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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기어이, 염소 치즈랑 소비뇽 블랑을...
권종상 추천 0 조회 139 10.06.12 11:29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사람이 어떤 때는 뭐 하나에 콱 꽂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만 계속 파는 것.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집착이고, 좋은 의미의 광기입니다. 드디어 월드컵 시즌이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밤새 TV 앞에 앉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뭔가 '꽂히는' 것이 다가오는 것,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도움 안 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양날의 칼처럼 분명히 도움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어떤 정열을 일깨워주는 무엇으로서의 월드컵 응원, 8년전의 4강신화가 되살아나 준다면,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한 마음으로 정열을 분출하고 광장의 축제를 다시 만끽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안겨줄 것입니다.

 

저도 요즘은 뭔가에 꽂혀 있는 기분이군요. 여기 시간으로 오늘 밤부터야 월드컵에 꽂히겠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소비뇽 블랑에 콱 박혀 있습니다. 6월이라고 하기에 아직은 쌀쌀하다 느낄 정도지만, 그래도 어제부터는 올들어 처음으로 반바지를 꺼내입고 멋진 다리를 뽐내며(솔직히 제 몸에서 제대로 근육 박히고 쫙 빠진 곳을 찾으라면 딱 다리밖에 없습니다. 이놈의 직업이 절 도와주는군요. 하하)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땀 쫙 빼고 나서 집에 와서 씻고 나서 기어이 노래를 부르던 염소 치즈를 꺼냈습니다. 코스트코에서 샀는데 딱 5 달러. 이곳의 치즈가격은 정말 저렴합니다. 프랑스산의 쁘레지당 염소치즈...  소비뇽 블랑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_-;)를 기어이 실천하는 순간입니다.

 

염소 치즈는 얼핏 크림 치즈와 비슷하지만, 그 산도가 조금 더 강하고 잘 부서져서 샐러드 만들어먹기에 딱입니다만, 빵에 올려놓고 조금 가열해서 토스트가 약간만 되도록 구운 후에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간식에 안주, 혹은 야채라도 같이 하면 그냥 한 끼로도 딱입니다. 코스트코에서 샀던 빵을 썰어 조그만 오븐에 깔아놓고 여기에 치즈를 조금씩 잘라 올려 놓습니다. 여차하면 부서지기 때문에 잘 놓아줘야 하는데, 옮기다가 부서져 흘리는 치즈조각이 꽤 됩니다. 우유로 만든 치즈와는 다르게 새콤한 맛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소비뇽 블랑과 잘 어울리는 거겠지요.

 

아이들도 한참 맛있게 먹습니다. 한참 자랄 때의 녀석들이라, 두어판 구워 내도 제 입으로 들어오는 건 딱 두 조각. 마침 아내가 일 마치고 미장원 갔다가 들어왔습니다. 한번 먹어보라는 제 권유에 맛있게 먹는군요. 여기에 맞출 와인을 찾습니다. 킴 크로포드가 나오는군요. 요즘들어 계속 소비뇽블랑입니다. 따다닥, 경쾌한 소리와 함께 와인을 땁니다. 비록 코르크의 낭만이 박탈당했다 해도, 이제 스텔빈 스크루캡은 뉴질랜드 와인의 아이덴티티처럼 됐습니다. 따라서 피크닉 와인으로도 참 좋지요. 곁다리이지만, 워싱턴주 와인 중에서도 호그는 자신의 프룻포워드 급의 와인을 모두 스크루캡으로 바꿨습니다. 어쨌든 이 병이 늘고 나니, 집에 참기름병과 올리브 기름 담는 병들이 남아 돕니다. -_- ;

 

킴 크로포드 역시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졌겠지요?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 답게 산도 넘치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상큼한 향을 내뿜어주는. 역시 굴 생각이 또 납니다. 아마 다음에 소비뇽 블랑을 또 딴다면, 그때는 틀림없이 굴을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돌아오는 일요일엔 친구들과 함께 조개잡으러 바다에 가기로 했으니 틀림없이 그럴만한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싱싱한 미역강회와 조개구이, 갓딴 굴... 음. 생각만 해도 벌써 기분이 흐뭇해지는군요.

 

삶을 살아가면서 조그만 '기대'들이 있으면 훨씬 인생이 즐거워지는 거지요. 이런 작은 기대 하나하나에 몸을 싣고 마음을 실으면서, 조금 쌀쌀한 6월의 중순 초입에 제 입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아, 역시 염소치즈는 소비뇽 블랑이랑 잘 어울립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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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12 23:40

    첫댓글 드디어 goat cheese 를 찾았군요..요즘 위스칸신인가 윗쪽 주에서 염소 치즈를 너무 잘만들어서, 불란서에서, "염소 치즈의 원조는 우리다" 라는 유치한 선언까지 하게 만들었답디다. 미국서 좋은 치즈를 싸게 사는 건 도전입니다..저는 유럽 친구가 디즈니 랜드 근방에서 유럽 원산 모양 그대로 파는 덕에 싸게 삽니다, 그래서 염소 치즈만 여남은 종류를 구하지요....

  • 10.06.13 10:07

    와인에 김 씨 성이 붙었네... ㅎ
    맛있겠다~~~ -ㅁ-

  • 10.06.14 00:22

    어제 president 샀는 데, 소 우유로 만든 brie 밖에는 없던 데요...염소 젖으로 만든 게 없는 데요..사진의 치즈가 염소 젖으로 만든 치즈가 아니고 혹 soft cheese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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