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히타치, 시미즈 같은 말을 들어보면, 여러분은 어느 나라 말이라고 느껴지는가? 언어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일본말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아사히를 한자로 朝日, 히타치는 日立, 시미즈는 淸水라고 쓴다는 사실은 잘 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글자들을 조일, 일립, 청수라고 읽지만 일본에서는 아사히, 히타치, 시미즈라고 발음한다.
이 글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전혀 다를 것 같은 이 두가지 발음이 사실은 한 가지 말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자못 놀라게 될 것이다. 가령 아사히는 아침해, 히타치는 해돋이, 시미즈는 샘물이라는 한국말이 일본식 발음으로 변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언어가 어떻게 음운변천과정을 거치게 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시미즈 키요시(淸水紀佳) 교수는 열도한어는 반도한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반도한어는 아주 오랜 옛날의 대륙한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대륙에서 있었던 언어의 이동경로와 흡사하다. 유럽대륙에 살던 앵글로 색슨족이 게르만어를 가지고 영국으로 들어간 것과 똑같은 일이 이곳 아시아 동쪽 끝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기원전 4세기경부터 일본열도로 이주하기 시작한 한민족이 언어를 가지고 일본열도로 들어감으로써 오늘날 일본어의 모태가 되었다는 얘기다.
시미즈 교수는, 고대 이집트 언어가 현대 아프리카 언어와 같은 계통이며, 영어가 독일어의 자매어로서 게르만어의 하나인 것처럼, 한국어와 일본어가 같은 언어라고 말한다.
일본인의 기원을 추적하는 마크 허드슨 박사는 일본어의 원형은 고대 한반도에서 건너온 농경인의 언어라고 확신한다. 일본어의 기원은 야요이 문화이지만 새로운 언어라 할 수 있는 신일본어는 야요이인이 가져온 문화와 함께 한반도에서 동시에 도착한 것이다. 일본어는 바로 그 시기에 한반도에서 도착한 농경집단에서 유래되어 북부, 남부, 오키나와의 순서로 확산되었다.
일본의 신석기 시대를 조몬시대라 하는데, 그 다음에 이어진 시대가 야요이시대(BC400~AD300년)이다. 일본에서는 야요이인이야말로 오늘날 일본인들의 직접적인 선조이며, 본격적인 고대국가를 형성한 사람들로 공인되어 있다. 인류역사의 변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농경문화의 확대였다. 농경의 중심지가 새로운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기존에 있던 원시적인 수렵채집단계의 사람들을 대체해갔다. 일본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그는 생각한다.
농경민들은 안정된 농사로 인구가 늘자,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겼고, 자신들의 농사기술과 언어를 가지고 이동했다. 한반도 농경인도 그렇게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의 언어를 뿌리내렸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인식은 야요이인은 조몽인과는 전혀 다른 이주민이었다는 일본의 인류학자 나카하시 다카히로 교수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고대 인골 연구로 명성이 높은 규슈대학에는 5천구에 달하는 고대 인골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들의 유전자가 한국인의 유전자와 거의 같다고 한다.
인도와 유럽으로 퍼진 언어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농경인들의 언어였으며, 논농사와 함께 한반도 농경인의 언어도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가정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러므로 농사가 퍼져나간 길이 바로 언어의 길이었다는 것이 허드슨 박사의 결론이다.
고려대 국문과 정광 교수는 삼국사기 지리지에서 찾아낸 고구려 수사가 일본어와 일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민족의 언어계통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증거가 수사의 위치인데, 고구려와 일본의 수사가 일치한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다.
대륙언어라 명명된 고대 한국어란 삼국시대 이전, 북방에 있었던 부여와 고구려어를 말한다. 삼국어의 뿌리도 여기에 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언어 차이는 서로 다른 나라로 지낸 700년 동안의 기나긴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정리하면, 오랜 옛날 한반도에 한 줄기의 언어가 있었는데, 그 갈래에서 나온 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조화를 이뤄 지금의 한국어를 이룬 반면에, 일본어는 따로 떨어져 저 혼자의 길을 걸어 지금의 일본어가 되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본어의 뿌리는 한국어이며, 고대 한국말을 모태로 하여 오늘날의 일본어가 태어났다고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