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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12 - 누군가는 눈치챘다. 누의 공과
1. 프롤로그
-병원복도, 강종희는 의자에 앉아있고, 박무열은 복도를 서성인다.
강종희가 좀전의 일을 생각한다.
(인서트)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유은재를 번쩍 안아올리는 박무열.
울음을 터트리는 유은재.
박무열 : (병실쪽을 보면서 혼잣말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강종희 : (박무열을 보며 생각한다. 유은재의 감정은 무엇일까?)...
박무열 : 꼴통말이야. 되게 아팠나봐.
강종희 : 유은재가 아파서 운거야?
박무열 : 그럼?
유은재가 병실에서 나온다.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다리를 절룩거린다.
유은재는 울고 난 뒤라 무안하다. 박무열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박무열 : (유은재가 무안해하자 왠지 자기도 무안해진다) 괜찮냐?
유은재 : (눈 안마주친채로, 화난 것처럼) 뼈는 이상없대여.
박무열 : (역시 우물쭈물) 다행이네.
유은재 : (앞서 걸으며) 그러게 괜찮대니깐 병원까지 오고 난리야. 왔다갔다 더 힘들잖아여.
박무열 : (따라가며) 네가 갑자기 쳐 우니까 그렇지. 난 너 죽을 병인줄 알았다. (유은재 팔을 잡아 준다)...
강종희 : (박무열, 유은재 두사람의 뒷모습을 본다. 뭘까?)...
유은재 : (자기를 부축하는 박무열을 의식하지만 그냥둔다) 아까는 진짜 아팠단 말이예여. 죽을 뻔했구만.
박무열 : 너 아파서 운거 맞지?
유은재 : (우물쭈물) 그럼... 뭣 땜에 울어여.
박무열 : (강종희를 돌아보며 입모양만으로 ‘맞잖아’라고 말한다)...
강종희가 두사람을 따라간다.
2. 타이틀
제 12회 ‘누군가는 눈치챘다. 누의 공과’
누의 공과란 타자가 밟아야 할 누를 밟지 않고 지나간 경우, 반드시 상대팀의 어필에 의해서만 아웃이 적용되는 규칙을 말한다.
즉 백사람이 알아도 정작 한사람이 모르면 소용없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3. 유은재의 집앞 (밤)
박무열의 차가 멈춘다. 뒷자리에서 유은재가 내린다. 운전석에서 박무열이 내린다.
조수석의 강종희는 창문을 내리고 유은재를 본다.
박무열 : 얼음찜질하고 맛사지 해줘. 멍지지 않게...
유은재 : 멍지면 뭐...빨리 가여. 괜히 알짱거리다 울아빠한테 걸리면 어쩔라구..
박무열 : 들어가. (차에 탄다)
유은재 : (강종희와 눈이 마주치자 목례한다)...
강종희 : (끝까지 유은재를 물끄러미 본다)...
유은재가 돌아선다.
4. 유은재의 집 거실 (밤)
유창호가 빨래를 개고 있다.
유은재 : (들어온다) 일찍왔다.
유창호 : 어...누나 빨래 갖고 가. (유은재 걷는거 보고) 다쳤어?
유은재 : (빨래 한뭉치 집어들며) 쫌...아빠는?
5. 꽃집앞 (밤)
은재아빠가 꽃집을 바라보고 있다. 발끝으로 톡톡 가로수밑의 흙을 차면서.
그렇게 서 있은지 오래 됐는지. 발로 찬 자국이 깊게 패여 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꽃집을 향해 다가간다.
6. 꽃집 (밤)
은재엄마가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은재아빠가 들어온다.
은재엄마 : 어서오세요... (하다가 은재아빠를 본다)
은재아빠 : (긴장해서 어설프게 웃는다) 이유라도 알아야겠어서........
7. 1층 로비 (밤)
강종희가 택배 수령 용지에 사인을 한다.
경비가 부피가 큰 택배 상자를 가져온다. 박무열이 대신 받는다.
박무열 :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이게 뭐야?
강종희 : 그림 그릴거!!
박무열 : (그럴줄 알았다) 결국 다시 그리는구나.
강종희 : ...
박무열 : 다행이다. 생각보다 일찍 빠져나와서... (엘레베이터에 탄다)
9. 강종희 집 (밤)
박무열과 강종희가 들어온다.
박무열 : (상자 내려놓으며) ...너 계속 그 상태면 영국으로 돌려보낼려고 했는데..
강종희 : (불을 켠다) 박무열 웃겨. 네가 보낸다고 내가 갈 줄 알어.
박무열 : 보내야 될 상황이면 어떻게든 보내.
강종희 : 그럼 내가 너 미워해도?
박무열 : 네가 다치는걸 보느니 너한테 욕 먹는게 훨씬 나.
강종희 : 박무열은 내가 그렇게 불안해?
박무열 : (불안하다)...
강종희 : 됐어. 집에 가. 나 이제 괜찮으니까.
박무열 : 안돼!!
강종희 : 박무열이 자꾸 이러면 나는 점점 더 응석부리게 돼. 그러다가 지쳐버릴거야 둘다. 옛날처럼...
박무열 : (쳐다보다가) ...문단속 잘해. 나나 유은재가 오기전엔 누가 와도 문 열어주지 말고.
강종희 : (박무열이 나가고 문을 닫는다)...
9-2. 유은재의 집 마당 (아침)
김동아가 강아지와 놀고 있다. 아침이다.
10. 유은재의 집 거실 (아침)
유은재가 나온다. 막 자고 일어났다.
은재아빠와 창호가 밥상을 차리고 있다.
유은재 : 아빠 어제 몇시 들어왔어?
은재아빠 : 어?
유은재 : 나 잘 때까지 안들어왔지?
유창호 : (화장실에 간다) ...
은재아빠 : (창호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은재야. 너 엄마 만났다며?
유은재 : 어떻게 알았어. 엄마한테 연락왔어.
은재아빠 : 어...그게...
유은재 : 다신 안만날거니까 걱정하지마. (밖으로 나간다)...
11. 유은재의 집 마당 (아침)
김동아가 강아지와 놀고 있다.
유은재 : (나오며) 아팠다며?
김동아 : 부활했어.
유은재 : (눈치보며) 김실장한테는 연락 없어.
김동아 : (강아지를 놀리며 간단하게) 없어.
유은재 : 네가 해봐.
김동아 : 싫어.
유은재 : 왜? 밀당하냐?
김동아 : 내가 왜 공이를 하루 한번만 쓰다듬는줄 알아? 버릇될까봐 그래.
유은재 : 공이 버릇?
김동아 : 아니... 내 버릇. 너무 많이 정을 쏟으면 나중에 쓰다듬어줄수 없을때 힘들어져.
그러니까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관계를 맺는 거야.
유은재 : ...
김동아 : (충분히 쓰다듬은 다음 일어난다) 오늘은 끝!!
(장난처럼 은재를 보며) 사실 이번엔 좀 아슬아슬했어. 응? (2층으로 올라간다) ...아. 위험했다.
유은재 : (김동아를 본다)....
11-2. 구단 휴게실 (낮)
김태한이 들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유은재가 일어난다.
김태한 : (들어오며) 강종희씨한테 무슨일 있습니까?
유은재 : 아뇨. 그건 아니구요...
김태한 : 할 얘기가 있다면서요?
유은재 : 예.... 동아에 대해서..
김태한 : (뭐?)...
유은재 : 김실장님이 동아에 대해 오해를 한거 같아서...
김태한 : (평소와 같은 냉정함) 제가요? 어떤 면에서요?
유은재 : 동아가 가끔 너무 장난스럽고, 심각한 상황인데 혼자 농담하고, 그러는게. 진짜 생각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요...
그게 심각한걸 심각하게 생각하면 너무 심각해져서... 그게...뭐랄까...에... 제가 말로 잘 설명할 순 없는데요.
김태한 : ...
유은재 : (에잇 어려운 말은 모르겠다) 동아하고 화해 안하실거예요?
김태한 : ....저는 김동아씨의 예측불가능함을 견딜수가 없습니다.
유은재 : 그걸 좋아한 거 아니예요? 동아가 남들이랑 달라서...?
김태한 :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남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죽을뻔한 순간까지도 신나서 떠드는 사람을 저는 감당할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돌아선다)
유은재 : (서둘러) 신나서 그런게 아니예요.
김태한 : (돌아본다)...
유은재 :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생각을 안할려고.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벗어나질 못하니까 옆에 사람한테 쏟아내는 거라구요.
김태한 : ...
유은재 : 동아 엄마아빠가 한꺼번에 돌아가셨을땐 탈진할때까지 떠들었어요. 안그러면 미쳐버릴거 같으니까...
동아가 왜 현실보다 책을 좋아하는데요. 책에서는 어떤 불행이 일어나도 상관없으니까...
김태한 : (작게 한숨을 쉰다) 그래서 제가 어떡했으면 좋겠습니까?
유은재 : 그거야....
김태한 : 그런 트라우마라면 치료를 받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은재에게 목례하고 돌아선다)...
유은재 : ...
13. 박무열의 집 거실 (낮)
문소리...아줌마가 들어온다. 가방을 놓고 주방 서랍에서 앞치마를 꺼낸다.
박무열의 침실로 들어간다.
14. 박무열의 집 침실 (낮)
침실옆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박무열이 샤워중인가보다.
아줌마가 침대시트를 정리한다. 나이트 테이블에 핸드폰이 있다.
아줌마가 욕실쪽을 흘깃 보고 핸드폰을 연다. 익숙하게 암호를 풀고 하루 통화 목록, 문자등을 확인한다.
잠옷을 챙겨들고 거실로 나간다.
15.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아줌마가 잠옷과 베개커버를 들고 나온다.
소파에 다이어리가 놓여있다. 아줌마가 펼쳐본다. 하루 하로 소화한 연습량 밑에 메모 형식의 글귀들이 보인다.
최근의 소식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데 가끔 익숙한 글귀가 보인다. ‘나만 직선인것같다’
제일 마지막장 ‘종희를 돌려보낼까?????’
초인종이 울린다. 아줌마가, 서두르지 않고, 수첩과 연필을 테이블위에 올려놓는다.
인터폰 모니터속 케빈장이 서 있다.
(점프)
케빈장이 아줌마에게 목례하며 들어온다.
박무열 : (안에서 나오며) 종희 왔어? (하다게 케빈장을 본다)...
케빈장 : (목례한다)...
아줌마 : (아무렇지도 않게) 종희 오기로 했어?
박무열 : (외출복 차림이다) 어. 어딜 좀 가려구...
아줌마 : 어... (박무열 옷깃을 펴주며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종희 괜찮아? 외출해도 돼? 많이 안 좋은 거 같던데...
박무열 : (자기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게 말이야. 이번엔 되게 빨리....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모니터속에 유은재와 강종희가 서 있다.
박무열 : (모니터속 종희 가리키며 아줌마에게) 신기하지?
16. 주차장 (낮)
박무열과 강종희 케빈장과 유은재가 나온다. 유은재는 다리를 살짝 전다.
유은재가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강종희가 차에 탄다.
케빈장이 운전석 문을 열어주려하지만 박무열이 먼저 연다.
두 경호원은 뒷자리에 탄다.
17. 박무열의 집 베란다 (낮)
드럼 세탁기...빨래가 돌아간다.
아줌마가 무심한 눈으로 돌아가는 빨래를 보고 있다. 한숨쉬듯 숨을 들이쉰다.
18. 박무열의 차안 (낮)
강종희가 글러브박스를 뒤진다. 초콜릿을 발견한다.
박무열 : (운전하며 룸미러의 유은재를 향해) 다린 괜찮냐?
유은재 : 에...
강종희 : (뒷자리에 초콜릿 건네며) 먹을래요?
케빈장 : 아닙니다.
유은재 : (동시에 받는다)...
케빈장 : (그걸 받다니 따끔한 눈으로 본다)...
유은재 : (하나 건네며 입모양만으로) 대표님은 안 먹어요?
케빈장 : (앞에서 안보이게 밑으로 손을 내민다)...
강종희 : (하나까서 자기가 먹고, 또하나는 까서 무열의 입에 넣어준다. 특별히 색기어린 행동은 아니다) 어디 가는 거야?
유은재 : (앞자리에서 시선을 돌린다) ...
박무열 :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룸미러로 은재를 슬쩍 보며) 그전에 어떤 모자란 사람들이 책 썼다고 오라 그래서...
그사이 케빈장은 밑으로 티 안나게 초콜릿 까서 잽싸게 입에 넣는다.
유은재는 감정을 감추며 창밖을 본다.
19. 쇼핑몰 출판기념회장 입구 (낮)
은재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송동율을 비롯한 블루시걸즈 세명의 투수 사진이 걸려있다.
이곳은 ‘블루 시걸즈. 세명의 투수’들의 출판 기념회다. 책 제목은 ‘마운드에 선다는것’
케빈장이 유은재를 툭치며 표정관리하라고 눈짓한다.
유은재 얼른 경호원의 얼굴로 돌아오지만 좋은건 좋은 거다.
강종희 : 난 쇼핑하고 있을게.
박무열 : (이게 아닌데. 유은재를 슬쩍본다) 어...그러지 말고 잠깐 같이 있다가...
유은재 : (그럼 안되는데 서둘로) 예. 같이 움직이는게 ...
강종희 : 싫어. 재미없어. (자리를 뜬다)...
유은재 : (블루시걸즈 투수들이 있는 쪽과 멀어지는 강종희를 본다)...
박무열 : (유은재와 강종희를 본다. 어떡하나) ...종희야!!
그때, 블루 시걸즈의 홍보팀 직원이 박무열을 알아보고 다가온다.
홍보팀 : 오셨어요. 이쪽으로...
박무열 : (어쩌나 유은재를 본다) 에...?
케빈장 : (유은재에게 얼른 강종희 쫓아가라는 눈짓하고 박무열쪽으로 가려는데)...
유은재 : (재빨리) 대표님!!
케빈장 : (돌아본다)...
유은재 : (손을 내민다)...
케빈장 : 왜? (어쨌든 악수하듯 손을 내미는데)...
유은재 : (프로레슬링에서 터치하듯 손바닥끼리 마주치며) 선수교대!!
케빈장 : 뭐?
유은재 : (자기는 박무열 따라가며 강종희 가리킨다) 빨리요.
케빈장 : (우물쭈물하다가 일단 강종희를 따라간다)...
강종희, 자기를 따라오는 케빈장을 슬쩍본다.
20. 출판기념회장 (낮)
세명의 블루시걸즈 투수들이 책에 사인을 한다.
고기자를 비롯한 몇 명의 기자들과 블루시걸즈 홍보팀장및 직원들이 나와있다.
홍보직원을 따라 박무열이 등장하자 기자들이 반응한다.
박무열을 따라가는 유은재는 좋은걸 참느라 얼굴이 실룩거린다.
‘좋아할줄 알았다’ 박무열은 그런 유은재를 보며 피식 웃는다.
박무열이 다가가자 송동율과 또 한명의 젊은 투수는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고참 투수는 손만 들어 인사한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
박무열 : (선배에게) 축하드립니다. (젊은투수에게 악수청하며) 이런 걸 언제 썻냐?
젊은투수 : (두손으로 잡는다)...
박무열 : (송동율에게 악수청하며) 지난번에 인터뷰해준 거 고맙다.
송동율 : 뭘....
박무열 : (은재를 찾는다) 꼴통!!
유은재 : (바짝 다가온다)...
박무열 : 내 경호원인데. 시걸즈 광빠거든. 사인 좀 해줘라.
유은재 : (이 냥반이 왠일이래 좋아 죽는다. 송동율과 시걸즈 선수들에게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세명의 선수가 책에다 사인을 한다. 유은재. 좋아 죽는다.
박무열 : 좋냐?
유은재 : (말로 해야 아냐? 피시시 웃는다)...
21. 쇼핑몰 매장 (낮)
강종희가 가끔 멈춰서서 물건들을 살펴보지만 별 관심없이 의류매장을 통과한다.
케빈장이 그 뒤를 쫓는다.
22. 출판 기념회장 (낮)
박무열이 한쪽에 서서 기자들과 잡담을 하고 있다.
가운데 선수가 사인을 해서 맨 오른쪽의 송동율에게 건넨다.
유은재 : (송동율에게) 완전 멋있어요?
(박무열) : (기자의 이야기에 웃으며) 어디가?
송동율 : 고맙습니다.
유은재 : (박무열 마음의 소리에 대답하듯) 전부 다 멋있어요.
(박무열) : (한숨쉰다) 아이구야...
유은재 : 내년엔 꼭 우승해야 돼요.
(박무열) : (아직은 여유있다. 피식 웃으며) 불가능!!
송동율 : (사인 끝내고 책 주려다가 은재를 본다) 혹시 초장과 와사비?
유은재 : (박수까지 치며 좋아한다) 저 알아 보시겠어요?
송동율 : (악수한다) 당연 알지.
(박무열) : (삐직한다) 뭐야?
송동율 : 진작 얘기하지...사진 찍을래요?
유은재 : (그래주신다면야) 예!! (핸드폰을 꺼내서 누구에게 맡길까 하다가 박무열에게 손짓한다) 빨리..
박무열 : (온다) 왜?
유은재 : (핸드폰 건네며 송동율 옆에 선다)...
박무열이 핸드폰 카메라렌즈로 두사람을 본다.
송동율이 유은재 어깨에 손을 얹자 유은재가 염치불구 송동율을 끌어안는다.
빠직! 박무열이 ‘저게..미쳤나’ 유은재 얼굴이 반토막 나도록 찍는다.
23. 쇼핑몰 (낮)
박무열 : (강종희와 통화중이다) 어디? 어...어...
유은재 : (골났다. 반쪽만 나온 핸드폰 사진 보며) 이게 뭐예여?
박무열 : (슬쩍 들여다보며) 뭐가? 예술사진 같고 좋네...
24. 신발매장 (낮)
강종희가 신발을 고르다가 매장쪽으로 걸어오는 유은재와 박무열을 본다. 둘은 사진갖고 티격태격한다.
박무열이 손가락으로 유은재 이마를 꾹꾹 찌른다. 유은재 머리가 뒤로 까닥까닥대면서도 뭐라고 대꾸한다.
강종희 문득 어젯밤의 일이 생각난다.
(인서트)
-비난하는 박무열을 보는 유은재의 슬픈 눈.
-박무열을 뿌리치고 나가는 유은재.
-박무열이 안아들자 울음을 터트리는 유은재.
-박무열을 보다가 시선을 돌리는 유은재.
유은재 : (들어오며) 지가 사인 받으라고 해놓구선.
박무열 : 지가? 내가 지가냐? 난 박가야?
유은재 : 어이구야. 그것도 농담이라고.
박무열 : 경호중에 한눈 팔면서 그래도 잘했다고...
강종희 : (유은재와 박무열을 본다. 저 두사람...) ....?
종업원 : (강종희가 들고 있는 신발 가리키며) 신어보시겠습니까?
강종희 : (신기는대로 신으며 여전히 의심한다)...
케빈장 : (엄하게 유은재에게) 경호중에 한눈 팔았냐?
유은재 : (변명한다) 아녀...한눈판게 아니라...
박무열 : (일른다) 팔았대요.
케빈장 : (박무열에게) 죄송합니다.
박무열 : (왜 네가) 예?
케빈장 : 직원의 잘못은 대표의 잘못.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업원 : (운동화 끈을 매주려고 하는데...)
강종희 : (박무열에게 발 내밀며 슬쩍 유은재를 본다) 묶어줘.
박무열 : 어?
박무열이 아무렇지도 않게 쭈그리고 앉아서 강종희 신발끈을 묶어준다. 가운데 매듭이 온다.
유은재가 그런 박무열을 보다가 강종희와 눈이 마주치자 외면한다.
강종희는 유은재의 마음을 확신한다. 조금은 쓸쓸한 얼굴로 유은재를 본다.
25. 강종희의 집 거실 (저녁)
강종희와 유은재가 들어온다. 강종희가 벗어놓은 신발 한짝이 뒤집어진다.
강종희가 물을 마신다.
강종희 : (불쑥) 언제부터야?
유은재 : 에?
강종희 : 박무열 언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어?
유은재 : 무슨 말이예여?
강종희 : (유은재 똑바로 보며) 박무열 좋아하잖아. 왜 고백 안했어?
유은재 : (물병을 쥔 강종희 손가락의 반지를 본다. 짐짓 단호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니거든요.
강종희 : (유은재를 물끄러미 본다)...
유은재 : 나 참...어이없어서...
강종희 : (작은 방으로 들어가며) 그럼 그렇게 해. 말도 못할 정도면 그정도 밖에 좋아하지 않은 거니까.
유은재. 강종희가 들어간 작은 방을 보다가 현관의 신발을 본다. 뒤집어진 강종희의 운동화를 가지런히 해놓는다.
중간에 매듭이 온 박무열이 묶어준 운동화다.
유은재 : 지가 뭘 안다구... 그리고 왜 반말이야? 나이도 얼마 안되는게...
26. 강종희네 집 작은방 (저녁)
작은방은 화실로 꾸며져 있다.
강종희가 그림 그릴 준비를 한다. 손가락의 반지가 불빛에 반사돼 반짝인다.
27. 벨르에포크 앞 도로 (밤)
김태한의 차가 멈춘다. 김태한과 고기자가 내린다.
길을 건넌다. 김태한이 망설이느라 좀 처진다.
고기자 : (돌아보며) 왜 그래?
김태한 : 아닙니다.
고기자 : 어차피 철수할거면 찔러나 보자구. (벨르에포크를 향해간다)...
김태한 : (조용히 한숨쉬며 따라간다)..
28. 벨르 에포크 (밤)
서윤이와 마담이 혼자 장사준비를 하고 있다.
마담 : (김동아 욕을 하고 있다) 그 여자 처음부터 이상했어. 맹해갖고... 말도 없이 안나오면 어쩌자는거야.
서윤이 : (설거지하며) 뭔가 사정이 있겠죠.
마담 : 죄다 윤이 학생만 같으면 좋을텐데...
마담이 주방으로 들어간다.
고기자가 들어온다. 그 뒤에 김태한이 온다.
서윤이가 잠깐 당황하지만 김태한을 보고 슬쩍 웃는다.
(점프)
고기자와 김태한이 바에 앉았다.
고기자가 이야기하는 동안 김태한은 서윤이를 응시한다.
서윤이 : 글쎄요. 무슨 얘기를 하는지...전 잘 모르겠는데...
고기자 : 좋아. 네가 다 모른다고 해줄게. 눈이 뽕뽕 뚫린 사진을 받은 적도 없고. 강종희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도 없고...
그 대신.
서윤이 : (본다)...
고기자 : 네 주변에 박무열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을거야. 지금은 몰라도 네가 맘먹으면 금방 찾아낼거 아냐? 안그래?
서윤이 : ....
고기자 : 잘 생각해봐. 너한테 피해가는 일은 없으니까.
서윤이 : (모범적인 얼굴로 착하게 미소짓는다) 이득이 되는 일도 아니잖아요.
고기자 : 어이 꽃돌이. 나한텐 네가 욕을 한 테잎이 있어. 그거 까발리면 네 모범생 코스프레도 끝장난다는 걸 알아야지.
서윤이 : (걸려들지 않는다) 그런게 있었다면 옛날에 오픈했겠죠.
고기자 : (이자식 봐라)...
서윤이 : (김태한 흘깃 보며) 그만 나가주시겠어요. 오늘 주방에서 일하던 여자가 갑자기 관두는 바람에 제가 좀 바쁘거든요.
그 순간. 김태한이 벌떡일어나 고무장갑으로 서윤이 뺨을 후려친다.
고기자 : (진짜 놀랐다. 이 무감정의 김실장이 왜..) 김실장?
김태한 : (서윤이에게) 결투다. 이 나쁜자식아.
고기자 : (김태한을 말린다) 김실장 왜이래?
소란에 마담이 주방에서 내다본다. 서윤이가 김태한을 본다.
김태한 : (고기자에게 밀려 밖으로 나가며) 그게 전부냐? 그 여자에 대해 할말이 그게 다야?
갑자기 관뒀다구? 네가 그 여자를 얼마나 무섭게 만든줄 알아? 너 때문에 그 슬픈 여자가... (끌려나간다)...
마담 : (등뒤에서) 무슨 일이야?
서윤이 : (울컥해서 본래의 사나움을 드러내며) 알거 없잖아... (하다가 앗차 싶다)...
31. 벨르 에포끄앞 (밤)
고기자가 김태한을 끌고 차 있는 쪽으로 온다. 김태한이 이제 됐다는 듯 손을 든다.
고기자 : 김실장. 왜 그래? 살살 달래도 모자랄 판에...
김태한 : (심호흡한다) ...죄송합니다.
고기자 : 그 여자가 누구야? 동아씨?
김태한 : ...
32. 미술학원 교무실 (낮)
선생님들 서너명이 쉬고 있다. 잡담을 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
손님이 온다. 오수영 엄마다. 오수영 엄마가 교무실을 스윽 둘러본다.
안선생 : 어떻게 오셨어요?
원장 : (안쪽 원장실에서 나오다가) 교수님!! (한달음에 달려와 깊숙이 인사한다) 어떻게 연락도 없이...
오수영엄마 : 수영이 좀 보러 왔는데...
33. 오수영 엄마차 (낮)
기사가 운전중이다. 뒷자리에 오수영엄마와 오수영이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
오수영 : (불만스럽다) 가봐야 소용도없는데.... 엄마 맘대로 수업을 바꾸면 어떡해요?
오수영엄마 : 내가 바꾼게 아니야. 원장이 편의를 봐준 거지.
오수영 : 그게 그거죠.
오수영엄마 : (속상하다) 뭐 대단한거 한다고,
오수영 : (차라리 입을 다문다)...
분위기가 냉랭해서 기사가 룸미러로 뒷자리를 흘깃 볼 정도다.
34. 강종희의 집 작업실 (낮)
강종희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제는 ‘눈-시선’이다. 공작의 꼬리처럼 수십개의 눈이 그려져 있다.
초인종이 울린다. 강종희는 계속 그림을 그릴뿐이다.
35.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유은재가 문을 열어준다. 오수영과 오수영 엄마가 들어온다.
오수영 : 종희는요?
유은재 : (작은방 가리키며) 그림 그려요.
오수영엄마 : (오수영을 본다)....
오수영 : (어쩐지 당황한다) 그림 안 그린다고 했는데...
오수영엄마 : (작은방으로 향해가며) 그 정도 재능이면 자기 맘대로 포기할수 없는거야. (노크한다)
대꾸없다. 오수영엄마가 조용히 문을 연다.
36. 강종희의 작업실 (낮)
강종희는 반응없이 그림을 그린다.
오수영엄마가 조용히 들어와 그림을 본다.
강종희가 그리는 그림은 수없이 많은 눈이다. 그 눈들은 저마다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절망. 고통. 질투. 슬픔, 아쉬움, 미련...
오수영엄마가 그림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숨을 멈춘다.
오수영이 그런 엄마를 본다.
강종희 : (방해 받아 기분 나쁘다. 한숨을 쉬며 돌아본다. 뭐냐는듯)....
오수영엄마 :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강종희 : (오수영엄마에게 꾸벅 인사하고 밖으로 나간다)
오수영엄마 : (오수영에게) 와서 봐라. 너도 눈이 있다면 느끼는 게 있겠지. (강종희를 따라간다)
오수영 : (그림을 보다가 외면한다)...
37.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유은재는 한쪽에 조용히 서 있다.
강종희 :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다) 물 드려요?
오수영엄마 : 됐다.
강종희 : (물 마시고) 왜 오셨어요?
오수영엄마 : 우리 홀에 네 그림을 걸었으면 한다.
오수영 : (작업실에서 나오다가 멈칫한다)...
강종희 : (별반응 없이 다시 물을 마신다)...
오수영엄마 : 재 개관 기념 전시회가 될거야. 영국에 그림이 몇점이나 있니?
강종희 : (생각해보다가) 몇 개나 있어야는데요?
오수영엄마 : 그림수야 조절할수 있지만 중요한건 발표되지 않은게 몇점이냐는 거야.
유은재 :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는 오수영을 본다)...
오수영 : 전 그만 가볼게요. 아무래도 수업에 들어가야 돼서...
(유은재에게 가까스로 미소지으며) 그럼... (서두르는것처럼 나간다)...
유은재 : (배웅한다)...
오수영엄마 : (쯧...혀를 찬다)...
38. 엘레베이터 (낮)
오수영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무표정을 가장한 얼굴로 눈을 내리깐채 서있다.
열등감, 증오, 질투, 여러 가지 음습한 감정이 오수영을 지배한다. 그 감정을 견디느라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것도 모른다.
39. 16층 엘리베이터앞 (낮)
쓰레기봉투를 든 아줌마가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18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문이 열리고 타려는데 안에 멍한 얼굴의 오수영이 서있다.
인기척에 오수영이 고개를 든다. 오수영은 주변을 둘러본다. 그제서야 자기가 층수를 누르지 않았다는걸 알아채고 당황한다.
아줌마 : 오수영씨?
오수영 : (아줌마를 본다...비틀한다)
아줌마 : (오수영을 잡아준다)...
40.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아줌마 : (오수영을 부축해 들어온다) 무열이는 집에 없어요. 들어와요.
오수영 : (소파에 앉는다) 죄송해요.
아줌마 : 잠깐만요.
아줌마가 물을 가질러 간 동안 오수영이 심호흡을 한다. 아줌마가 물을 가지고 온다.
아줌마 : (걱정스럽다) 얼굴이 너무 안좋아요.
오수영 : (물을 마신다) 고맙습니다.
아줌마 : (염탐하듯 그러나 걱정스러운 듯) 무슨 일 있었어요?
오수영 : (말을 못한다. 웃으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흔든다)...
아줌마 : (다 이해한다는 듯) 그래요. 갑자기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죠.
나는 숨도 못쉴만큼 어려운데, 아무도 몰라주고.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차라리 원망이라도 햇으면 좋겠는데 제일 잘못한건 나인거 같고..
아줌마의 위로가 주문이 된 듯 오수영을 무너트린다. 오수영이 울음을 터트린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열한다.
아줌마가 오수영을 안아준다.
오수영 : (안겨서 흐느낀다) 늘 자기 맘대로...그림 안그린다고 해놓구선....
아줌마 : (등을 쓰다듬는다) 다 얘기해봐요....얘기하면 후련해져요.
오수영이 아줌마에게 안겨 운다. 아줌마는 오수영을 안은채 허공의 한지점을 응시한다.
42. 강종희의 작업실 (낮)
강종희가 그림을 그린다. 거의 완성단계다.
43.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유은재. 심심해서 윗몸일으키기 중이다. 적당한곳에 발을 넣고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전화가 온다. 아빠다.
유은재 : (받는다) 아빠?
44. 초장과 와사비 (낮)
은재아빠 : (통화중이다) 내일 시간 있냐? (듣다가) 누굴 좀 같이 만났으면 해서....창호랑 다같이...
유창호 : (청소하다가 아빠를 본다) ...?
45. 강종희의 집 거실 (낮)
유은재 : (신난다) 아빠 여자친구 소개할려구 그러는구나. 시간이야 만들면 있는거지..
강종희가 작업실에서 나온다. 통화하는 유은재를 물끄러미 본다.
유은재 : 내일 점심때 알았어? (강종희가 나와있는걸 보고) 어...나중에 얘기해. (끊는다) 뭐 필요한거 있어요.
강종희 : (유은재 팔뚝을 문다)...
유은재 : (아프진 않은데 놀랐다 팔 빼며) 왜이런데?
강종희 : 우리 파티해요.
유은재 : 에?
강종희 : (박무열에게 전화한다) 박무열!! 뭐해?
강종희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유은재는 강종희에게 물렸던 팔뚝을 쓸며 통화하는 강종희를 본다.
46. 슈퍼 (낮)
강종희는 신나서 시식 코너의 음식들을 죄다 먹으며 지나간다.
박무열은 카트를 밀고 유은재와 함께 강종희를 쫓아간다.
박무열 : (강종희 응시하며) 쟤 왜 저러냐. 뭣 땜에 기분이 좋아진 거야?
유은재 : (역시 강종희 응시하며) 기분이 좋아진건 모르겠는데 난폭해졌어여.
박무열 : ...?
유은재 : 막 깨물어여.
박무열 :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 : 진짜루... (팔뚝 보여준다) 봐봐여. 이빨자국 보이져?
강종희 : (부른다) 뭐해?
박무열 : (카트밀고 가며) 네가 어지간히 좋은가 부다.
유은재 : 뭐여?
박무열 : 종희는 진짜 좋아하면 깨물어. 나 옛날에 피멍든 적도 있어.
유은재 : (쫓아가며) 개도 아니고...
47.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아줌마가 문을 열자 양손에 쇼핑봉투를 든 박무열이 들어온다.
강종희와 역시 쇼핑봉투를 든 유은재가 들어온다.
아줌마 : 뭘 이렇게나 샀어?
강종희 : 파티할려구요.
아줌마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난 몰라.
아줌마 : (사온것들을 꺼내며) 뭐할건데..
박무열 : 이모는 신경안써도 돼. 종희가 알아서 하겠대.
강종희 : 예. 내가 다 할거에요.
아줌마 : (애매하게 웃는다) 어...
강종희가 주방을 뒤져 앞치마를 찾는다. 자기맘대로 주방을 사용하는 강종희를 아줌마가 바라본다.
앞치마를 목에 걸고 묶으라고 박무열에게 돌아선다. 박무열이 묶어준다.
강종희가 사온것들을 식탁위에 꺼내놓는다. 하고자하는 요리는 해물 스파게티와 샐러드쯤 될 것 같다.
아줌마가 물끄러미 지켜본다.
강종희 : 이모님은 들어가세요.
아줌마 : 어...
박무열 : 그래. 일찍 퇴근해.
아줌마가 잠깐 망설이다가 돌아선다. 아무도 배웅하지 않는다.
강종희 : (양파를 은재에게 주며) ...
유은재 : 왜여?
강종희 : 다듬으라고.
유은재 : 알아서 한다며.
강종희 : (무시하고 박무열에게) 오수영 진동수한테 전화했어?
박무열 : 어. 시간 맞춰 온대.
48. 컴퓨터학원 (저녁)
청소년들 사이에서 진동수가 수업을 듣는다.
가르치는 사람도 젊은 대학생쯤. 진동수보다 젊다.
진동수가 옆에 어린 학생에게 뭔가를 물어본다.
48. 컴퓨터학원앞 (저녁)
오수영이 차에서 진동수를 기다린다.
아이들이 몰려나온다. 아이들 사이에 진동수가 보인다.
오수영 얼굴이 잠깐 슬퍼진다.
진동수가 먼저 차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진동수를 마주할 때 오수영은 웃고 있다.
48-2. 차안 (저녁)
진동수가 조수석에 탄다.
진동수 : 미안. 몇시까지라고 그랫지?
오수영 : (출발한다) 안늦었어요.
49. 박무열의 집 거실 - 주방 (저녁)
유은재는 야채를 씻는다. 강종희는 물을 끓인다. 박무열은 필요없는 물건들을 냉장고에 정리한다.
강종희가 그릇장에서 볶음팬을 꺼내려한다. 무거워서 소리가 난다.
박무열 : (강종희 뒤에서 볶음팬을 꺼내주며) 손목 다쳐.
강종희 : 그 옆에 것도 꺼내줘.
박무열 : (시키는대로 한다)...
강종희 : 물로 한번 헹궈줘.
박무열 : (시키는대로 한다)...
강종희 : 이쪽으로..
박무열 : (시키는대로 렌지 위에 올려준다)...
유은재 : (강종희가 시키는대로 충실하게 움직이는 박무열을 본다) ...
강종희 : 소스병 좀 따줘.
박무열 : (찾는다) 어디...?
유은재 : (식탁에서 소스병을 발견한다)...
박무열 : (달라고 손내민다)...
유은재 : (보란 듯이) 내가 할게여. 이 정도는... (어라. 안 열린다)...
강종희 : 그거 따기 어려운데...
박무열 : 이리 줘.
유은재 : (박무열 손 탁 쳐내며) 됐어여. 내가 해여.
박무열 : 쓸데없는 일에 고집부리고 그래.
유은재 : (다리사이에 끼고 온몸을 이용해 열려고 한다) 내가 한다구.
유은재 어떻게든 열려고 애를 쓴다.
박무열, 어이없어 쳐다본다. 강종희는 요리를 시작했다.
(점프)
유은재 이제 열받았다. 도구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고무장갑을 끼고 해보기도 하고, 벽에 툭툭 쳐보기도 한다.
그 사이. 강종희는 요리를 진행하고 있다.
박무열은 아직도 소스병을 갖고 낑낑대는 유은재를 본다. 어이없기도 하고, 고집부리는 게 귀엽기도 하다.
강종희 : (박무열에게) 이거 간 좀 봐.
박무열 : (강종희에게 돌아선다)...
유은재 : (환의에 찼다) 이예!!!! (박무열을 보며 좋아죽는다) 됐지? 열었지? 봤지?
(한손엔 뚜껑을 한손엔 소스병을 들고 자랑스럽게 온다) 내가 연다고 했지? 헤.헤.헤.
박무열 : (유은재 머리를 마구 흩으러트린다) 장하다. 똥고집!!
유은재 : (득의양양하다. 강종희에게 소스병 건네며) 자여.
강종희, 문득 박무열이 유은재에게 하는 스킨쉽이 눈에 띈다.
50. 주차장 (밤)
진동수의 차가 도착한다. 진동수와 오수영이 내린다. 진동수가 뒷자리에서 와인을 꺼낸다.
오수영이 작게 한숨을 쉰다. 진동수가 돌아봤을 땐 웃고 있다.
51. 박무열의 집 거실 (밤)
진동수와 오수영이 들어온다. 테이블에는 샐러드와 스파게티가 셋팅되어 있다.
진동수 : (와인을 건네며) 그럴듯한데...
오수영 : (겉옷을 벗으며) 정말 종희가 한거야?
박무열 : 반은 내가 한거나 마찬가지야.
유은재 : 나머지 반은 내가 했구여.
강종희 : (와인잔 들고오며) 유은재는 소스병 딴거 밖에 없으면서...
(점프)
다섯사람의 젊은이들이 왁자하게 저녁을 먹는다.
52. 아줌마의 집 거실 (밤)
아줌마가 텔레비전을 보며 혼자 밥을 먹는다. 맛도 모르는 저녁이다.
웃음소리가 선행한다.
53. 박무열의 집 거실 (밤)
다섯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유은재가 진다. 모두들 유은재를 외면한다.
유은재가 딴데보는 박무열과 억지로 눈을 마주친다. 나머지 세 사람이 안도한다.
(점프)
박무열과 유은재가 설거지를 한다. 박무열과 유은재가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한다.
비누거품이 얼굴에 튀자 박무열이 유은재 어깨에 닦는다. 유은재가 어깨로 박무열 얼굴을 친다.
박무열이 유은재 발을 꾸욱 밟는다. 유은재가 무릎으로 친다. 박무열이 발을 들어 막는다.
지들끼린 치열한데 보는 사람은 재밌다.
처음엔 웃으며 보던 강종희가 두사람을 본다. 어라!! 강종희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점프)
박무열이 과일을 갖고 온다. 유은재가 칼을 들고 따라온다.
강종희는 골똘히 뭔가 생각중이다.
박무열 : (칼끝이 자기를 향하자) 에에 칼 좀...
유은재 : (칼끝을 흔들며 에헤헤 웃는다) 겁은 오방 많아서...
진동수 : 박무열이 진짜 무서워하는게 뭐냐면...
강종희 : (불쑥) 나 할말 있어.
일동,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 : (에헤 웃는다) 여기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말할게.
박무열 : (웃음띤 얼굴로 강종희를 본다)...
강종희 : (툭 던지듯 가볍게) 박무열. 우리 다시 시작할래?
박무열 : ....
유은재 : (보고 싶지 않다. 고개를 숙이고 사과깍는데 전념한다)...
강종희 : 천천히 생각해 볼려고 했는데 알잖아. 내가 생각같은 거 잘 못하는거.
박무열 : ...
강종희 : (유은재를 슬쩍 본다) 게다가 왠지 좀 불안하기도 하고.
유은재 : (사과를 깎는다)...
강종희 : 모르겠어. 전보다는 훨씬 잘할 것 같긴 해.
진동수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우연인지 유은재와 시선이 잠깐 엇갈린다)...
강종희 : (박무열을 본다)...
유은재 : (조용조용 심호흡한다)...
박무열 :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 오수영이 낮게 신음한다.
진동수 : 수영아!
오수영 : (배에 통증이 온다)...
진동수 : 수영아. 왜그래?
오수영 : (아프다) 배가...
54. 오피스텔앞 (밤)
박무열이 차를 갖고 온다. 진동수와 유은재가 오수영을 부축해 차에 태운다.
진동수가 타자 차가 출발한다. 유은재와 강종희가 그들을 배웅한다.
55. 강종희의 집 거실 (밤)
강종희와 유은재가 들어온다.
강종희 : (한숨쉬며) 아. 긴장했다.
유은재 : (슬쩍 본다)...
강종희 : (호기심이다) 박무열이 뭐라 그럴 것 같해?
유은재 : (그걸 왜 나한테물어봐 퉁명스럽다) 이미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강종희 : 응?
유은재 : 그 반지...
강종희 : (자기 손가락의 반지를 본다) 이거? 이건 그냥 이뻐서 끼는건데?
유은재 : 에? (네가 생각이 있냐) 아니...커플링을 다시 끼는 건...다시 시작한다는거지...
강종희 : 난 옛날에 헤어질때도 이 반지 돌려줄 생각 없었어. 이거 얼마나 찾았는데...
유은재 : (어이없다) 진짜 이뻐서 끼는 거예여?
강종희 : (인정한다) 나야 뭐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방으로 들어간다)...
56. 병실 (밤)
오수영이 링거를 맞고 있다. 오수영은 잠들었다.
진동수가 지켜보다가 나간다.
57. 병원복도 (밤)
박무열이 서성이고 있다. 진동수가 나온다.
박무열 : (다가가며) 뭐래?
진동수 : 어. 좀 놀랐대.
박무열 : 애기는? 괜찮대지?
진동수 : 어. 링거 다 맞으면 나가도 된대.
박무열 : (의자에 앉으며) 깜짝이야!
진동수 : (자기일처럼 생각하는 박무열이 고마워 어깨를 잡아준다)...
두사람 의자에 앉아 잠시 말이 없다.
진동수 : 축하한다.
박무열 : 뭘?
진동수 : 프로포즈 받았잖아. 남자가 쪽팔리게...
박무열 : (피식) 그거 성차별이야. 불법이라구.
박무열 : (피식) 종희.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화끈하다.
박무열 : 어...
진동수 : 기분이 어떠냐?
박무열 : ....
진동수 : (박무열의 침묵에) 왜그래?
박무열 : 나도 잘 모르겠어. 기쁜 거 같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진동수 : 너무 좋아서 그런거 아냐?
박무열 : 옛날에 종희랑 같이 벽에 낙서를 했었거든. 종희가 그림 그린 벽에... 내가 뭐라고 썻냐면... (말을 하지 못한다)...
진동수 : (재촉한다) 뭐라고 썼는데...
박무열 : 비웃지 마!
진동수 : (맹세한다는 듯 손을 든다)
박무열 : (좀 쪽팔리다) ‘나는 너를 만나 사랑하기위해 태어났다.’
진동수 : (외면한다. 웃음이 삐어져나온다)...
박무열 : (진동수 목을 조이며) 웃지 말라니까...
진동수 : 조금만 웃을게....
(점프)
박무열 : (다시 진지해졌다) 유치했어도 그 마음은 진짜였어. 운명. 숙명. 영혼의 짝...뭐 그런건줄 알았은까.
그렇게 오래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진짜 끝났다는 생각은 없었어. 종희랑 나랑 그렇게 끝날 리가 없다.
뭐 그런 확신같은게 있었어.
진동수 : 지금은?
박무열 : 그게...다시 만나니까 아, 우리가 헤어졌었지 실감이 나. 사랑, 참 어렵다.
두 남자가 복도에 나란히 앉아있다.
58. 유은재네 집 마당 (밤)
유은재가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2층으로 올라간다.
59. 김동아의 집 거실 (밤)
김동아는 책을 읽고 있다.
유은재 : (들어오며) 뭐하냐?
김동아 :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로) 응...
유은재 : 김실장한테 연락 없었어?
김동아 : 어..
유은재 : (불쑥) 사랑 참 어렵다.
김동아 : (허걱) ...!!!
유은재 : 왜?
김동아 : 우리 은재 입에서 예기치 않은 말이 튀어 나와서...
유은재 : 강종희 말이야.
김동아 : 박무열 첫사랑?
유은재 : 오늘 밥 먹다가 갑자기 다시 사귀자고 그러더라.
김동아 : (별 관심없다) 그래?
유은재 자신감이 굉장해...그런 여자는 강속구 투수랑 같나봐.
볼카운트가 유리하든 불리하든 한가운데 직구를 꽃아넣잖아. 정면승부!!!!
김동아 : 나도 대충 그렇잖아.
유은재 : 넌 그냥 막 던지는 거구.
김동아 : 그래서 두 사람 다시 사귄대?
유은재 : 몰라. 난 벌써 다시 사귀는줄 알았는데.....
김동아 :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유은재 : 참. 나 내일 우리아빠 여자친구 만난다.
김동아 : 뭐 먹을 건데? 나도 가도 돼?
유은재 : 여기서 포인트는 먹는게 아니야. 20년 일편단심 미련한 사랑도 변한다구. 그러니까 어쩌면...
김동아 :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 : (희망에 부풀었다가 푸쉭 꺼진다) 희망이 생기면 두려움도 같이 생겨.
김동아 : 너 그러다 시 쓰겄다.
유은재 : (나가다가) 너 진짜 괜찮냐?
김동아 : 뭐가? (책을 본다)...
김동아는 괜찮은 것 같다.
60. 한정식집 (낮)
가운데가 뚫린 한정식집이다. 은재와 창호가 나란히 앉아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를 기다린다.
유은재가 창호의 세운 머리를 가지런히 2대8로 만든다.
유창호 : 왜 이래?
유은재 : 가만 있어. 이쁘게 보여야지.
유창호 : (자기 머리 다시 세우며) 누나 머리나 어떻게 해봐.
유은재 : (자기 머리 부풀리며) 내 머리가 머.
어쨋거나 두 남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유창호 : 밤에 한숨도 못잤어. 눈썹문신한 아줌마 나올까봐. 난 왜 눈썹 문신이 무섭지?
유은재 : 난 말 많은 아줌마만 아니면 돼. (하다가) 아니다 뭐. 말 좀 많아도 뭐 우리아빠랑 살아만 준다면야...
문이 열린다. 유창호와 유은재 벌떡 일어난다.
은재아빠가 먼저 들어오고, 뒤따라들어오는 건 은재엄마다.
미소지으며 기다리던 유은재 얼굴이 서서히 굳는다.
은재와 창호를 본 은재엄마도 당황했다. 은재아빠는 각오가 된 상태다.
여기서 아무렇지도 않은건 아무것도 모르는 창호뿐이다.
유창호 : (만족스럽다.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은재엄마 : (다시 나가려한다)...
은재아빠 : (은재 엄마손을 잡는다) 앉읍시다.
유창호 : (나름 분위기 가볍게 하려고) 정말 미인이시네요.
은재엄마가 못이기는척 자리에 앉으려는데, 유은재가 밖으로 나간다. 유창호는 ‘왜저래’싶다.
은재아빠 : (은재엄마에게) 여기 있어요. 꼭!! (따라나간다)...
61. 건물앞 (낮)
유은재가 뛰쳐나온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무작정 간다.
은재아빠가 따라온다.
은재아빠 : (쫓아오며) 은재야! 은재야!!
유은재 : (무작정 간다)...
은재아빠 : (은재를 잡는다) 내말 좀 들어봐.
유은재 : (뿌리치고 간다) 싫어. 안들어. 뭘들어?
은재아빠 : (다시 잡는다) 은재야.
유은재 : (팽 돌아선다) 아빠 진짜... 지겹지도 않어. 물리지도 않어. 어떻게 평생...
(설득한다) 엄마 말고 딴 여자 만나보면 안돼? 왜 꼭...
은재아빠 :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
유은재 : 그런 꼴을 당하고도 어떻게 그 여자가 좋을수가 있어! (아빠의 사랑이 절망스럽다) ...
62. 한정식집 (낮)
한편, 아빠의 여자친구와 단둘이 남은 창호는 뻘쭘하다.
은재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각오하고 창호를 본다. 어쨌거나 20년만에 처음보는 아들이다.
유창호 : (눈이 마주치자) 죄송합니다. 우리 누나가 아까부터 속이 안좋다고 그랬거든요.
은재엄마 : 창호?
유창호 : (다시 꾸벅인사하며) 예. 유창홉니다.
은재엄마 : 내 이름은 은지숙...
유창호 : (못알아챈다) 예...은지숙... 은씨가 흔한 성이... 아닌데... (어라...은재엄마를 본다)..
은재엄마 : (담담하게 유창호의 눈빛을 받는다)...
63. 케빈장의 사무실 복도(낮)
케빈장이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유은재가 들어온다.
케빈장 : (문소리에 돌아보며) 어. 유은재!!
유은재 : (쌩소리가 나게 지나쳐 체력단련실로 간다)...
64. 체력단련실 (낮)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기 시작한다. 분노의 주먹질이다.
65.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소파에 기대 바닥에 앉은 박무열이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빼서 돌려본다. 그는 상상하는 중이다.
(인서트)
결혼식중인 박무열과 강종희. 진동수와 오수영등이 꽃가루를 뿌려댄다.
박무열이 또 상상해본다.
(인서트)
강종희는 막 아기를 낳았다. 박무열이 강종희 품에 안긴 아기를 본다. 행복해 마땅하다.
박무열이 옆자리를 본다. 강종희가 자기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거실바닥에는 아이 두명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역시 상상인게다.
박무열이 한숨울 쉬자 강종희와 상상속의 아이는 사라졌다.
박무열 : (머리를 흩으러트린다) 도대체 뭐가 문젠거냐? 박무열!!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핸드폰을 찾는다. 유은재에게 전화한다.
박무열 : (핸드폰에 대고) 꼴통. 뭐하냐? 뭐하는데 헉헉대?
66. 체력단련실 (낮)
유은재 : (땀투성이가 돼서 통화중이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여.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세상 참 뭣같해서...
(듣다가) 여기여? 왜여?
67. 박무열의 집 거실 (낮)
박무열이 방에서 겉옷을 들고 나온다.
68. 체력단련실 (낮)
은재가 샌드백을 두드린다. 복잡한 상념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아빠를 따라오던 엄마.
-나가려는 엄마를 잡는 아빠
-자기앞에 고개를 숙이던 아빠.
68. 케빈장의 오두막 복도 (낮)
박무열이 들어온다. 체력단련실을 찾는다.
퍽퍽 소리가 들린다. 그 쪽으로 향한다.
69. 체력단련실 (낮)
은재가 여전히 샌드백과 더불어 망상과 싸우는 중이다.
-강종희 신발끈을 매주기 위해 무릎꿇던 박무열
-강종희의 당당한 고백을 지켜보기만 한 자신.
-두사람을 지켜보기만 하는 자신.
박무열이 들어온다. 유은재에게 말을 걸려다가 너무 집중해있는 걸 보고 기다린다.
유은재의 주먹은 점점 쎄진다. 망상을 깨부수려는 듯.
급기야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펀치를 내지르고 적당한곳에 걸터앉는다.
박무열 : (옆에 걸린 수건 얼굴에 툭 던져주며) 그러다 죽겄다.
유은재 : (박무열을 본다. 땀 닦으며) 뭐하러 왔대?
박무열 : 나도 머리가 복잡해서 땀 좀 뺄라구.
유은재 : 그럼 구단엘 가든가... 댁의 집 4층에도 휘트니스센타 있잖아여?
박무열 : 단순 무식한 네 얼굴 보면 내 머리가 좀 정리될까 싶어 왔다. 됐냐?
유은재 : (어이없다) 누구보고 단순 무식하대. 반사!!
박무열 : 너보단 복잡해.
유은재 : 카인과 아벨도 모르는 주제에...
박무열 : 지는 알았나.
유은재 : (숨을 몰아쉰다)...
박무열 : (땀에 절은 유은재 보며) 뭔냐? 뭔일인데 단세포가 고민을 해?
유은재 : (말하기도 싫다) 알거 없잖아여. (하다가) 댁은여? 댁은 뭔데 생전 안하던 고민을 하세여?
박무열 : (역시 말하기 싫다) 알아서 뭐하게...
두 바보, 나란히 앉아서 허공만 본다.
박무열은 한쪽손에 글러브를 껴본다.
박무열 : 복싱한지 얼마 됐냐?
유은재 : 4년.
박무열 : (글러브 낀 손으로 유은재 얼굴을 툭 쳐본다) ...
유은재 : 왜 때려여?
박무열 : 피해야지.
유은재 : 이 냥반이...
박무열 : 4년 했다면서 그것도 못피하냐?
유은재 : (툭 친다) ...
박무열 : (예상했다 피하고 좋다고 웃는다) 헤헤헤 피했지?
유은재 : (곧바로 다음 주먹을 복부에 날린다) 헤헤헤 맞았지?
박무열 : 한번 해볼래?
유은재 : 됐어여. 맞고 울면 곤란해.
박무열 : (페헷) 무서운 게지!
(점프)
박무열과 유은재 글러브를 끼고 링위에 섰다.
유은재 : (눈싸움하다가) 아 참... (코너로 가서 급소보호대를 갖고 온다) 이거...
박무열 : (기겁한다) 됐어.
유은재 : 그러다가 불구되면...
박무열 : (급소보호대 빼앗아 링밖으로 던지며) 여자라고 안봐준다.
유은재 : 초보라고 안봐줘여.
박무열 : 아프다고 울기 없기.
유은재 : 다쳤다고 드러눕기 없기.
박무열 : (주먹을 내밀며) 시간 무제한 다운될때까지.
유은재 : (박무열 주먹에 주먹 부딪치며) 이긴 사람 소원들어주기.
두사람 : (동시에) 땡!!
유은재가 잽싸게 뒤로 빠지며 안면에 잽을 날린다. 박무열 한대 맞았다.
유은재 : (헤헤 웃으며) 여긴 내 구역이거든여. 잘못 들어왔어여.
박무열 : (가드를 올리며 유은재를 코너로 몬다) 그래봤자거든.
두바보가 복싱을 한다. 초보다 보니 박무열이 밀리지만, 박무열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다.
가끔 위협적인 펀치가 나오면 유은재가 깜짝 놀라 뒤로 빠진다.
박무열은 게임을 즐기게 된다. 복잡한 생각이 사라진다.
즐겁다고 생각하는 순간, 유은재가 다시 보인다.
-지지 않으려고 주먹 뒤에서 집중하는 유은재
-때렸다고 헤헤 웃는 유은재
-기겁해서 뒤로 빠지는 유은재
코너에 몰린 유은재가 박무열을 홀딩한다. 유은재를 떼내야 하는데 박무열이 은재의 어깨를 잡은채 그러지를 못한다.
유은재가 박무열을 끌어안은채 숨을 고른다. 유은재가 뒤로 빠진다.
유은재의 가드가 내려간 순간, 박무열이 본능처럼 펀치를 날리다가 주춤한다.
찰나의 순간. 박무열은 깨닫는다. ‘아, 강종희와의 관계에 브레이크를 건 게 유은재라는걸’
박무열이 주춤하는 순간, 유은재의 카운터 펀치가 박무열 턱에 작렬한다. 박무열 그대로 쓰러진다.
잠깐의 암전.
(인서트)
여러 유은재가 나타난다.
웃는 유은재. 우는 유은재. 화내는 유은재. 삐진 유은재. 놀란 유은재. 환호하는 유은재. 각종 유은재들이 나타난다.
수십 수백개의 유은재다.
기절한채 박무열이 히죽 웃는다.
유은재가 뺨을 때린다. 박무열이 깨난다.
유은재 : 괜찮아여?
박무열 : (실제 유은재 보고 히죽 웃는다)...
유은재 : (웃자 걱정된다. 손가락 하나 내밀며) 이게 몇 개예여?
박무열 : (정신 차리고 유은재 얼굴을 밀치고 일어난다)...
70. 건물앞 (밤)
박무열과 유은재가 나온다.
박무열 : (뺨을 문지르며) 복싱하다 맞은 것보다 이게 젤 아퍼.
유은재 : 기절한 사람이 웃으니까 그렇져. 얼마나 놀랬는데.
박무열 : 그래서 뭐? 소원 뭐 들어줘.
유은재 : (아참 그게 있었지)...
박무열 : (겁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거 시키면 안된다.
유은재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빨리 말해. 뭐 해줘?
유은재 : 내 소원은...
(유은재) : (웃음끝이 애매해지며)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거.
박무열 : (재촉한다) 시간 제한 넘으면 무효야. 1.2.
유은재 : (쓸쓸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다가 한쪽 신발끈이 풀린걸 발견한다) 묶어줘여.
박무열 : 뭐?
유은재 : 묶어 달라구.
박무열 : (어이없다) 너 평생 안오는 기회야. 이렇게 막써도 돼?
유은재 : 됏구여. 빨리.
박무열 : (쭈그리고 앉아 신발끈을 묶어준다)...
유은재 : (박무열을 마음껏 바라본다) 댁이 이겼으면 무슨 소원 말할라 그랫어여?
박무열 : (신발끈 묶으며) 개막전에 시걸즈하고 우리하고 시합할 때 너 우리팀 응원석에 있으라고.
유은재 : 말도 안돼. 클날뻔했네.
박무열 : (일어난다) 아깝다. 이길수 있었는데...
유은재 : (한쪽만 중간 매듭이다. 다른쪽 내밀며) 이쪽은?
박무열 : (간다) 됐어.
유은재 : (쫓아가며) 뭐예여. 한쪽만 하는게 어딨어? 짝재기잖아.
박무열 : (유은재 머리를 휘감아 머리를 흩으러트린다. 은재를 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그건 나중에 매줄게.
유은재 : (빠져나온 뒤에 앞서가는 박무열 보며 궁시렁댄다) ...나중에 언제... (뒤쫓아간다)...
71. 강종희의 집 작업실 (밤)
강종희가 작업중이다. 역시 눈에 관한 그림이다.
72. 오수영의 집 화실 (밤)
진동수가 오수영을 위해 만들어준 화실이다.
오수영은 자화상을 그리는 중이다. 평범하고 올드한 그림이다.
강종희가 그린 단순하고 에너지 넘치던 그림이 생각난다. 오수영 손이 빨라진다.
(인서트)
-수십개의 눈...
-강종희 : 오수영처럼 산다고 하면 진짜 놀라겠지.
-강종희 : 나 그림 관뒀어.
-강종희 그림을 보던 엄마의 시선.
-강종희 : 박무열. 우리 다시 시작할래?
오수영 손이 점점 빨라진다. 눈빛도 흔들린다. 오수영은 정신이 붕괴되려한다.
(진우영) : 엄마!!
오수영이 멈칫한다. 뒤를 돌아본다.
진우영이 놀란 얼굴로 문앞에 서있다. 진우영의 시선이 이젤에 가 있다.
자화상속 오수영의 눈이 무섭다. 진짜 오수영 눈도 그만큼 무섭다.
오수영 : (붓을 내려놓는다) 우영아. 이건...
진우영은 한걸음 뒷걸음질친다. 그 아이는 분명 겁이 났다. 도망갈까?
오수영 얼굴이 짧은 절망으로 일그러진다.
그러나 진우영이 마음을 바꿔 엄마에게 다가온다. 엄마를 안아준다.
오수영은 구원받은 느낌이다.
진우영 : 방금 엄마 얼굴 되게 무서웠어.
오수영 : (진우영에게 안겨 심호흡한다) ...
진우영 : 괜찮다고 말해줘.
오수영 : (우영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영아 미안해. 괜찮아.
진우영 : (엄마 배에 손 올리며) 나 말고 애기 말이야. 애기도 무서웠을 거야.
오수영 : (우영이를 힘껏 끌어안는다. 진심으로)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73. 진동수의 집 주방 (밤)
진동수가 혼자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오수영 : (물을 놔주며 걱정스럽다) 이시간까지 밥도 못먹고...
진동수 : 학원가기전에 먹을려고 했는데 시간이 빠듯하네...
오수영 : 오빠....
진동수 : (먹으며) 응.
오수영 : 학원다니는 거 싫지 않아?
진동수 : (먹느라 대답이 늦어진다)...
오수영 : 한참 어린 애들이랑 기초 배우는 거 나 같으면 싫을텐데...
진동수 : (대수롭지 않다) 나도 창피한데...그래도 어쩌냐? 어렸을때 못배웠으니 지금이라도 배워야지.
오수영 : 딴거하면 되잖아.
진동수 : (오수영을 본다)...
오수영 : (용기를 낸다) 오빠. 우리....그냥 시골가서 살까?
진동수 : 응?
오수영 : 사람 별로 없는데.. 난 시골학교에서 그림 가르치고. 오빠는 애들한테 야구 가르치고...우영이 맘껏 뛰놀고..
그럼 좋을 거 같은데....아무하고도 비교 안하고...
진동수 : 무슨 일 있어?
오수영 : ...
진동수 : 이해해. 수영이 네가 나만 보고 살았는데 내가 갑자기 야구 관두니까 너도 덩달아 상실감이 생긴걸 거야...
게다가 너는 학교 친구도 안 만나고 가족도 안만나고 그랬으니까 더하겠지.
조금만 참자. 이제 곧 괜찮아져. 나도 매니저 일에 적응할 거구. 또 종희가 왔잖아.
옛날처럼 그림도 보러 다니구, 무열이랑 넷이서 놀러도 가고 그러자. 응...?
오수영 : (진동수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자기 마음의 어둠을 말할 수가 없다) ...응.
74. 사진이 있는 방 (밤)
아줌마가 책상앞에 앉아 있다. 강종희의 사진...눈이 훼손되어 있다.
사진을 뒤집는다. 메모한다.
74. 진동수의 침실 (아침)
오수영이 누워있다.
진우영이 유치원 갈 준비를 하고 들어온다. 침대위에 올라가 책상다리하고 엄마 옆에 앉는다.
진우영 : (엄마 이마를 짚어본다) 엄마 아퍼?
오수영 : 조금.
진우영 : 내가 간호해 줄까?
오수영 : 응. 유치원 갔다와서...
진동수 : (문앞에서) 우영아. 가자.
진우영 : (침대에서 내려와서 배꼽인사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오수영 : (진우영을 본다)...
진동수 : 갔다올게.
오수영 : 응...
문이 닫힌다.
75. 유치원 앞 (아침)
진동수 차가 멈춘다. 진동수가 내려 조수석의 진우영을 데리고 유치원안으로 들어간다.
76. 진동수의 침실 (낮)
누워있던 오수영이 일어난다.
77. 거실 (낮)
뜨거운 차를 탄다. 다시 침실로 돌아가려는데, 현관앞 편지봉투가 디밀어진다.
뭐지? 오수영이 편지봉투를 집어든다. 그안에서 나온건 눈이 훼손된 강종희의 사진. 박무열이 사진이 그랬듯이...
오수영이 놀란다.
78. 아파트앞 복도 (낮)
오수영이 밖을 본다. 아무도 없다.
79. 거실 (낮)
오수영이 카드 뒷장을 본다.
‘나쁜건 누구?????????????????????????????????????????????????????????’
수없는 물음표가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