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축구는 하이브리드열풍이라 할 정도로 자국의 팀컬러들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수많은 대외컵과 공격지향의 축구정책 그리고 수많은 선수와 감독의 이동등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취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움직임이 다른 메이져리그에 비해 두드러진 스페인을 보면서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잉글랜드가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아직 딱히 말하기 어렵다는).
'스페인의 네델란드' 바르셀로나
FC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지방의 시민구단인데 과거 요한 크루이프가 이 팀에서 뛰면서 70년대 우승을 이루면서 본격적인 네델란드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요한 크루이프가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당시 멤버도 대단했지만 이때 도입되었던 네델란드+스페인식의 미들부터 조여가는 패싱게임에 빠른 공격과 압박의 양 윙어와 윙백. 그리고 확실한 마침표라는 스타일을 만들어갔지요.
루이스 반 할 감독의 취임이후 거의 7명(드부어 형제, 클루이베르트, 코쿠, 오베르마스, 라이찌허)에 달하는 네델란드 출신의 선수가 투입되는등 스페인에서도 시민구단의 드높은 자존심에 광적인 축구열기와 결합하여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불러일으켰지요. 이 때 희생당한 대표적 선수가 이반 델 라 페냐일 것입니다. 뛰어난 유스팀 출신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로 갔다가 현재는 동 리그의 다른 팀에서 뛰고 있지요. 어릴 적부터 자신이 뛰어온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상대해야하는 것은 선수나 팬의 입장에서 상당한 불만이 되는 것이지요.
레이카르트감독 취임이후 고집스럽게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사비올라벤치앉히기, 클루이 원톱쓰기, 수비미들 4명기용하기) 이탈리아식 전술을 도입 전반기 시즌을 무너뜨리면서 코쿠등 기존의 네델란드 출신 선수들의 노쇠화가 불거졌지요. 이번 시즌 네델란드 출신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면서 지난 시즌동안 충분한 출장기회를 얻으면서 성장한 촉망받는 유스팀 출신 선수들(가브리, 모타, 푸욜, 이니에스타등)의 성장과 이번 시즌 대거 영입한 스타선수들(데코, 지울리, 에투, 에드미우손등)과 조화를 이루어 훌륭한 로테이션을 이루고 있지요.
현재 전반기 최고의 팀은 발렌시아와 함께 바르셀로나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들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네델란드식 4-3-3 전술이지요. 한명의 확실한 홀딩미들(에드미우손)을 두고 두명의 뛰어난 패서(데코, 호나우딩요) 탑의 라르손/에투와 양윙어로 움직여 주는 호나우딩요/지울리와 끝없는 선수간의 매치업. 양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은 3시즌동안 팀의 리빌딩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10여년간 팀의 선수들이 익숙해진 네델란드식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카르트감독역시 자신의 선수생활을 보냈던 이탈리아식 도입을 추진했다 포기하고(강력한 수비지향의 안정적 경기운영, 문제는 그간 바르셀로나는 언제나 공격지향이었다는거죠) 네델란드 시스템에 브라질과 스페인의 패싱게임을 바탕으로 유연한 팀전술을 적용하자 작년에 평생먹을 욕 다 먹다(수십년만에 누캄프에서 레알마드리드에게 졌습니다) 이번시즌 부터는 칭찬받더군요.
'스페인의 이탈리아' 발렌시아
발렌시아의 전성기는 과거 아르헨티나의 디 스테파뇨와 캄페스에서 비롯되었지만 90년대의 전성기의 시작은 라니에리감독이 취임부터라 할 수 있겠지요. 98시즌부터 쿠페르감독이 갖추어 놓은 선수자원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루벤 바라하와 알벨다라는 스페인 최고의 더블보란치, 당시 아르헨티나의 신성이었던 아이마르와 킬리 곤잘레스 그리고 멘디에타등의 놀라운 공격력이 빈약한 공격진의 득점력을 보완하면서(당시에도 로페즈가 있었습니다만) 안정된 미드필더와 수비진과의 유기적이며 조직적인 움직임에 날카로운 윙어를 통한 득점이라는 카데나치오와 알젠티나의 폭퐁같은 터프함을 가미한 공격이 라니에리 감독의 유연한 전술운용에 의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라니에리감독 이후 베니테스감독은 이러한 기반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충실히 저렴한 선수영입과 선수보존, 과감한 주전선수 이적(중소구단의 비애죠)으로 튼실한 재정을 구축, 이번 시즌 라니에리감독의 재취임과 함께 그간 받지 못했던 라치오의 선수이적대금을 대신 이탈리아의 뛰어난 선수의 상대적 저렴한 영입 및 몇몇 이탈리아 유망주 스카우트등 이제는 이탈리아 커넥션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윙어의 무덤이라는 이탈리아리그와 특징을 반영하듯 확실하게 윙어를 막기 좋은 수비조직에 반대로 뛰어난 윙어(비센테, 피오레, 앙굴로, 루페테)를 보유한 공격력과 기존과 다른 포스트플레이를 보여주는 코라디(요즘 그다지 적응못하고 있습니다만)는 훌륭한 옵셔너가 될 수 있겠지요. 충분한 소속팀 선수들을 바탕으로 저렴한 하지만 실력은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한 발렌시아의 전성기는 최소 몇시즌 이상 계속될 거 같습니다.
'스페인의 스페인' 레알 베티스
화려한 공격력으로 대표되는 레알 베티스는 발렌시아처럼 중소규모의 구단입니다. 현존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로 유명한 데니우손이 있는 팀으로 유명하지요. 레알 베티스는 아틀레티코 빌바오나 레알 소시에다드처럼 순혈주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지만 훌륭한 유스팀 시스템으로 뛰어난 자국 선수(호야킨, 멜리, 카피, 후안이토, 아르수)를 보유한 가장 스페인다운 팀이지요.
스페인하면 화려한 미들에서부터의 패싱게임을 통한 공격과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들이겠지요. (브라질과 구별되는 것은 템포부분이랄까요. 몰아치거든요. 물론 94년이후 그런 모습은 좀 달라져갑니다만.) 현재는 드리블 아티스트 데니우손과 스페인의 기대주 호야킨이라는 양날개와 중앙의 프리킥 스페샬리스트 아순상을 통해 가장 스페인스러운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빈약한 공격수를 제외한다면 미드필더진만은 스페인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지요.
더불어 과거 스페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공격수에게 공을 주기보다는 미드필더에서 시간을 끌거나 자신이 직접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덕분에 경기가 풀리지 않았을 때는 쉽게 자멸하는... 그런 팀입니다. 그래서 알폰소 이후 득점선두권에 포함된 선수가 없을 만큼 빈약한 공격수의 득점력을 자랑하기도 하지요. 덕분에 중위권입니다.
이상 3팀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변해가는 흐름에 발맞추어 자신들의 기반(유스시스템, 그간의 선수들의 전술숙련도, 운영진의 마인드등)을 바탕으로 끝없는 리빌딩과 노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성적으로 나타났죠. 최근 스페인클럽의 약진은 괄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의 시드 1-3위가 모두 스페인팀이었죠. 시드 1그룹에만 모두 4팀 절반입니다.
한국의 전술은 어떠한가요? 현재 네델란드식으로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유학을 프랑스로 가고 있지만요). 그리고 윙자원이 풍부한 한국 실정에 맞추어 본다면 이게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현재 쓰여지는 감독들의 전술을 보면 전형적인 구독일식 전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포메이션이 아닌 마인드가) 빠르게 많이 뛰고 협력하는 한국 축구와 독일식은 어째 언밸런스 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독일의 특징이라면 존 디펜스처럼 자신이 맡은 구역내에서는 볼키핑과 폭력에 가까운 반칙을 불사하며 자신의 지역을 지켜낸다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될텐데 이러한 파이터가 거의 없는 한국에게 예전과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소년, 청소년들은 브람감독등의 네델란드식 교육을 받았고 국대에서는 히딩크감독이 선수들을 조련했습니다. 이제 그 성과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청대 올대에서 기틀이 되고 있습니다.(이제 아장아장 걷고 있으니 충분히 바꿀 수 있겠지만 돈듭니다)저는 한국이 지향해야할 바는 윙자원도 많고 많이 뛰는 특징을 가진 국가로서 네델란드(멀티플레이어화-그렇다고 조광래감독처럼 공격수를 윙백으로 쓰는 거 말구요.)식 기반에 프랑스의 유기적인 물흐르는 듯한 경기조율을 접목시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이미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앞서 말했듯 유망주를 프랑스로 보내고 있죠.)
여담으로 그리스가 한국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 유로2004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유로예선과 본선을 제외하고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로이후 월드컵 예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리그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성적이죠). 한국보다 좀더 완성도 높은 전술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산출해낸 그리스이지만 강팀에게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반쪽짜리 팀이 되버린 이유는 승리지향적 전술과 강팀을 상대하기 위한 특화된 전술운용때문이지요. 물론 이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같은 압박과 공격을 하면서도 체코와 비교되는 것은 이러한 부분때문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