난 돌보미
주일 차량 운행 후 전주 삼성 장례 문화원 조문을 갔다.
호상으로 자녀 손이 많았다.
5년 동안 부친을 극진히 모신 목사님의 효심이 빛났다.
상급의 주인공으로 요즘 자식은 아니었다.
비위가 좋아 집에서 대소변을 받아냈다.
자칭 장수 식품으로 라면, 홍어, 고기, 믹스 커피, 설탕을 즐기셨단다.
2년 전, 루디아와 같은 어머니를 보냈다.
아버지에게 천국 소망을 심고 구원의 확신을 갖게 하셨다.
생전에 자녀 손들 다녀가도록 일정을 잡았다.
임종은 목사님이 지켰다.
시부를 섬긴 사모님 사랑도 귀하게 보였다.
부부가 어르신 공경의 교과서였다.
98세로 떠난 장로님은 여한이 없었다.
큰 사랑 쏟은 막내아들 집례로 입관 예배를 마쳤다.
유족이 전한 마지막 인사말에 위로가 넘쳤다.
내 어머니 병상 그리며 후회 없는 효 다짐으로 나섰다.
종일 어머니 곁을 지킨 동생과 자리를 바꿨다.
옆 할머니가 초저녁인데 ‘뭔 남자가 간병하냐?
그 엄마도 엄마지? 잠을 잠 수 없네.’구시렁거린다.
어머니가 독불장군이니 신청 말라는 눈치다.
첫인사부터 받지 않고 핸드폰이 없어 의문을 샀다.
침대 머리카락을 떼어 내려고 형광등을 켰다.
‘이 쬐깐 방에 불이 3개라 뜨겁네?’
그 성품 알고 간호사도 허락받고 스위치를 올린다.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는데 ‘워메, 시끄러워 죽겠네?’
뒤통수를 치기에 소리를 죽였다.
‘어머니, 일본 동생 다녀간 후 일이 손에 안 잡혀 나온 데요.
항공권 끊어 주면 좋겠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2만 원 찾아 윤정이네 돌려 달라’는 거였다.
8년간 사랑방으로 내주며 이웃 돌본 어머니,
입원 전날 찾아와 베개 밑에 넣은 것이 전부였다.
입만 열면 아들딸 돈 잘 벌어 용돈 준단 말이 서운한지 독종이란다.
‘어머니! 제 잘못 없는가요?’
‘너무 잘했어! 조선팔도에 없는 아들이여.’
속으로 ‘원래 자기 똥 구린 줄은 모르는 거예요’ 했다.
‘어머니!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외로웠지요.
두 아이 데리고 광주 이사 올 때 모셔야 했는데..
어머니 나이 먹고야 깨달았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때 애들 보고 싶어 엄청 많이 울었어!’
눈물이 비쳤다.
손을 잡고 흐느꼈다.
‘어머니! 왜 이리 힘이 없어요.
방앗간 사다리 오르내리고 벨트 씌우는 여장부였지요.
말질하고 쌀가마 리어카에 실어 오르막길 배달 나갔지요.’
‘응, 밥도 굶고 일했어.’
‘우리도 엄마 기다리다 굶고 잘 때가 많았어요.
아버지 술 드시고 누어 버리면 뒤치다꺼리 밤새 했지요.
어쩌다 대못에 왼발 찔려 고생하셨어요.
한식 아버지는 왜 죽었어요.
어린 개똥이는요?
변센과 아버지 나이 차이 많지요?
어떻게 그리 친했어요.
어머니가 그 아들 금자 누님에게 중매했지요.’
‘15년 근속 금반지를 어머니에게 끼워 드렸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내 반지와 합해 침대에 뒀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어.
손버릇 나쁜 할머니!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못 오게 했어.’
소소한 일도 알렸다.
아파트 관리비, 신용 회사 수수료, 목포 시찰회 모임..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커피 대접하란다.
‘세일 가격 70만 원 준 옷 맞는 이 찾아 주어..’
영양제를 자주 맞아 화장실 횟수가 늘었다.
부축해야 가능하기에 ‘단축키 1번 누르라’하고 기도 후 나섰다.
이튿날, 카드와 주민증을 챙겨 새벽 기도하고 페달을 밟았다.
뒷골목 길로 10분 거리다.
포돕씨 일어나 벽시계 보셨다.
‘잘 주무셨어요.
분홍색 아주머니 도움으로 화장실 갔어. 참 잘해!’
그분께 목장 요구르트를 건넸다.
자식이 귀하게 대하면 다 소중히 여겼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어머니를 닦았다.
산발한 머리카락을 잠재우고 빗질하면 눈이 커 보인다.
손과 발도 문지르면 휴지통 비운 아줌마가 ‘뭔 발이 그리 이쁘다요.’
‘예, 아가씨 발보다 예뻐요. 흠과 티, 각질이 없어요.’
‘효자네요.’
왼발이 부어 주무르면 부기가 빠진다.
침상 양치질 돕고 대야에 받는다.
찰떡같은 거래도 화장지로 닦아낸다.
‘코딱지만 화장실이 더럽다’기에 걸레가 닳게 만들었다.
식전에 뭘 내밀어도 고개를 흔든다.
꿀에 도라지 가루도 한 번이다.
속에서 받지 않은 모양이다.
밥은 컵에 한 숟갈 말아 약처럼 마신다.
숟가락으로 떠 넣으면 물로 삼킨다.
문제는 영양 공급! 경관 식을 권하는 중이다.
식사량이 적어 약 복용이 고역이다.
헛구역질로 ‘어서 가면 좋겠다. 이렇게 살아 뭐해!’ 하셨다.
‘친할머니도 5년 병치레하고 가셨어요.
그 해 할머니 동네로 이사할 때 대동 떡이 막내 안고 갔고요.’
끄덕이며 옆 할머니 밥숟갈에 놀란다.
그 식판 치우면 ‘놔둬요! 아주머니가 하게..’
이틀 전, ‘빨래 바뀌었다’고 난리였다.
약만 늦어도 야단인 2인실 터줏대감이다.
리모컨 머리맡에 두고 여자 골프, 당구, 야구 경기 시청을 즐긴다.
동생에게 침대 열쇠 물었다기에 더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달리기 흐름을 깨고 늦은 아침 먹는데 카톡이 울렸다.
‘목사님, 입금 확인했습니다. 감사 편지 보내겠습니다.’
동생 교회서 사택 화제 지원 송금에 ‘힘내세요!’로 응했다.
화요 요양병원 예배! 장모와 모친을 같은 병원에서 예배드린 자 있을까?
요구르트를 내 호주머니에 넣고 다독거린 장모님 손을 잡았다.
바쁜 날, 통신사 변경으로 박 권사님 폰 요금을 낮췄다.
6백만 원 러닝머신 사 내라는 후배와 밥을 먹었다.
몸살 앓은 강 권사님께 죽 배달을 갔다.
손녀, 손자 문방구 동행하여 선물 고르고 청소년 수련관서 뛰었다.
‘생명 샘’ 편집하여 발송을 마쳤다.
일주일이 짧았다.
2024. 5. 4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