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삶
3. 삶의 체계(3) - 인간과 욕구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삶의 발생적 조건은 욕구의 존재에 있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는 그 또는 그녀가 욕구를 감지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구는 다양하며 무한하다. 욕구의 원천에 따라 자연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가 있다. 욕구의 주체에 따라 개인적 욕구와 사회집단적 또는 사회조직적 욕구가 구별된다. 욕구의 충족 대상에 따라 육체적 또는 물질적 욕구와 정신적 또는 심리적 욕구로 나뉜다. 그리고 욕구의 충족기제에 따라 구체적 또는 개별적 욕구와 추상적 또는 포괄적 욕구가 잇다. 후자는 '전략적 욕구'로서 어떤 대상을 알고자 하는 욕구(인지적, 과학적 욕구)와 그것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욕구(규범적, 정치적 욕구)오 양분된다. 다른 모든 욕구의 충적은 궁극적으로는 이 두 가지 전략적 욕구의 충족(문제해결)을 통하여 가능케 된다.
이런 시각에서는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는 이들 전략적 욕구의 충족을 지향해온 발전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가지 전략적 욕구의 충족기제의 합리화는 과학과 정치와 이들 두 가지 행위체계의 결합방식의 체계적 제도화로서 나타났다. 그것은 두 가지 욕구에 상응하는 합리성, 곧 '인지적 합리성'과 '규범적 합리성'의 변증법적 전개과정과 이의 제도화로써 특징지워진다. 인지적 합리성에는 앎 자체가 목적인 앎의 추구와 관련된 '순수인지적 합리성'과 어떤 제3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강구와 관련된 '수단적 합리성'이 있고, 규범적 합리성에는 조직 안에서의 권력지향적 행위 차원에서 좁은 의미의'정치적 합리성'과 사회적 행위의 선악을 판별하는 도덕적 문제와 관련된 '윤리적 합리성'과 아름다움과 추함의 판단 문제와 관련된 '심미적 합리성'의 종류들이 있다.
인간의 삶의 욕구 충족에 대한 추구라는 기본적 성격은 또한 그것의 해방지향성을 뜻한다. 그러나 욕구충족이 우선 형식적 또는 직접적으로 해당 삶의 주체에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서 그것이 실질적 또는 궁극적 해방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삶의 공간적 통일성, 곧 삶의 장으로서의 자연과 사회와 국가의 총체적 연관성 안에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또는 그녀가 감지하는 모든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해당 삶의 주체가 반드시 해방된 삶을 누린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감지하는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시간, 공간, 그리고 자연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선택적으로 욕구를 충족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지식은 과학의 차원에서 인지적 합리성을 통해서, 지혜는 넓은 의미의 정치 차원(도덕과 예술 세계를 포함)에서 규범적 합리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물론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보와 시간의 부족이나 목표 설정에 대한 의견불일치 등에서 연유되는 '제한적 합리성'의 제약 조건 아래서 욕구 충족의 문제해결이 시도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러한 제약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고 그런 노력을 지속하여 더 나은 합리성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