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1 [김지은]
키 큰 미루나무들이 불을 당기면
방목으로 키워진 그리움이 회로를 타고 온다
외지로 나간 순한 이름들이
지리멸렬 접었던 하늘을 펼치고
멀어지는 길은
뻗어가는 수목원의 전원버튼을 밝히고 있다
감은 눈을 뜨는 국립박물관이
국경을 넘어 광야를 달리고
자기부상열차를 탄
춤추는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에 입수한다
메마른 나무는 살이 차오르고
성성한 눈발은
백록담의 혈통을 잇고 있다
봇물로 터지는 물의 온도가
뜨겁게 자라나고
블라인드 사이로 몰아치는 허공
세상에 없는 눈부신 아침을 응시하고 있다
겨울나무의 주먹이
팬 사인회를 끝낸 입춘방을 열자
여위어 가는 달그림자
꽃망울을 흔든다
생꽃들 경쾌한 발걸음으로 길을 나선다
근황 2 [김지은]
비스듬히 걸린 낮달이
텅 빈 허공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끝을 모르고 달리는 속력은
어느덧 정월 끝자락을 닫는다
한뎃잠 자는 상현달은
갯돌이 마모되도록 슬픔을 완성한다
야윈 살점을 떼어
침몰하는 저녁을 게워내는 달
향기로운 울음을 토해낸다
오래 참았던 꽃밭이 죽음보다 감미롭다
달맞이꽃은 상처 속에서 돋아나고
캄캄한 이별 뒤에는 봉숭아꽃 얼굴 내민다
- 몽상의 저녁, 전망, 2019
* 부산에서 문학활동을 하시는 김지은 시인께서 시집을 두 권 보내주셨습니다.
"몽상의 저녁"과 "마트로시카 인형"입니다.
2019년과 2017년에 상재하신 시집이니 최근의 근황을 전해주신 셈입니다.
부산 정모가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시기라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는 없지만
시사랑 카페에 시를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꼭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첫댓글 '어머'~
봉투를 봉하고 한 계절 뜸들이다 ...망설임 반 부끄러움 반 우체국까지 가고 말았네요.
지나온 발걸음을 붉히며... joofe님! 감사합니다..
시사랑카페에는 부산식구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열혈회원이신데 그동안 소정님을 몰라뵜습니다.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줄 몰랐거든요.
모쪼록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지어주시기 바랍니다.
시집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김지은 시인님
시 두편 감상 잘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작품활동 하셔서
사회를 정화시켜주세요
같은 부산인데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