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뀐지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2022년 5월 초 정권이 바뀌었다. 그 이후로 이런 저런 사안이 많았다. 많은 일들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자는 것이 아니고 독특한 것 몇개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정권이 바뀌자 제일 먼저 있었던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전 정권까지 있었던 청와대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그곳에서 나랏일을 보았고 나라를 이끌었던 곳이다. 청와대터가 험해 역대 대통령들이 이런 저런 일로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일부 역술가들의 뒷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 개인이 초래한 일들이지 터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일하는 터가 문제가 있고 나라의 운을 갏아먹는 터라면 왜 지금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국이자 선진국대열에 올랐겠는가. 역대 대통령들에게 이런 저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그들이 자초한 일이지 결코 터의 문제는 아니였던 것이다. 또한 청와대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대통령이 안전하게 집무할 수 있도록 방어시스템이 완비된 곳이다. 하지만 새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과감하게 이전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제 1야당 대표가 검찰에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제 1야당 그것도 여야 의원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여소야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전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상상이 안됐던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당시 야당 대표 그리고 당수가 정말 엄청나게 깔끔했을까. 완벽한 법적 해탈자였을까. 서슬이 퍼렇던 정권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체포 구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때도 야당에 대한 그리고 그 야당의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 야당을 정치를 행하는 파트너로 그나마 인정한 것이다. 연일 정부와 정권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보내는 야당 대변인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사석에서 칭찬을 했을 정도이다. 그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검찰은 제 1야당의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있는 일이란다. 야당에서는 왜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이와 관련해 촛불집회도 계속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경제인 연합회 (전경련)가 회장 권한대행 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대통령 인수위 지역 균형 발전 특별위원장을 역임한 모 인사를 추천했다고 한다. 행정학 교수 출신이자 정치인이다.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재벌 대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수장을 맡는 것은 1961년 전경련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란다. 이것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예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은 뒤 현 허창수 회장에 이르기까지 역대 회장직은 모두 재벌 총수가 맡아왔다. 전경련은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관철하는 압력단체로 이른바 정경유착을 주도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나 경영학을 전공한 학자도 아니고 행정학을 전공한 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 과연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 수장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인물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능력자라도 맡을 분야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다가 대기업을 개혁하려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도 전혀 아닌 것 같다. 대기업을 개혁하려는 것은 현 정부의 구상과도 전혀 맞지 않고 상반적이 개념이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것에 담긴 의미가 많다. 정말 새롭게 뭔가를 이루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두손들어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는 정당성과 합당함이 따라야 한다. 지동설을 주장하며 목숨을 내건 코페르니쿠스적인 정의감과 확실함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들에서 그런 진정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이라면 대단한 국력 낭비요 뒷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한번 후퇴하면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엄청난 동력이 필요하다. 그런 동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로인한 국가적 사회적 손실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나라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얼마나 많은 사안들이 추진되었겠는가. 전 정권들에서 하기 싫어, 아니면 능력이 없어 못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저런 것을 감안해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을 시도해도 별다른 이득이 생기지 않고 국론분열과 나아가 국력 훼손이 우려되니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무게감이 주는 우려를 잘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내릴 판단은 정말 아닌 것이다.
2023년 2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