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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 현장을 지켜 보기 위해 1일 시복식이 거행된 성 베드로광장과 화해의 길(Via della Conciliazione)에 150만여 명의 순례객들이 모여 들었다. 대형 중계 화면에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시복식미사 중 강복을 하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
살아서는 전 세계 가톨릭 신앙인들로부터 존경 받은 교황으로 활동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후에 성인이 되기 위해 거치는 복자의 반열로 올라 우리 곁으로 왔다.
세상이 메마르고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기아와 인간 차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랑과 평화와 용서에 목마른 사람들의 마음에 거룩한 분으로 다시 오신 요한 바오로 2세 복자는 생사를 초월하여 사랑과 평화와 용서라는 지고지순의 메시지를 전하는가.
5월 1일 잔뜩 찌푸려있던 바티칸의 하늘은 시복식이 시작될 무렵부터 뭉게구름을 띄우더니 시복식이 진행되는 동안 푸른 호수처럼 일렁이고 바티칸 베드로 성당 앞 광장에 운집한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복자로 오신 임을 축하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순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복식을 주례했다. 1일은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정한 하느님 자비주일이었고. 또한 교황은 지난 2005년 하느님 자비주일 전날 밤 서거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하늘 땅 끝까지라도 전해질듯 우렁찬 성가가 울려 퍼지며 시복식이 시작됐다. 베드로 성당 전면에 걸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자 여기저기 순례자들의 흐느꼈다. 그것은 슬픔과 고뇌가 아니라 기쁨과 존경이 북받쳐 터져 나오는 절실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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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복 선언 직후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으로 파킨슨씨병에서 회복된 프랑스 마리시몽 피에르 수녀(오른쪽)와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했던 폴란드 토비아나 수녀가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담긴 은제성유물함을 봉헌하고 있다. 이 혈액은 복자의 선종 전, 수혈에 대비해 채혈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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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선언을 하고 있다. |
지난 2005년 선종 직전 채취됐던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복자의 유해로서 제대 앞에 옮겨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눈가가 감격에 겨워 흔들렸고 바티칸 시국 전체가 드높은 기도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어 로마교구 교황 총대리 아고스티노 발리니 추기경이 청원인과 함께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하느님의 종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청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 청원을 받아들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복자라 부르고, 10월 22일에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고 반포하자 전 세계 순례자들이 각 나라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전 세계 가톨릭 신앙인들 및 종교는 달라도 고인의 인격에 감화를 받은 사람들이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비바파파!(viva papa:교황 만세)"를 외치는 순례자들의 감격어린 모습 속에 하느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가 “두려워하지 말라,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어젖혀라”고 격려했던 말씀이 세계를 향해 울려 퍼지는 듯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순례하는 목자’라고 불릴 만큼 재임 기간 동안 전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목방문을 104차례나 해서 지구를 30바퀴 가까이 돌았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자신을 죽이려던 자를 용서하고 2천년 가톨릭교회의 오류를 전 세계인들을 향해 용서를 빌고 화해를 청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랑이 순례자들의 행복한 표정을 통해 세상에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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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을 앞두고 로마에 도착한 한국 순례단은 현지에 도착하며 바티칸 인근에 서성이는 수많은 인파들을 보며 입장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폴란드에선 걸어 다닐 수 있는 신자 200만 이 참가하리란 얘기가 들려오고 전 세계 순례자들로 로마시내는 몇 달 전 부터 방 구하기가 어려워 난리였다.
이번 시복식이 열리는 로마를 방문한 순례객은 약 150만 명, 로마시는 시내진입 20km 부터 통제해 약1000여대의 순례단 차량과 폴란드 신자들은 걸어서 진입했으며 교통통제가 없었더라면 휠씬 많은 인파가 몰렸을 것이란 후문도 있었다.
교황청은 얼마만큼 인원이 동원될지 추측키 어려워 비표발급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시켰다. 밤새울 침낭도 준비하며 마음 모아 준비해왔는데 전날 로마시내 교통을 통제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아쉽지만 순례단은 1일 오전 2시에 일어났다.
새벽 3시가 지나 바티칸 인근에 도착하니 10~20명씩 조를 이룬 순례자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바티칸 광장이 가까워지자 여기저기 우비와 침낭, 텐트를 동원해 하룻밤을 보낸 젊은이들이 눈을 부비며 일어나고 있었으며 간식(쥬스, 빵, 비스켓, 사과) 박스를 건네주는 봉사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오전 3시40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하는 '화해의 길'과 골목마다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앉을 수도 없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타연주에 맞춰 필리핀, 폴란드 순례자들의 찬양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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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봉사자들이 생수와 간식을 나르며 혼힘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
두툼한 파커차림의 노인, 어린아이와 함께한 가족들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진을 보며 기도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여나 행사 중 생리적인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드디어 새벽 5시가 좀 지나자 입장이 시작되었는지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입장이라기보다 떠밀려가다시피 교황의 시복식 장면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한 고난의 행렬은 10시 미사가 시작될 때 까지 계속됐다. 바리케이트가 쳐진 바티칸 광장으로 향하는 중앙통로는 5분 간격으로 실신 환자들이 연신 이송 되는 장면이 목격 됐다.
그러나 8시간여 몸을 부대끼며 서서 기다리는 순례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맑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리며 전 세계인들은 그 안에서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생수와 간식박스를 열심히 나르는 봉사자들,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배려들이 보였다.
오전 10시, 미사가 시작될 무렵 바티칸 광장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는 멋진 장관을 이루었다. 새벽까지만 해도 춥고 빗방울도 조금 떨어졌는데 날씨가 갑자기 개면서 맑고 화창한 날씨가 하루 종일 이어져 하늘도 이날을 축복해 주는 듯 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모시고 한국서 200주년 행사를 주관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교황이 전 세계 방문국 중 가장 아름다운 행사를 꼽아달라는 바티칸 수행원들의 요청에 첫 번째가 교황 즉위 후 폴란드 방문이었고 두 번째는 200주년 한국방문 때, 그리고 세 번째는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한국방문 때였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공산독재에 신음하던 폴란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남몰래 고통을 간직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남북분단의 아픔을 격고 있는 한국형제들의 고통을 동질감과 측은한 마음으로 보고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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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베드로성당 안 중앙 제대 위에 안치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관을 참배하고 있다. 이 관은 지난달 29일 안장돼 있던 성베드로성당 지하에서 시복식을 위해 옮겨졌으며, 시복식 후 순례객들의 참배가 끝난 뒤 성세바스티아노경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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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요한 바오로 2세의 얼굴이 보이자 한 여성신자가 눈물을 흘리며 교황의 큰 사랑을 새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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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요한 바오로 2세의 얼굴이 보이자 한 여성신자가 눈물을 흘리며 교황의 큰 사랑을 새기고 있다. |
요한 바오로 2세는 10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12시간을 무덤위에서 기도 했다고 한다. 부친 역시 어린 시절 여의고 일찍이 고아가 된 바오로 2세의 외롭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며 그런 그가 이제 만인의 아버지로서 전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한국 순례단 김지수(26, 요한금구, 서울대교구 오금동 본당)씨는 “젊은 사람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황님의 큰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이제까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론 삶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 기뻐했다.
시복식장엔 어김없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했다. 며칠 전부터 로마시내엔 침낭을 둘러맨 청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베네딕토 16세는 강론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돌아가시기전 남긴 고귀한 말씀을 전하며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그리스도를 맞이하는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만이 인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갈망을 아시고 이를 채워 주실 수 있습으니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어젖혀라"고 말했다. 그분은 우리에게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셨다.
필자는 역사적인 시복식 행사에 ID카드 없이 일반 순례자로서 참가했다, 요한바오로 2세를 추앙하는 전 세계인들과 함께 몸을 섞으며 그들의 표정을 보다 상세히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당일 새벽 3시 숙소를 나와 근 13시간 행사장에 머물며 두렵기만 했던 생리적 현상(?)은 기우였다. 난생 처음 이런 시간을 경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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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87개국150여만 명의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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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진화보집 등 관련서적이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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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바오로 2세의 생애를 모은 사진 등 각종 기록물들이 바티칸에 전시됐다. |
또 행사장에 입장하다 떠밀려 함께 했던 순례단을 잃고 외톨이 신세가 되어 마음 조아렸던 시간들, 그러나 수백만 명 중에 기적처럼 만난 또 다른 한국순례단의 도움으로 우리 순례팀을 만날 수 있을 줄이야.
김광우(요한, 한국외방선교회) 지도신부의 순례팀에는 82세의 이봉준(마리아, 대구대교구 상주 서문동 본당) 노인도 있었는데 색동꼬깔 모자 쓴 아이엄마 손을 잡고 기쁨에 겨워 날듯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육신적인 것, 물질적인 것, 이 모든 것을 초월한 믿음, 사랑이 그리스도께 자신을 온전히 열어놓는 길이 아닐 런지 묵상해 보았다. 이것이 새로이 복자가 된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에게 준 확신이요,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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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 광장 화해의 길엔 새벽3시부터 전세계순례자 수십만명이 운집해 기도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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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우(요한, 한국외방선교회) 지도신부의 한국순례팀에는 82세의 이봉준(마리아, 대구대교구 상주 서문동 본당) 노인도 참석해 교황의 시복식현장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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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디딜틈 조차 없이 빼곡한 행사장에서 13시간여 동안을 묵묵히 기도하며 시복식에 참여한 순례자들의 모습이 거룩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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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선언을 하자 순례자들이 각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
전대식 /프란치스코, 평화신문 편집위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
첫댓글 여의도에 교황님 오셨을 때 나갔었던 기억이그 때만해도 교황님 젊으셨고 저도 젊었고 시간 흘러 교황님 하늘로 가셨지만 오늘도 우리 위해 기도해 주실 것 같아요교황님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