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藏刹海圖(화장찰해도)
현대과학의 화엄의 우주관
≪화엄경≫에는 불교의 우주관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화엄경≫은 현대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경전 가운데 하나다. ≪화엄경≫은 단일하고 통일된 하나의 우주관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계성취품」 에서 우주의 유형을 머무름 · 형상 · 체성 · 장엄 · 청정방편 · 부처님 출현 · 겁(긴 시간)의 머무름 · 겁의 변천 · 차별 없는 일 등으로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 세계에는 모난 것, 둥근 것, 모나지도 둥글지도 않은 것, 물같이 소용돌이치는 것, 꽃 모양을 한 것, 중생 모양을 한 것 등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보현보살은 세계해(世界海)의 체(體), 세계해의 장엄, 세계해의 청정, 세계해의 여러 부처님, 세계해의 시간(劫) 등에 관해 설한다.
법장의 ≪탐현기≫ 권3에서는 세계해의 넓이에 대해 “번거로울 정도로 많고 겹겹이 쌓여 깊고 넓어서 그 끝을 알 수 없으므로 해(海)라 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세계해란 바다와 같이 깊고 넓어서 한이 없는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화엄경≫의 우주관은 이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해의 10사(事)를 10가지 종류로 설한 「세계성취품」에서 보현보살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는다.
일미진중다찰해(一微塵中多刹海) 한 티끌 속에 있는 많은 세계해
처소각별실엄정(處所各別悉嚴淨) 처소는 다르지만 깨끗이 장엄
여시무량입일중(如是無量入一中) 한량없는 세계들이 하나에 들되
일일구분무잡월(一一區分無雜越) 제각기 분명하여 섞이지 않네.
일일진내난사불(一一塵內難思佛) 티끌마다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수중생심보현전(隨衆生心普現前) 중생의 마음 따라 앞에 나타나
일체찰해미부주(一切刹海靡不周) 모든 세계해에 두루하나니
여시방편무차별(如是方便無差別) 이와 같은 방편이 차별이 없네.
일일진중제수왕(一一塵中諸樹王) 낱낱 티끌 가운데 있는 나무들
종종장엄실수포(種種莊嚴悉垂布) 가지가지 장엄으로 드리웠는데
시방국토개동현(十方國土皆同現) 시방의 국토들이 함께 나타나
여시일체무차별(如是一切無差別) 이와 같이 온갖 것이 차별이 없네.
일일진내미진중(一一塵內微塵衆) 티끌마다 티끌같이 많은 대중들
실공위요인중주(悉共圍繞人中主) 사람 중에 왕(부처님)을 둘러쌌는데
출과일체변세간(出過一切遍世間) 온갖 것에 뛰어나 세간에 가득
역불박애상잡난(亦不迫隘相雜亂) 그래도 비좁거나 잡란치 않네.
일일진중무량광(一一塵中無量光) 낱낱 티끌 가운데 한량없는 빛
보변시방제국토(普遍十方諸國土) 시방의 모든 세계 두루하여서
실현제불보리행(悉現諸佛菩提行) 모두 부처님의 보리행을 나타내
일체찰해무차별(一切刹海無差別) 갖가지 세계해가 차별이 없네.
일일진중무량신(一一塵重無量身) 낱낱 티끌 가운데 몸
변화여운보주변(變化如雲普周遍) 변화하여 구름처럼 가득해
이불신통도군품(以佛神通導群品) 부처님의 신통으로 중생을 제도
시방국토역무별(十方國土亦無別) 시방의 국토들도 차별이 없네.
일일진중설중법(一一塵中說衆法) 낱낱 티끌 가운데 온갖 법을 말하니
기법청정여륜전(其法淸淨如輪轉) 그 법 청정하여 수레바퀴 돌듯
종종방편자재문(種種方便自在門) 가지가지 방편과 자재한 법문
일체개연무차별(一切皆演無差別) 온갖 것을 연설하여 차별이 없네.
일진보연제불음(一塵普演諸佛音) 한 티끌도 모두 부처 음성으로 말하여
충만법기제중생(充滿法器諸衆生) 법 그릇으로 중생을 가득 채우고
변주찰해무앙겁(遍住刹海無央劫) 세계해에 머무르기 그지없는 겁
여시음성역무이(如是音聲亦無異) 이와 같은 음성이 다르지 않네.
찰해무량묘장엄(刹海無量妙莊嚴) 세계해에 한량없는 묘한 장엄이
어일진중무불입(於一塵中無不入) 티끌마다 들어가지 않은 데 없어
여시제불신통력(如是諸佛神通力) 이러한 부처님의 신통한 힘은
일체개유업성기(一切皆由業性起) 모두가 업성으로 일어나는 것.
일일진중삼세불(一一塵中三世佛) 낱낱 티끌 속에 삼세 부처님 계셔
수기소요실령견(隨其所樂悉令見) 원하는 바에 따라 다 보게 하지만
체성무래역무거(體性無來亦無去) 그 성품이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니
이원력고변세간(以願力故遍世間) 서원의 힘으로 세간에 가득하다네.
「화장세계품」은 화엄경에서 말하는 정토세계인 연화장세계의 구조를 밝히고 있다. ≪아미타경≫이나 ≪관무량수경≫ 등 정토삼부경에서는 아미타부처님이 극락을 건설하였으나 ≪화엄경≫ 에서는 연화장세계를 말한다.
연화장세계를 ‘화장장엄세계해(華藏莊嚴世界海)’라고도 하는데, 이 세계는 비로자나불이 과거에 부처님 되기 전 보살행을 닦는 인행(因行)을 닦을 적에 엄청난 큰 서원으로 청정하게 장엄한 세계임을 말하고 있다.
보현보살은 이 화장장엄세계해가 생긴 모양을 말할 적에 맨 밑에는 수없는 바람둘레가 있고, 세계해의 주위에는 큰 철위산(鐵圍山 인도인들에게 철위산은 히말라야산을 말한다)이 있고, 그 안에 금강(金剛)으로 된 땅이 있는데, 땅 위에는 수없는 향물 바다가 있고, 그 사이에 향물 강이 흐르며, 그 수없는 향물 바다 가운데는 말할 수 없는 세계종(世界種)이 있고, 한 세계종마다 말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