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41DE94852B9AFAB27)
9. 선수기용의 변화
지난 4일, 고려대는 경복고체육관에서 명지대와 대학리그 14번째 경기를 가졌습니다.
이 경기의 고대 스타팅은 이동엽, 최성모, 김지후, 문성곤, 강상재였고
2쿼터 중반에 문성곤과 이동엽이 나가고 정희원과 신입생 가드 최성원이 들어왔습니다.
명지대도 스타팅에서 주전 김준성, 김수찬, 배강률이 빠졌고, 전반전은 고대의 38-24 리드
이승현과 이종현이 3쿼터 10분만 뛴 이 경기는 고대의 12명이 모두 출전하고 득점하며 77-51로 종료했네요.
“무엇보다 모든 선수가 다 뛰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경기를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명지대전이 끝나고 이동엽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같은 팀의 선수라고 동료만은 아닙니다. 출전시간을 나눠 갖는 경쟁자이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주어진 출전시간은 200분입니다. 그 시간을 5명 이상의 선수들이 나눠 갖습니다.
누군가 많은 시간을 뛰면, 상대적으로 누군가는 벤치에 오래 있어야 하고.. 개인기록도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동엽의 인터뷰 내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동료, 팀의 화합을 앞세우는 말이기 때문이죠.
우수한 선수들이 많을수록 출전시간 배분은 더 중요합니다. 여기에 사심이 개입되면 “팀”은 깨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올해 중요한 경기에서 고대의 스타팅은 대체로 이동엽, 김지후, 문성곤, 이승현, 이종현이고
강상재, 최성모, 김낙현이 벤치에서 나와 10분에서 20분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전 4명이 거의 풀타임을 뛰었고, 벤치에서 1~2명만 나왔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뒤지거나 접전 상황에서 파울트러블이 아닌 이종현이나 이승현을 빼는 모습도 작년과는 다릅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팀에게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입니다.
10. 실전을 통한 성장
5월 27일 건대전에서 고대는 이승현과 이종현을 1,2쿼터에 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36-30으로 고대의 리드. 건대는 올해 유일하게 경희대와 연세대를 모두 이긴 중위권의 강자입니다.
선수기용의 폭이 넓어지면서 선수들이 매 경기 준비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내년에 캡틴 이승현과 스나이퍼 김지후가 졸업하지만 생각보다 고대의 전력이 크게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문성곤, 이동엽, 강상재, 최성모, 정희원 등 내년 주축이 되어야할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최성모가 실전을 통한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친구는 예비 졸업자였던 작년 미국 전지훈련에서 상대했던 미국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신입생임에도 리그 초반부터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았던 이 친구는, 여름이 지나가며 점점 플레이가 위축됐고
올 시즌 초반에는 후배인 신입생 김낙현에게 밀리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출전기회를 확보하며 장점인 돌파가 살아나고, 패스의 타이밍도 점점 좋아지는 모습입니다.
강상재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자체 훈련에서 이승현과 이종현을 상대해야 했던 이 친구는
올해 대체로 2쿼터부터 출전하며, 평균 19분에 8.6득점 5.9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대헌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피지컬이 좋아졌고, 약점이었던 일대일 공격도 개선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민형감독은 이승현과 이종현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남은 선수들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생각이고
명지대전 선발 명단은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명단이기도 했습니다. 우승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무너지지도 않을 것 같고, 그 가장 큰 이유는 꾸준히 출장하며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강상재, 최성모, 정희원, 최성원, 김낙현 등 저학년 선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꾸준히 출전하고.. 출전을 통해 성장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승현과 김지후의 공백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1. 리쿠르팅의 변화
지금 고대의 로스터는 13명. 이승현이 졸업하면 내년 고대 포스트는 이종현과 이호영
(개인적으로 강상재는 윙맨이 어울린다는 생각이지만 아무튼) 강상재만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14학번이나 15학번에서 빅맨을 스카우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민형감독의 선택은 내년 4학년이 되는 이호영을 키우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작년과 재작년, 고대의 4학년 중에는 코트보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선수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작년에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우승 후, 이민형감독은 4학년 선수들을 뛰어주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그 기억이, 선수기용의 변화와 함께 스카우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김남기감독의 연대 시절 정도를 제외하면, 강팀의 유망주 죽이기(?)는 대학농구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였다고 봅니다.
최근, 김상준감독의 중앙대나 최부영감독의 경희대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고대 코칭스텝의 이런 의지가 사실인지는 직접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 상당히 믿을만한 정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이민형감독 부임 이후 고대의 의미 있는 변화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3회에 걸쳐 이 글을 쓴 이유는, 고대의 변화에서 대한민국 학원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기 때문입니다.
모 농구선수의 아들이 야구를 하다 농구로 바꿨는데, 그 이유가 농구가 야구보다 회비가 많이 적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도한 학부모의 부담, 대학 입학을 위한 부적절한 거래와 비리, 그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의 기회 박탈 등
대한민국 학원스포츠의 문제는 비단 농구만의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점만 기술했지만.. 앞으로도 고대 농구부는 과제가 많고, 많은 시련과 도전도 예상됩니다.
스카우트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고유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강자의 자리를 이어가는 부분이나
개인의 기량 향상을 위한 인스트럭터나 퍼스널 트레이너의 활용
대학 최정상급 선수들의 과감한 얼리 진출 등 성과가 필요한 계약직 직장인(?)이 선택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가 더 많은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가길 바라고
이러한 변화가 왜곡된 학원스포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커다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윗선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와 지원이 중요할것 같습니다. 능력있는 감독이 안정된 환경에서 길게 보고 팀을 운영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씀처럼 학교의 신뢰와 지원이 필요하고.. 이민형감독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유혹이 많은 자리고, 흔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잦은 감독 교체와 학부모들의 개입 등으로 부침이 많았고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등에 밀려 근 10년간 농구명문사학으로서의 위용을 잃었던 고대가 이렇게 다시 우뚝 일어섰군요. 말씀하신대로 대한민국 학원스포츠에도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자리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선봉장으로 고대가 좋은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좋은 글 잘 봤네요.
2005년 2관왕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특히 2008년 이후로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아픔의 시기를 딛고 새롭게 팀을 만들면서 성적만 좋은 대학이 아닌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진정한 명문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고..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복 스카웃 정말 문젭니다. 우수 선수들이 농구 명문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는 학교 동의서 없이도 편입이 허용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중복스카웃도 문제고, 그 원인을 선수나 학부모의 이기심에서 찾는 기사들도 간혹 올라오는데.. 볼때마다 답답합니다. 더 답답한 것은 뾰족한 치유책이 없다는 점이겠죠. 출전시간에 따른 제한적 편입 허용 같은 것도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어요. 물론 1년 출전제한도 예외규정으로 적용해야겠지요.
고대가 대학농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군요 ㅎ 이동엽 선수의 말처럼 선수 전원에게 출장 기회를 준다는 것이 선수들의 사기와 성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지 팬들은 잘알 것입니다 ㅎ 그래서 많은 고교 농구 선수들이 고대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ㅎ 좋은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