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노동자 사고, 사망, 자살 사례
사례 1. 2014년 1월,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자로 일하던 ㄱ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ㄱ씨는 2013년 11월부터 일하기 시작한지 채 세 달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해당 기업측은 “인간존중 기업문화를 실천하고 있으며, ㄱ 씨가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혼자 게임을 즐기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도중 업무에서 오는 경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ㄱ 씨는 사망 4일 전 회식 때, 입사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동료 A로부터 얼차려를 당하고, 머리를 밟히고 뺨을 맞았다. 사건 자체도 매우 큰 스트레스였고, 사건이 밝혀지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가해자의 협박이 극심했다. ㄱ씨는 투신 전날 SNS에 “너무 무섭다. 제 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리고, 가족들에게 “회사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아들이 회사에서 뺨맞고 머리를 발로 밟히고 그러면 회사에 가라고 하겠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결국 2015년 3월 업무상 재해로 승인됐다.
사례 2. ㄴ 씨는 군포의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년 12월부터 경기도 성남의 외식업체 조리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특성화고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고, 전산·회계와 컴퓨터 등의 자격증이 있었지만,전공과 전혀 다른 일이었다.
처음 취업했을 때는 현장실습 명목이었기 때문에, ㄴ 씨와 학교, 업체는 3자가 참여하는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표준협약서에는 하루 7시간 근무, 최대 1시간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ㄴ씨는 업체와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근로계약서’를 따로 썼다. 그것도 서류상의 계약일 뿐이었다. 스케줄대로라면 ‘오전 11시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러저러한 ‘벌칙’ 명목으로 2시간 먼저 나오는 일이 잦았다. 정리하다보면 퇴근시간인 밤 10시를 넘기는 것도 일쑤, 보통 11시 넘어 퇴근했다는 게 친구들의 증언이다.
양식부 막내로 ‘수프 끓이기’ 업무를 담당했던 ㄴ씨는 수프를 쏟아 발에 2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3주 동안 4번 병원을 방문해서 화상 치료를 받았지만, 산재보상을 받지 못 했다. 본인이 카드로 결제했다. 부상 때문에 쉰 날도 없었다. 수포가 생긴 2도 화상이었지만, 주방용 장화를 신고 똑같이 일해야 했다. 괴롭힘도 심했다. ㄴ 씨는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선배들이 집에 태워다주며 차안에서 툭툭 치며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날도 많았다. 차라리 입대하자고 결심하고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2016년 5월, 벌칙으로 9시까지 출근하라는데 1시간 지각한 날(근로계약서 상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한 날), 그는 상사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뒤, 오후에 매장을 나가 다음날 새벽 해당 외식업체가 운영하는 식료품 공장 바로 앞 골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사례 3. 2017년 1월 25일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여수 Y고등학교 3학년 ㄷ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2016년 12월부터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중이었다.
ㄷ씨는 출근 닷새째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일하는 게 꿀잼’이라는 글을 남길 만큼 회사일을 즐거워했다. 하지만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과중한 업무지시와 관리자의 폭언 등에 대해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주검을 마주한 유가족은 불과 두 달 만에 ㄷ씨의 지문이 모두 지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한 지 두 달 만에 지문이 닳을 정도로,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 답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회사는 제대로 해명하지도 않았다.
숨진 ㄷ씨의 핸드폰 기록에서 입사한 기업이 아니라, 대형 컨테이너창고를 같이 쓰는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소속도 무시당한 채, 제대로 업무도 익히지 못한 채, 때로는 점심도 걸러 가며, 마구 일을 시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회사의 첫 반응은 역시 ‘우울증 환자였다, 상담이 필요한 문제 학생이었다’며 사고를 고인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사례 4. 2011년 12월 ㄹ 씨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 70시간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장시간 노동일 뿐 아니라 10시간 맞교대였다. 작업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유기용제로 가득 찬 자동차에 페인트를 분사하는 도장실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같이 하는 일이었다. 주야 맞교대 근무, 잔업, 특근 등에 투입되어 주당 58시간에서 7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 것이다. ㄹ 씨가 쓰러진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는 현장실습 노동자의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정부는 이 사고 이후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2012.4)>을 발표하여, 현장실습 매뉴얼을 개발, 보급하고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개정하였다. 개정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따르면,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자들은 실습 시간이 1일 최대 8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제한되고, 야간, 휴일의 실습은 금지되었다.
사례 5. 그러나, 2014년 2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금영 ETS)에서 역시 현장실습 노동자로 일하던 ㅁ 씨가 공장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숨졌다. 울산 지역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눈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건물 지붕이 무너져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ㅁ 씨가 변을 당한 시간은 오후 10시 19분. 2011년 현장실습노동자 ㄹ 씨의 사고 이후 현장실습 노동자의 야간 노동이 금지되고 노동시간이 제한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2014년 가을 실시한 현장실습 실태조사에서도, 파견업체를 통해 현장실습에 나가고, 제조업 공장에서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하는 현장실습생을 만날 수 있었다.
사례 5. 2012년 12월 ㅂ 씨는 울산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작업선이 전복되면서 숨졌다. ㅂ 씨가 일한 석정건설은 사고 당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것으로 발표됐지만, 선박 피항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았다. 사고 뒤,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도 사고 업체가 현장실습생을 3명이나 승선시켰으며, 승선 근로자(24명)를 우선 대피시키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2012.4)>에는 ▲학교에서 현장실습 전에 사전 교육을 반드시 하고, ▲사업주가 안전보건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할 때 거부할 권리,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의 기만과 폭력에 노출된 현장실습노동자들의 앙상한 현실은 그대로였다.
사례 6.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청년 노동자 ㅅ 씨도 현장실습생으로 취업한 터였다. ㅅ 씨는 특성화고 3학년 때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체인 은성 PSD에 현장실습 형식으로 취업했다. 사고 뒤 서울시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은성 PSD와 2015년 새로 계약을 맺었는데, 2011년도 협약 때보다 연 14.4억원 적은 금액으로 용역 계약을 맺었다. 점검을 철저히 하면 고장 수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용역 계약에서 고장 수리 비용을 뺀 것이다. 사실 연평균 스크린도어 고장건수는 1만 2천 여 건에 달하고, 스크린도어 유지․ 관리에서 고장 수리가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임에도 그랬다. 후려친 용역비 책정의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돈이 부족하니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 2013년 1월 성수역에서도, 2015년 8월에는 강남역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이미 발생했다. 2015년 사고 발생 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반드시 2인 1조로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인 1조 근무는 매뉴얼에만 존재했다. 2명이 해도 위험한 일에 한 명만 배치해놓고 나 몰라라 한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활용되었다. 서울시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은성PSD는 2014년 11월부터 공업고등학교 학생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현장에 배치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실습생들은 2인 1조 매뉴얼을 (서류 상으로) 지키기 위해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