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전당 국제음악제 개막공연 - 단 에팅거 & 유센 듀오 공연 후기
2024년 예술의 전당은 그동안 운영했던 여름음악축제를 국제응막제로 바꾸고 규모도 내용도 업그레이해서 오늘 개막을 했습니다 개막공연으로 준비한 공연이 유센 듀오와 단 에팅거가 이끄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야심찬 공연이었는데요 야심찬 느낌이 팍 왔습니다
프로그램은
플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 단조
브루쿠너 교향곡 제4번 E 장조 "낭만적"
이었습니다
공연에 가기전에 유센 듀오의 연주를 유툽에서 듣고 갔는데 이미 대단한 공연이 되리라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보다 실제의 합은 더 좋았습니다
일단 두 형제 피아니스트의 비주얼이 어마어마했고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단 에팅거 까지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정말 비주얼로는 최근 본 공연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풀랑크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말 유센 듀오를 위해 작곡한 곡인 마냥 찰떡같은 호흡에 낯선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부분까지도 살갑게 느껴지게 만드는 그들의 피아니시즘에 감탄을 합니다
루카스 유센과 아르투르 유센이 두 대의 피아노에 마주보고 앉아서 연주를 시작하는데 마침 제가 앉은 쪽에서는 아르투르 유센이 정면으로 보였는데 키가 좀 더 크고 비주얼도 우월한 그의 손동작 발동작 모두 다 보여서 연주내내 몰입감이 최고였어요 그는 거의 건반을 보지않고 치는데 건반을 볼 때도 본다기 보다 빠지는 듯한 그의 제스처에 또 넋을 잃습니다 기교면에서 논평을 할 바가 없는 연주였고 다만 이곡의 비트나 리듬이 워낙 빠르게 전개되는 곡이라 실력있는 연주자가 쳤을 때 좋지 않게 들리기가 쉽지 않을 터라 유센 듀오가 연주하는 다른 곡은 어떨 지 궁금해졌습니다
관객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유센 듀오의 앵콜곡도 빠른 전개의 고난도 테크닉이 돋보이는 곡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넉다운 시키고 그들은 사라집니다
인터미션 후에 이제 SAC 오케스트라와 단 에팅거의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의 1악장이 호른 솔로로 시작됩니다
아 여기서 기대가 좀 꺾이기 시작했는데 저는 오늘 정말 호른 솔로가 나올 때 마다 무척 걱정과 불안으로 집중이 잘 되지 않았어요 일단 호른 주자는 첫 주제음부터 불안했고 두번째 주제음에서는 음정도 좀 빠지는 소리를 냅니다 빠앙 하고 나왔으면 좋을 부분에 빵~ 하고 나오는 스타일의 연주를 하시는데 3악장에 가서는 정말 리듬감이 너무 떨어져서 관악과 기악의 주제가 번갈아 며 나오는 부분에서는 흐트러진 리듬(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기 하기만)때문에 현악부가 아무리 열심히 팔을 빠르게 흔들어대고 응수해도 부조화의 느낌이 자꾸 고개를 들어서 집중이 좀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호른의 부진을 오보에 주자가 리듬도 음정, 소리도 모두 안정된 호연으로 털어 주긴 했지만 워낙 호른이 곡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보니 아쉬움이 좀 남네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작년에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어서 기대가 컸는데 오늘은 현악부에서 중저음 파트, 그러니까 비올 주자들의 소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2악장에서 특히 너무 좋은 합을 보여주어서 인상깊게 들었어요 제 1, 2 바이올린은 상대적으로 음량이 좀 빈약하게 여겨졌는데 악장을 비롯한 몇몇 주자의 소리가 두드러지고 전 주자의 합이 착 감기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등장할 때부터 다른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앳된 외모의 단원들도 꽤 많이 보여서 생기있고 활력넘치게 보여서 기대감이 컸지만 브루크너를 소화해 내기엔 좀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들 무척 열심히 연주하는데 약간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늘 함께 연습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꽤 많은 연습으로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대곡을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가 해내기에는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휘자 단 에팅거는 오케스트라 각 파트를 완전히 장악하는 듯한 지휘를 하지만 의외로 박자를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전체가 풀 사운드로 화합하는 부분에서는 각자의 연주에 맡겨두는 듯한 리드를 선택합니다 제일 좋았던 점은 각 악장의 클로징도, 곡 전체의 클로징도 여운을 충분히 남겨두는 방식으로 끝맺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부분 부분 아쉬웠던 점이 있었지만 4악장으로 가면서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이 대장정을 완성해가는 모습에 그리고 그간의 부실함을 결국 호연으로 이끌어가는 끈질긴 노력에 4악장이 끝나고 꽤 긴 휴지가 끝나자 터져나오는 관객의 박수는 장장 60여분의 드라마를 결국 완성해 낸 지휘자와 SAC 오케스트라에게 합당한 반응이었습니다
여름 휴가를 공연을 보면서 보내야겠다는 올해 계획은 무척 순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후기를 마칩니다
첫댓글 매번 열정적인 후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더위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감동적인 공연을 보고나니 절로 나오는 후기입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