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위로의 노래 이승신님의 ‘꽃 우표’
이승신 시인의 ‘꽃 우표’ 낭송 생전의 손호연 여사 손호연 시비(青森県)
엊그제 9월 27일 일본 혼슈 북부 아키타현(秋田県) 아키다(秋田) 문화회관에서 라디오 음악가요제가 열렸는데 고도 유이치(工藤雄一) 가요제 회장이 우리나라 이승신(李承信) 시인의 시(단가/短歌)‘꽃 우표’를 노래로 작곡하여 발표했다고 한다.
이승신 시인(66세)은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거의 유일한 일본의 정형시 단가(短歌/和歌,わか) 작가였던 손호연(孫戶姸/1922~2003)여사의 장녀로‘꽃 우표’역시 단가 형식의 시이다.
이승신 시인의 어머니 손호연 여사는 1941년, 17세에 동경제국대학에 유학했는데 당시 기숙사 고문이었던 마스도미 데루꼬(枡富照子)에게 단가를 처음 배우고, 곧 이어 일본 단가의 대가 사사키 노부쓰나(佐佐木信綱)에 사사했는데 평생 2,000여 수의 주옥같은 단가를 지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 더 유명했다고 한다.
2000년, 한국에서는 화관(花冠)문화훈장을, 2002년 일본으로부터는 외무대신 표창을 받았고, 일본의 고단샤(講談社)에서는 손 여사의 단가를 모아 5권의 시집으로 출간하는데 제목은‘무궁화’였다. 또 1997년 아오모리현(靑森県)에는 그녀를 기리는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작년(2014), 이승신 시인은 어머니의 단가(和歌) 101편을 뽑아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의 4개국 언어로 시집을 발간했다.
시인 이승신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1만 5천명과 가족을 잃은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단가를 쓰기 시작했는데 250여 편이나 되어 단가시집 2권으로 묶어 출간하였는데 모녀 2대의 와카(和歌) 시인이라 하여 일본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꽃 우표 창작 발표회에서 이승신 시인은
‘꽃 우표를 『아이리스』드라마로 유명한 아키다에서 발표하게 된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난 중의 여러분이 힘과 위안을 받으시길 빌고 한국의 문학과 일본의 음악으로 한일 간 좋은 마음을 잇고 싶다는 고도(工藤) 선생님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현재의 경직된 한일관계 개선에 역할을 한데 보람을 느낀다.’라 하였고 현지 언론은 ‘한 평생 시를 통해 한일간 평화의 마음을 표현한 어머니와 그를 이어온 딸의 진실 된 마음이 국경을 넘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하였다.
이승신 시인은 2008년에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일한문화교류상’ 을 받았다.
<이승신 시인의 ‘꽃 우표’>
고난과 아픔의 나날이어도/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나니/ 꽃 우표 빛나는 아침 마음을 담아/ 하늘에다 띄우리, 가 닿도록...
<손호연 시인의 남편께 드리는 러브레터>
끝없는 나그네 길에서 만나게 된/ 억만 명 중의 한사람/ 그대/ 눈보라 치는 밤/ 그대 어서와 손 녹여요/ 노크 없이 그냥 들어와...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떠 보시려/ 눈을 감으셨나요/ 작별인사도 없이/ 그대와 헤어졌노라/ 그 흔한 작별인사도 없이...
그대 묻힌 묘소아래/ 별꽃으로 피어나/ 봄마다 새순으로 움트고 싶네...
------------------
조선 3대 가집(歌集)으로 조선 영조 4년에 김천택이 엮은 청구영언, 조선 영조 39년에 김수장이 엮은 해동가요, 조선 고종 13년에는 박해관과 안민영 공저로 가곡원류를 엮어낸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은 시조 998수와 가사 17편을 시대별로 분류하여 수록했고 해동가요(海東歌謠)에는 시조 883수를 작가에 따라 분류하여 실었다. 가곡원류(歌曲源流)에는 남창곡 839수, 여창곡 178수를 수록하였으며 유명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가 실려있다.
일본의 가집(歌集)으로는 만엽집(万葉集/まんようしゅう)이 있는데 나라(奈良/AD 700)시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노래들을 모아 수록하였다. 수록된 노래는 4,500여 수(首). 일본의 학자들도 일본 시가(詩歌)는 우리나라 향가(鄕歌)가 그 뿌리라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나라 시조(時調)의 율격은 3-4-3-4, 3-4-3(4)-4, 3-5-4-3의 3장(章)으로 총 43자(字)내외인데 일본의 단가(短歌/짧은 노래)도 상당히 엄격한 율격을 지킨다.
【황희의 대초 볼 불근 골에】
<초장> 대초 볼/ 불근 골에/ 밤은 어이/ 듯드르며
<중장> 벼 븬/ 빈그루에/ 게는 어이/ 나리는고
<종장> 술 익자/ 체장사 도라가니/ 아니먹고/ 어이리
(2절)
<초장>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하다
<중장> 나는/ 그믈 깁고/ 아희는/ 밭을 가니
<종장> 뒷 뫼에/ 엄 긴 약초를/ 언제 캐려/ 하나니
*주: 대초- 대추, 불근-붉은, 듯드르며-뚝뚝 떨어지며, 벼 븬- 벼를 베어낸, 게- 참게(蟹)
일이 하다- 일이 많다. 뒷 뫼-뒷 산, 엄(순)긴 약초- 순이 길게 벋은 약초
일본의 대표적인 단시에는 하이쿠(俳句), 와카(和歌), 렌카(戀歌)가 있는데.....
하이쿠(俳句)는 가장 짧은 단시로 메이지시대(明治時代/19세기)에 나타난 시가의 형태이며 5-7-5의 3구(句) 17자(字)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이다.
와카(和歌/短歌)는 6~14세기에 나타난 궁정시로 율격은 5-7-5-7-7의 5구(句) 31자(字)이고 또 하나 렌카(戀歌)는 12~16세기, 무로마치(室町時代)시대에 완성된 형식으로 3명 이상의 시인이 5-7-5 음과 7-7음을 번갈아 읊는 형태이다.
【하이쿠/俳句】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와카/和歌】
こぬ人を/ まつほの浦の/ 夕なぎに/ 焼くやもしほの/ 身もこがれつ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바람이 멎은/ 마쓰호 포구의 쓸쓸한 해변가에서/ 그을리는 해초 소금처럼/ 이 몸도 타들어가네.
첫댓글 홍시여,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단시가 참 낭만적인 시네요.
오늘도 문학에 대해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