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무리를 해서 그런지 온몸이 쑤셔서 잠을 설쳤습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8시 30분) 뜨거운 인스커피와 해남고구마로 만든 맛탕을 먹고
습관처럼 원고를 보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편백나무숲에는 올라가지 않고 이곳저곳 구경을 했습니다.
안주인이 정성스레 키우고 있는 모종들
달보드레숲을 지키는 개(영화)
왜 영화냐고 물었더니 부귀영화의 영화랍니다.
보기는 저렇게 무서워 보여도 아주 순한 녀석.
오전11시 오늘 가기로 했던 목포로 고고!
달보드레숲 안주인은 해남에서 목포 가는 길이 엄청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30분 이상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사진으로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았는데
너른 붉은색 황토밭이 정말 환상적이더라구요.
끝없이 펼쳐지는 이 황토밭에 주로 배추와 고구마를 심는다고 합니다.
신기한 건 황토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는 거예요.
이 너른 밭의 특징은 평평하지 않고 구릉 형태라는 것.
그래서 기계농이 어렵다고 해요. 모두 손으로 지어야 해서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큰일이 난다고 합니다.
구릉 형태의 밭에서도 작동 가능한 작업차가 한시 바삐 개발되어야 할 듯.
해남 지방의 특징은 땅이 넓다는 것.
그런데 이 땅들이 모두 간척지라는 거예요.
옛날 해남 사람들은 몇몇 정도가 벼슬에 관심을 가졌고, 나머지 사람들은 부의 축적에 역점을 두었다고 해요.
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땅을 많이 가지는 것.
토지를 사거나, 간척을 하여 토지를 만들어 소유하는 방법이 있었답니다.
우리가 익히 하는 윤선도는 원래 부잣집에 태어났고 외가쪽 재산도 물려받아 엄청난 자산가였는데,
그럼에도 땅을 넓히는데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안주인은 역사책을 많이 읽어 척척 이야기가 나옵니다.
해남에서 목포 가는 길에 만난 풍경은 겨울임에도 이렇게 예쁜데
초록초록 봄에는 또 얼마나 몽환적일까요?
목포에 도착하니 12시 넘었어요. 오늘의 점심 주제는 낙지!
낙지세트 메뉴를 시켰더니 밑반찬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산낙지가 나오네요.
싱싱한 낙지
그래서 꼭 나무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대요. 그래도 잘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저는 낙지로 만든 음식은 좋아하지만 산낙지는 즐기지 않는 편. 이번이 두 번째인데 싱싱해서 그런지 쫀득쫀득, 쫄깃쫄깃 맛있었어요.
두 번째로 나온 낙지전
곧이어 낙지탕탕이
이 탕탕이는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맛있었어요.
"선생님, 목포에서는 낙지 실컷 드시고 가셔야 해요."
달보드레숲 안주인의 말씀.
사실 북쪽지방에서는 이렇게 싱싱한 낙지 먹기 쉽지 않아요.
낙지초무침.
밥 한 공기 중 반 공기는 이 초무침을 넣어 비벼먹고(음식점 주인이 하라는 대로)
나머지 반 공기는 이 연포탕에 말아 먹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연포탕은 그냥 떠먹었어요. 칼칼 시원하니 맛있네요.
점심을 먹고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둘러보기로 했어요.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구도심에 있어요.
1897년 목포가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하면서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치한 각국 거류지 지역입니다.
조선 시대 군사 시설인 목포진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 해안가를 간척하여 근대 시가지를 형성한 것.
지금도 당시의 바둑판식 도로 도로 구조와 근대 건축물이 원형대로 잘 남아 있는 공간입니다.
개항 당시 목포 각국 거류지의 총면적은 약 22만평인데, 이 중 핵심에 해당하는 지역을 등록문화재 718호로 등록하였습니다.
이 일대에는 국가 사적으로 지정한 구 일본 영사관을 비롯하여, 경제 수탈의 상징인 구 동양 척식 회사 건물, 일본인들이 다녔던 학교와 교회, 일본식 민가,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시설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식민지 수탈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 부두 노동운동, 소작쟁의, 의병, 항일 운동 등 민족의 저항 역사가 숨쉬는 곳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음식점에서 가까운 구 동양청식주식회사 목포지점(근대문화역사관 2관)부터 보기로 했어요.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본이 한국 경제를 침탈하기 위해 1908년에 설립한 특수 회사.
일본인의 이주 지원, 식민지 자주 육성, 농장 관리, 금융 등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목포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일제강점기 건축물로 식민지 수탈의 상징 공간입니다.
당시 사용하던 대형 금고.
일제의 수탈 역사와 자료를 보고 난 후
마지막으로 애국열사들을 만났어요.
어느 지방이건 자기 고향을 위해 몸 바치는 열사들이 있네요.
구 동양척식회사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카페.
120년된 적산가옥이라는 팻말로 영업을 합니다. 하지만 자기 손님들만 사진을 찍도록 허락.
일제강점기 시절 구 목포 부립 병원 관사로 사용했던 일본식 고급 주택이라고 합니다.
카페 밖에서 찍은 적산가옥 2층.
이번에는 구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향합니다.
근대문화역사관 1관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올라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
유달산 기슭에 세워져 있는 구 일본영사관.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
기념관 입구에 세워져 있는 그 시절 거울.
1층, 2층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니 눈에 띄는 곳.
구 목포부청 서고와 방공호.
왼쪽에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목포부 청사의 별관인데 서고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방공호
들어가는 입구
유달산 밑의 이 방공호는 일제 말기인 1944년~194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모습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해 놓았어요.
왼쪽 벽에 쓰여진 글씨를 보면 당시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얼마나 고향으로 가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어머니가 보고 싶었을까요.
이제 남은 일정은 두 가지!
하나는 세월호 선박을 만나러 가는 것.
나머지 하나는 목포 해양케이블카를 타고 낙조를 보는 것(이 코스는 목포대 교수님이 강추한 것)
목포 신항만으로 가는 길
멀리 보이는 세월호.
4시 30분까지 도착하고난 후 신분증 제출하고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4시 50분.
안내원 남자가 아주 퉁명스럽게 대하네요.
"시간이 늦었으니 들어갈 수는 없으니 그냥 멀리서 보고 가세요." 하고 친절히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2014년 4월 16일...
그 날을 어찌 잊으랴.
세월호 인양 작업은 2017년 4월 11일 완료되었지만 참사 원인 규명은 주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왜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걸까요?
국민들은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데... 누가 그 진실을 은폐하는 걸까요?
최근 일어난 계엄사태도 그렇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목포해양케이블카 타기!
강추하는 분들의 공통 의견은 산과 바다를 넘나드는 케이블카이기 때문에, 또 최고의 낙조를 볼 수 있기 때문에라니
가봐야하겠죠.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세 군데서 탈 수 있는데 우리는 북항으로 갔습니다.
북항-> 유달산 -> 고하도. 이렇게 가는가 봅니다.
안내문을 또 읽고 또 읽고....
드디어 탑승 시작!
빨간색은 바닥이 안 보이는 것이고 하얀색 케이블카는 바닥이 크리스탈이어서 아래가 훤히 보입니다.
물론 하얀색이 가격이 좀 나갑니다.
출발!
역시 아름답네요.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집도 보이고, 다리도 보이고....
고하도에서 내렸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에서 내려 커피 한 잔을 마셨어요.
어떤 사람들은 유달산 밑으로 내려가 산책을 하다 다시 오기도 하네요.
아무튼 7시 전에만 다시 타면 됩니다.
유달산에서 북항으로 돌아오는 길.
그동안 해가 완전히 져서 또다른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조명 받아 더 멋있게 보이는 기암괴석.
저녁 낙조에 맞추어 케이블카를 탄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달보드레숲 안주인은 목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음식도 맛있고, 바다와 산, 도시가 함께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목포대학교에 계시는 교수님에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저녁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황금밥상이라는 음식점에서 먹은 모듬생선정식.
반찬도 다 맛있었고 특히 시래기국과 나물, 물김치와 샐러드가 입에 딱 맞았어요.
은근히 입맛 까다로운 저...
생선을 무척 기대했는데 그건 중간 정도?
반나절 목포여행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 달보드레숲 안주인은 신안 쪽 '천사대교'를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시간 관계상 못 갔습니다.
언젠가 가 볼 날 있겠지요?
첫댓글 좋은구경 하루!
혼자여서 먹는 건 좀 힘들었지만 그 외엔 다 좋습니다!
사진 이뻐요
육안으로 보는 거보다 예쁘지 않을거다 했는데
사진 👍
글을 잘 쓰신 건가요^^
사진으로 보니까
많이 다녔네요
알찬 여행
오늘 안내도 해주시고,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시고 두루두루 유익하고 알찬 여행이었어요^^
처음엔 분명 피곤했다로 시작했는데
이게 하루 일정이었다고요? 와...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인천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됐어요.ㅋ
목포를 좋아하는 안주인 덕분에...
인천과 거의 비슷해요.(인천이 훨씬 남아 있는 근대유적이 많은 듯)
델루나 호텔 촬영한 일본영사관 건물 보러 온 젊은이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목포 낙조가 멋있고 야경도 훌륭합니다 ☆
목포 사시는 분들이 꼭 해상케이블카를 타라고 강추하더니만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