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지금 나이가 56세이시지만 그 시대에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거의 없지 않았나요?
최윤희: 저도 카피라이터란 걸 처음 들었어요.
38세에 처음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저는 완전히 결혼하고 애 키우고 살다 죽을 생각이었지요.
근데 난데없이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줘가지고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거죠.
제가 완전히 거지가 됐어요.
거지가 되니까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없잖아요.
어느날 제가 제 자신에게 머릿속에 시험문제를 내줬어요.
1번 이혼을 해라.
이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서류를 떼 가지고 왔다갔다 해야 된대요.
제가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거든요.
차라리 그냥 살고 말겠더라구요.
2번 가족 동반 자살을 해라.
그게 제일 하고 싶었어요. 사실은...
그래서 애들을 불렀어요.
그런데 애들이 눈에서 별이 쏟아지면서
"엄마! 밖에서 친구들이 기다려요." 이러는거예요.
그러니 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그래 나가 놀아라."
3번 묻지마 인생 타락을 해버려라.
제 외모를 보세요. 타락이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소크라테스 제자예요. 내 자신을 잘 알아요.
4번 새 출발을 하자.
그때가 딱 운이 좋았어요.
정부에서 주부사원 뽑으라고 정책적으로...
그래서 1331명의 주부들이 몰려든 거예요.
자기 소개서를 쓰라고 백지를 주고
한 장은 특기 취미 희망하는 월급 액수를 쓰라고 했어요.
저는 옛날부터 특이한 걸 좋아해요.
자기 소개서를 이렇게 썼어요.
옛날에 애꾸눈 임금이 살았다.
그는 살아 생전에 본인의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유명한 화가를 다 불러서 그리게 했다.
아부를 잘하는 화가는 두눈을 성하게
그리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눈을 그래도 그렸다.
임금이 보니까 두 눈이 성한 그림은 보기는 좋지만 가짜잖아요.
정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진짜지만 애꾸잖아요.
그래서 다 던지면서 화를 냈어요.
그때 어떤 초라한 사람이 오더니 "제가 그려 보겠습니다."
그걸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임금이 좋아했어요.
그 그림은 어떤 거냐?
성한 눈이 있는 옆모습을 그린 프로필 초상화였어요.
인생도 이와 똑같다.
어느 순간이나 아름다움과 추함이 행복과 불행이 희망과 절망이 똑같이 공존한다.
나도 이 사람처럼 좋은 쪽을 보고 살고 싶다.
그게 굉장히 특이했대요.
또 한장의 종이가 있잖아요.
진짜 잘하는 걸 썼어요. 솔직한 게 최고니까...
특기... 멍하니 하늘 쳐다보기 바람 맞으며 무작정 걷기
취미... 인상쓰고 있는 사람 겨드랑이 간지럼 먹히기
희망하는 월급액수... 물질은 완전히 초월했음 이렇게 썼어요.
그랬더니 카피라이터가 된거예요.
박경림: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사랑 때문에 그 직업을 선택하신거네요.
최윤희: 그렇게 됐죠. 결과적으로...
지금은 제가 오히려 남편에게 감사해요.
매일 남편에게 감사패 공로패를 주고 싶은데
[귀하는 사업에 실패하여 거지가 됨으로써 인간 최윤희의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주었으므로 그 공로를 높이 치하해 이 패를 드립니다.]
정말 매일 그렇게 하고 싶어요.
뉴스나 신문 보세요.
매일 감사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자기 너무 고마워 신창원이 아니니까...
자기 너무 고마워 오사마빈라덴이 아니니까...
매일 그냥 즐비해요. 감사할 일이...
박경림: 그러면은... 남편 되시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 굉장히 궁금해져요.
최윤희: 남편이 굉장히 감동적인 사람이에요.
왜 진지하고 진실한 사람있죠.
유머지수는 거의 없지만 제가 외출했다가 집에 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 있잖아요.
우산을 들고 나와 있더라구요.
결혼 30년이면 대개 그런데 관심이 없잖아요.
너 어디 갔다오냐. 이런 식인데 우산을 들고 나와서 기다리는 걸 보고...
그런 일이 생활 속에 비일비재해요.
박경림: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을 유지하시죠.
최윤희: 저는 그냥 웬만해선 웃어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불행해질 수도 있어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이쪽을 보면 강이잖아요.
그런데 이쪽을 보면 전혀 다른 아파트촌이죠. 그거와 똑같아요.
상황은 똑같아도 우리가 어느 쪽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져요.
박경림: 선생님께서 살아오시면서 '사랑은 이런 것이다' 사랑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최윤희: 사랑을 짧게 표현한다면
사랑은 !(느낌표)다. ?(물음표)는 버려라.
왜냐하면 사랑을 하려고 처음 만났을 땐
굉장히 상대방의 좋은 점만 느끼잖아요.
'어머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멋있어!'
조금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아 그런 것도 모르냐?'
이러면서 물음표로 가게 되잖아요.
처음에 느낌표의 신선함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또 사랑은 흔희 Give(주는것) & Take(받는것)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 말이 틀렸다고 봐요.
Give & Take은 주고 받는 사랑... 거래예요.
Give & Take 사랑을 하면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사랑은 understand다.
이해한다. under(아래)+stand(서있는 것) 아래 서있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보다 항상 나 자신을...
그래서 상대방이 부족한 것... 혹은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을...
이 두가지만 알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사랑이라는 것은 초보운전할 때는 환상을 하잖아요.
중급반 고급반 가다보면 사랑은 배려 타협 이해 이거라는 거죠.
사탕처럼 달콤한 게 사랑이 아니예요.
칡처럼 쓴맛도 사랑이예요.
그걸 자기가 받아들이면 그것조차도 달콤하게 느껴지지요.
박경림: 저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최윤희: 당연하죠. 이렇게 매력적인...
컨텐츠가 무한무궁하잖아요. 요즘은 컨텐츠 시대잖아요.
박경림씨는 최고의 신부감이죠.
박경림: 꼭 편집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시겠어요?
최윤희: 재방송은 없어요. ^^
박경림: 어머 선생님... ㅠㅠ
첫댓글 그렇군요..
예전에 본적이있는 TV 내용입니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군요....
반가워요^^ 잘 지내시죵^^
^^ 잠시 일상과 제자신에게 지쳐있는 저를 업시켜주는군요. 감사합니다. 이런글을 올려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