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심청(산문)
할머니, 울지 마세요
삼육 초등학교 3학년
박지환
나는 명절이면 마음이 자란다. 한 살 더 먹고 생각도 작년보다 좀 깊어진 것 같다. 내가 크는 만큼 확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며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할머니께 꽉 잡힌 손을 은근슬쩍 빼기 바빴다.
이번 추석에도 할머니들 댁에 갔다. 두 분 모두 편찮으시다. 명절 전에 외할머니집에 가서 전을 부쳤다. 전은 여자 어른들이 모여 부친다. 새우, 송이버섯, 육전 꼬지전 등 기름에 부치자마자 먹는 맛은 최고다. 그 때 먹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할머니께서 제일 먼저 채반에 나온 전들을 가져와 먹여주신다. 고기, 밀가루, 채소 등이 많이 들어간 동그랑땡이 가장 맛있다. 나는 시금치 대신 피망과 오이를 넣은 잡채도 좋아한다. 아삭아삭 씹혀서 잘 먹는다. 내가 잘 먹는 걸 기억하시고 그렇게 해놓으신다. 나는 사랑받는 것 같다. 조기가 구워지는 냄새는 정말 좋다. 집에서는 냄새 때문에 가끔만 구워 이렇게 푸짐한 조기와 전을 같이 먹으니 찰떡궁합이었다.
외할머니댁에서 식사하고 작별인사를 하려니, 갑자기 할머니께서 손을 잡고 우셨다. 나도 갑자기 울컥했다. 외할머니는 허리 수술을 하신 후 치매에 걸리셨다. 그래서 많은 걸 기억을 못하시지만 나는 꼭 기억하신다. 그날 할머니는 나한테 돈을 쥐어주셨다. 천 원짜리였는데, 할머니는 만 원짜리로 아신다. 그때 갑자기 또 울컥했다. 그 와중에도 할머니는 나를 항상 생각하고, 같이 있어도 보고잡다 하시고,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고 같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우리새끼 보고잡다. 보고잡다. 하신다. 작별하려니 또 손을 잡고 우셨다.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시는데……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몇 번이나 뵐 수 있을까.
다음 날은 친할머니 댁에 갔다. 시골이어서 조용하다. 여름에 들었던 매미소리가 기억난다. 그때 얼마나 시끄럽던지. 시골은 자동차 소리는 없지만 조용하지는 않다. 봄에는 새소리, 여름에는 매미소리, 가을에는 낙엽 밟는 소리, 겨울에는 눈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큰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도 뵈었다. 모두 90세가 넘으셨는데, 우울증도 있으셔서 매일 누워 계신다.
나이 드신 두 할머니댁을 방문하고 내 마음은 각별해졌다. 지금 내가 뵙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다. 그렇게 생각하면 학원 숙제, 농구경기 약속 때문에 부모님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될 것 같다. 내게 그런 친척 할아버지가 계신 줄도 모르고. 두 할머니께서 얼마나 우리를 기다리는지도 모를 것이다.
효녀 심청처럼 나도 살고 싶다. 심청은 바다에 빠진 후 용궁에서 다시 살아나 왕비가 된 후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었다. 정말 죽어서도 부모님의 은혜를 갚은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돌아가신 심청이를 포기하지 않고 앞도 보이지 않는데 넘어져 가면서 젖동냥을 해 살렸기 때문이다. 나는 자동차로 친할머니 댁에 가면서 상상했다. 울퉁불퉁한 길도 없는 한겨울의 시골길을 다 헌 짚신을 신은 심학규가 한 손에는 지팡이, 다른 한쪽에는 젖달라고 우는 청이를 안고 젖동냥을 하는 모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심청을 알고 뉴스에서 빚 때문에 힘들어서 부모가 자식까지 태우고 차에서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도 힘들어겠지만 심학규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눈이 보이는 부부, 자식들도 다 컸고, 심지어 자동차도 있다. 심학규가 약했다면 방에서 대문까지 아기를 안고 나오지도 못해서 둘이 얼어죽거나 굶어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심청이가 커서 심부름할 나이가 될 때까지 날마다 동냥으로 청이를 살렸다.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해 단 한 번 목숨을 바쳤지만 아버지는 수백 번 수천 번 목숨을 바친 것 같다. 두 할머니를 뵙기 전에는 공양미 300석을 바친다고 약속한 심학규가 심청이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할머니, 두 할아버지와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를 뵈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죽을 수 있는 동네까지 기다시피 나와 동냥젖을 먹이고 뱃사람들도 감동한 청이가 되도록 교육도 잘한 아버지는 그런 효도를 받아도 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나만 보면 우시는 할머니, 내 모습에서 아버지의 작았던 때가 보이시나.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할머니들을 뵈러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서라도 가야 옳은데 부모님의 편한 차를 타고 가니까 핑계 대지 않고 따라나서야겠다. 만약 2주가 넘었는데도 가자는 말이 없으시면 내가 먼저 할머니 뵈러 가자고 해야겠다. 자주 얼굴을 보여드리는 일이 가장 큰 효도이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리신 외할머니에게 나는 언제나 보고 잡은 손자고, 9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들도 우리가 가지 않으면 일어날 수도 없는 분들이다. 마음속으로 항상 생각하고, 얼른 나으시라 기도하고, 부모님이 가실 때마다 함께 찾아봬 손목을 잡혀 드리고 그 순간만이라도 보고잡은 손주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시골 늙은 느티나무가 거대한 뿌리를 땅 깊이 뻗고 수많은 가지를 하늘까지 키워놓고는 보고잡다 보고잡다 자꾸 손을 흔든다. 내 마음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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