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서이교
이마를 만져주는 일 외
새벽이 서리면
어김없이 배 위로 올라오는 이 도둑
가슴골 위에 귀를 붙이거나
목을 길게 빼고 코에 코를 댄다
어떤 소리를 훔쳐 가고
어떤 냄새를 가져간 걸까
우아하게 턱을 괴고 바라보는 저 큰 눈망울
어떤 마음을 채웠길래 그르렁 거릴까
누군가의 심장에 귀를 대는 건
내 마음도 당신 마음과 같다는 말
엄마 배에 귀를 대고 엎드리면
장기들의 안간힘이 들렸고
코에 손을 갖다 대면
목화솜 같은 숨결이 손가락 위에서 흩어졌다
병원 창으로 흘러든 햇살이 늙은 손등에 앉으면
구부러진 빛을 문지르다, 손을 뒤집고
바닥에 집을 그렸다
마루 밑에는 어둠을 맡고 다니는 고양이가 엄마 신을 맴돌고
집에서는 시장 냄새가 났다
그 냄새로 살다 간 사내
그 냄새로 자라는 아이
냄새가 만든 공명음이 울려서 집을 허물고
뒤돌아 앉아 들썩이면 등을 다독이는 숨소리
엄마는 숨으로 말하고
페피는 눈으로 말하고
나는 손을 쓴다
슬픔을 감지하는 건 고양이의 습성일까
호박씨를 닮은 페피가
턱선을 핥다가 가슴을 꾹꾹이다가
커다란 눈망울로 오래 말을 한다
이마를 만져주자
이쪽저쪽 가슴을 넘어 다니다
옆구리를 가져간다
새벽 서리다
---------------------------------------
시 창작 클래스
한 편의 시에 화자가 두 명 또는 세 명이 나오는 수업이었는데 내게서 자꾸 타는 냄새가 나는 거야
동시에 누나와 동생이 된 사람, 다리가 두 개인 강아지, 흘러내리는 나무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데 탄 냄새가 가시지 않는 거야
5분의 휴식, 손을 돌려가며 킁킁거리다가 속에서 올라 온 냄새인가 싶어 냉수를 마시고 누군가 버린 플라스틱 잔을 씻어 물을 담아 왔어 다행히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였고
앞 테이블에 앉은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울을 보는데 거울에 얼굴이 없다고 하고, 턱을 괸 남자는 자기 꼬리의 행방을 찾는대. 머리가 혼미해져서 또 물을 마셨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누군가 핀셋으로 나의 손금을 떼어내고 다른 손금을 심고 있다고 발표했어 불현듯,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 이와 연관이 있을까 싶어 미래가 궁금해졌어
나는 코를 괴고 공부한 듯 보였지만 이전과 이후를 멀리 떨어뜨려 줄을 잇고 가운데 점을 찍었어 어디에 머물다 내게 들어왔을까 언제 빠져 나갈까 냄새의 경로를 추적했어 킁킁거리며,
점이 앞으로 나아갔어 강변이었고 남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잡고 뛰었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다가 이따금 메리메리라고 불렀어 비가 왔고 숨을 헐떡이다가 목이 답답해 줄을 잡아당기는데, 미숙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엉겁결에 메리라고 말했어 시는 다양하게 읽을 수 있지요 선생님이 덧붙여 설명을 이어 나갔어 합평은 거의 생각나지 않고 냄새를 쫒아 다녔던 것과 시와 메리와 다양성과 머쓱함이 남았지
지금도 코에 손등을 대고 있어
물잔이 놓여 있고
-------------------------------------
서이교(본명 서미숙)|2023 《문학뉴스& 시산맥》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