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 천하장군 회원들은 충남지역 청양 장곡사와 천북 굴단지 해넘이 송년답사를 잘 다녀왔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모두들 두툼한 겨울코트로 완전무장하고도 추위에 떨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생각보다 바람이 잔잔해 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천북 굴단지를 가기 전, 먼저 충남 청양으로 향했습니다. 청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입니다. 맵고 쌉쌀한 맛을 즐기는 저도 좋아하는데요, 최근 청양고추를 둘러싸고
청송․영양군과 청양군 간에 청양고추의 원산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청양고추를 개발한 종묘회사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새로 개발한 고추품종을 청송과 영양 지방에서
시범 재배해 성공했고 그래서 청송․영양 두 지방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 청양고추로 이름 지었다 하니,
아무래도 청양지방보다는 청송․영양 지방이 청양고추의 본고장이라 자부하는 것이 유력해보이기는 합니다.
어쨌든 정확한 판정은 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청양군은 최근 청양고추를 청양의 대표적 브랜드로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들린 천장호 출렁다리도 교각장식을 엄청나게 큰 청양고추로 꾸며 놓고 있었답니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칠갑산 자락의 아름다운 인공호수, 천장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2009년 7월에
개통한 다리입니다. 길이가 200여 미터 가량 되는데 국내에서는 가장 긴 출렁다리이기도 합니다.
직접 건너보니 생각보다 출렁임이 심하지 않아 건널 만 했습니다.
찬 겨울 날씨에 찾은 천장호 호숫가는 햇빛에 반사된 물결로 잔잔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청양의 한복판에는 “콩밭매는 아낙네야”로 시작하는 가요로 잘 알려져 있는 칠갑산이 있습니다.
그리 높지 않지만 나무가 많고 골짜기가 꽤 깊은 산이지요. 예부터 청양사람들은 이곳 칠갑산에 기대며
삶을 꾸려왔다고 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방문하는 장곡사도 칠갑산 남쪽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장곡사를 찾아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가요 <칠갑산>을 따라 부르며 여행의 정취에 빠져들었지요.
장곡사 입구에 도착해,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든든히 먹고 장곡사로 오릅니다.
장곡사는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절이지만 신라시대 창건한 천년고찰로서, 2점의 국보와 4점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이 풍성한 곳입니다.
이 곳은 상대웅전, 하대웅전이 있는 독특한 가람배치도 눈에 띕니다. 각각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건물,
그 안에 있는 약사여래좌상과 비로자나불 등은 고려시대의 건물과 불상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유물을 만나는 재미도 좋았지만 한적한 겨울 산사의 정취도 참 고즈넉하고 편안했습니다. 상대웅전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단아한 절집 지붕들 사이로 난 낙엽 깔린 오솔길,
그 한 켠으로 붉은 홍시를 매단 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감나무.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아련하고 편안함을 물씬 느껴보았습니다.
장곡사를 빠져나오기 전, 장곡사 주차장 근처에 있는 장승공원에 잠시 들렸습니다. 꽤 많은 장승들을 모아
놓았는데 그 표정이 하나하나 다르고 크기로 달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청양은 유독 나무장승이 많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청양지역에서 나는 나무가 좋아서일까 예부터 청양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장승을 세워 마을의 안녕을 빌어왔고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고장입니다.
이제 우리는 해넘이를 보면서 맛있는 천북 굴을 맛보기위해 보령시 천북 굴단지로 향합니다.
그런데 서쪽으로 달릴수록 그 맑던 하늘에 짙은 구름이 많아지더니 몇몇 회원들이 키조개를 사기 위해
잠시 들린 오천항에서 눈이 흩날립니다. 드디어 천북면 자은리 굴단지 도착했는데,
하늘엔 눈이 펑펑 내립니다. 바다 위로 내리는 눈이 쌩쌩부는 바람에 어지러이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해넘이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들은 눈 내리는 바닷가 언덕 위 식당에서 굴파티를 시작합니다.
석쇠 위에 껍질 채 굴을 올려 굴을 익혀먹는 굴구이의 원조가 바로 이곳 천북 굴단지라고 합니다.
툭툭 튀는 굴굽는 소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정겨운 회원들, 서리 낀 창밖으로는 겨울 바다 위로 펑평
눈 내리는 풍경, 이렇게 천하장군 2009 송년답사가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송년답사에서는 그 숱한 천하장군 여행길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여행의 매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천하장군 인터넷카페에 멋진 답사 후기를 올려주셨던 문정재 회원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문정재 회원님이 올려주시는 사진후기는 함께 여행하지 못한 회원들까지도
여행의 정취를 나눌 수 있는 고마운 배려였습니다. 제 식구처럼 천하장군을 아끼고 힘을 보태주시는
문정재 회원님, 감사합니다.^^
천하장군에는 문정재 회원님 외에도 천하장군을 제 식구처럼 아끼고 마음 써주시는 회원님들 많이 계십니다.
떡을 후원하고, 계절별로 과일과 맛난 음식을 후원해주신 회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천하장군은 회원님들의 성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여행으로 생활의 기쁨과 활력을
드리는 천하장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입니다. 이번 송년답사의 여독을 잘 푸시고, 추위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내년 1월 14일 태백선눈꽃여행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09년 12월 18일
천하장군 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첫댓글 이젠 답사여행에서 돌아오면, 초록별님의 잔잔한 글이 기다려집니다. 그날의 여행을 다시한번 되새김질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송년답사에서 너무 뜨는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 겸허히 받아 드리려합니다. 천하장군 카페 모든 회원들은 이미 이 카페가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카페로 여기며 사랑하고있답니다. 오랜 세월 덕분일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짧지않은 세월 덕분에 모두가 한 가족처럼 감싸주시는것 같아요. 이럴수록 조심해야겠지요.
애타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격이 높은 글솜씨 넘 잘 감상했어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