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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떨어질 듯 맺힌 빗방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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細雨濛濛, 특히 濛濛이 입에서 구를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에 온몸이 간질거린다. 細雨는 '가랑비', 濛濛은 '자욱한 모양'이다. 비나 안개, 연기 모두 해당된다. 煙雨(연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연기와 비가 아닌 '연기 같은 비' 즉 '안개비'이다. 사실 細雨와 煙雨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당나라 시인 溫庭筠(온정균)은 '가랑비 자욱하게 진홍색 옷에 들어 / 풍호에서 도시락 먹어도 온 천지 봄이로세'[細雨濛濛入絳紗 湖寒食孟珠家]라고 읊었다. 溫庭筠은 명문가 출신이다. 黨爭(당쟁)으로 유명한 당나라에서 불리한 조건이다. 마흔부터 科擧(과거) 시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미역국이었다. 불합격은 떼어놓은 당상, 다른 사람들을 몰래 거들어 합격시킨 게 여러 번이라 한다. 나이 쉰다섯, '장수생' 溫庭筠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상습범이니 천막에서 혼자 시험을 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와중에 괴력을 발휘하여 여덟 명을 거들어 합격시켰다 한다. 溫八叉(온팔차), '여덟 개의 손'이란 별명이 생긴 게 이때부터지만 科擧도 이로써 끝이었다. 이야기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현실의 부정 때문이다. 임꺽정의 실상이 明宗實錄(명종실록)이 기록한 산적일지라도 사람들 가슴을 들썩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8일은 雨水(우수) 절기, '빗물'이란 뜻이다. 立春(입춘)도 지난 지 보름이나 넘어 이제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계절이다. '가랑비 옷을 적셔도 빗방울 보이질 않고 / 고운 꽃 떨어져도 낙화성 들리질 않네[細雨濕衣看不見 閑花落地聽無聲]'. 시인 劉長卿(유장경)의 멋진 시구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봄비와 꽃을 떠올리면 언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