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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의 비밀
자고로 섬사람들은 모든 감성에 일찍 눈 뜨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일찍 성에 눈 뜬다.
아마 섬 여자와 결혼한 남자들의 경우 지금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섬 여자들이 조숙한 편이다.
허지만 깟년이는 그렇지
않았다.
깟년이가 공기놀이하면서 최사장을 각별히 아껴주는
것은 이성을 느껴서가 아니고, 자신의 이름을 올바르게 불러주고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해 주는 최사장에 대한 순수한 고마움이었다.
반면, 최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섬 남자들이 여자보다 성에대한 감성이 무딘
편이지만 최사장과 깟년이의 경우는 전혀 반대였다.
최사장이 깟년이로부터 성에 대한 호기심을 먼저
깨우친 것이다. 그런데 이 깨우침이 또 웃긴다.
순전히 공기놀이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모종의 뒷거래 같은 것이라고 해도
심하게 틀리지 않는다.
깟년이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지만 최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일에나 항상 대가가 있어야 움직였다.
가령 육지에 내다 팔기위해 생선을 말린다고 치자.
생선비린내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은 파리 떼다. 파리도 먹고 살기위해 생선에 대드는 것이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파리를 무참하게 살해해도
죄될 것이 없다. 사람이 우선 먹고 살아야하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생선을 지켜야한다.
파리 떼와 결사항전을 해야
한다.
최사장의 아버지도 어부였기 때문에 수시로 생선을
말려야했다.
생선을 말리는 과정까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담당했지만 파리 떼로부터 생선을 지키는 일은 최사장의 몫이었다.
“야야. 점기야 파리 좀
쫓아뿌러라.”
학교에서 돌아온 최사장에게 어머니가
부탁하면.
“흐미, 지난 인건비도 안줌시로 또 그라요? 인자
몬하겄소.”
“이 녀석아 생선 팔아 아부지하고 내만 밥
묵냐?”
“으미, 문 말을 고로코롬 하요? 자식을 멕이고
재우는 건 당연지사지 안그라요?”
“쪼끄만게 참말로
데라졌어야.”
“요새 세상이 어느 땐디 아직도 무임금할라카요?
무임금하다 걸리면 바로 간당께요.”
“머씨라? 고거이 니가
할말이어야?”
결국 어머니는 최사장에게 파리 쫒는 인건비를
선불로 주고 만다.
최사장의 뛰어난 경제감각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최사장이 이상하리만치 깟년이와의 공기놀이엔
무임금유노동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까다로운 심부름이나 잔소리에도 무조건 복종이었다.
최사장이 이렇게 바뀐 데는 최사장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위해.
최사장은 깟년이 기분을 모조리 맞추고, 갖은
심부름 다하면서 인건비로 깟년이를 불쾌하게 하지 않았다.
허지만 이건 겉핥기고 깟년이 몰래 챙기는
최사장만의 노동대가가 있었다.
노동의 대가는 꼭 숫자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기분으로 느끼는 대가는 무형의
대가다.
최사장은 숫자로 따지는 대가가 아닌 무형의
인건비를 깟년이로부터 받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공기놀이를 통해서다.
뿐만 아니라.
비록 어린나이였지만 깟년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은밀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챙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물 떠와라.
공기가 마음에 안 든다.
산딸기가 먹고 싶은디.
조개 구워먹고 싶다.
그러면 최사장은 한달음에 일사천리로 깟년이의 모든
희망사항을 무임금으로 조달했다.
아니다.
자신의 은밀한 수익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깟년이의
심기를 조금도 해치면 안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혼자 즐기는 무형의 대가에 대해 죽을 때까지 비밀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짐했다.
대신 깟년이도 최대한 최사장의 요구사항을
승인했다.
공기놀이 할 때는 언제나 은밀한 곳을 택하는
최사장의 요구를 아무런 의심 없이 들어 준 것이다.
최사장이 무형의 대가를 챙기며 공기놀이하기 좋은
은밀한 장소는 마을에서 딱 두 군데뿐이었다.
한곳은 석교 옆에 늘어놓은 어구들 틈 사이의
한적한 공간이고 또 한곳은 서낭당으로 사용하는 정자나무뒤편의 커다란 돌무더기 주변이었다.
이 두 곳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모든
행동이나 행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이었다.
깟년이와 공기놀이하기에 다소 비좁긴 했지만
최사장에겐 비좁은 이 장소가 공기놀이에 집중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최사장은 깟년이와 공기놀이 시작한 이후 처음엔
이기는 때도 있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깟년이에게 계속 깨지기만 했다. 패자가 조공으로 바쳐야 하는 것은 유난히 볼록 튀어나온 이마였다.
공기놀이에 이긴 깟년이에게 뻘겋게 부어오르도록
이마를 대 주면서도 최사장은 짜릿한 기쁨에 충만했다.
아니, 깟년이에게 이마를 얻어맞는 것은 고통이
아니고 벅찬 감동이었다. 그래서 이마가 아픈 줄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마가 달걀 만하게 부어올라도 최사장은 흡족하기만
했다.
깟년이는 그렇잖아도 앞이마가 볼록 튀어 나온
최사장의 이마를 손톱으로 튕겨 때리는 재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쾌락이었으며 이 쾌락은 마약처럼 시간이 갈수록 취미로
변질되어갔다.
허지만 깟년이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양심도 쬐꼼
있었다.
“오미, 너 앞대가리 안아푸냐? 아파도 사내라고
참는거이라?”
“아니여라. 난 맞아야 좋당께. 맞을수록 생기가
돈당께.”
깟년이는 최사장을 참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신경이 없는 척추동물일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허지만 최사장의 비밀을 깟년이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깟년이는 공기놀이할 때 또는 이마를 때릴 때,
앉은 자세로 하라는 최사장의 부탁만은 철저하게 지켜주었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으려는 최사장의 엉큼한
속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허지만 최사장의 진짜 엉큼한 속내는 따로
있었다.
.
첫댓글 최사장의 엉큼한 속내는 무었일까?
호기심 나네요.. 제미나게 잘봤슴니다.
ㅎ
여자의 호기심...남자의 호기심...그런게 인생 사는 맛이겠죠...ㅋ
안녕 하세요 ?불루보트님
오랫만에 뵙슴니다.
연재소설 잘보고 갑니다.
건강 하세요..
네, 느티나무님 잘계시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날되시구요
쪼그만한것들이 뭘 안다고
그들만의 이성이 싻트는 제미있는이야기 즐감해 봅니다.
ㅎ
나이가 너무 젊으면 뭘 모른대요?...요새?ㅋㅋㅋㅋ
고운밤 편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