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제보를 받고 장산 안적사에서 기장 안평 방향 600m 정도 떨어진 임도 변에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 등 울창했던 숲을 베어낸 현장을 다녀왔다. 반송동과 인접한 철마면 안평리 산112-1 일원으로, 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지역주민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고 지역 명품 숲으로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국유림에 편백나무를 조림한다고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100년 이상 자랐을 멀쩡한 소나무와 참나무 등을 잘라내고 경제림(목재 등의 임산물을 이용하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서 가꾸는 삼림) 조성을 위해 3년생 묘목을 심는다는 데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편백나무를 심어 산불이나 병충해 피해 없이 40년 내지 50년 이상 경제림으로 조성한다고 해도 여기에 풀베기, 가지치기 등 관리 비용까지 대충 더하면 당연히 손해다. 예를 들어 50년생 편백나무를 기계톱으로 잘라 힘들게 운반해 제재소에서 목재로 가공해도 제재목의 가격이 인건비에도 못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깨끗한 공기를 뿜어내는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는 것은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더 큰 이익이다. 해방 이후 헐벗은 국토를 푸른 숲으로 만들어낸 산림청이지만, 경제림 정책은 한정된 지역을 제외하고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차라리 목재는 동남아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수십 년 전부터 경제림 조성을 부르짖었지만, 목재의 80% 이상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2018년 3월 19일 양산국유림관리소장과 자원조성팀장이 부산 생명의 숲을 방문하여 앞으로 편백 경제림 조성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나무를 자르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해운대라이프 2018년 4월 10일자 19면 ‘세복수초를 살려라! 부산생명의 숲 강력 대응하기로’). 당시 양산국유림관리소는 반송에서 기장농업기술센터 고갯길 오른쪽 급경사 산림에서 세복수초 등 7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와 50여 종의 큰 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베어내고 어린 편백의 단일 수종을 심어 호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