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 주신글]
어느 풍속학자와의 대화
워커힐 호텔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으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8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다.
이름난 휴양지는 대부분 멀리 떨어져있다.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바가지요금도 문제다. 모기는 얼마나 극성인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하다.
양반처럼, 만다린 서비스는 이런 것이다.
옛날에 호텔에서 2박 3일을 썸머 페케지로 보낸 적이 있었다. 여름철은 비수기라 30% 할인이다. 휴가비용은 피처지보다 싸서 구태여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내복 수건 치약 스킨로션 슬리퍼 모두 비치되어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기 집처럼 묵으면 된다. 마누라만 데리고 가서. 홀가분하게 아주 홀가분하게
5성 호텔이니 식재료는 초고급만 사용한다. 그걸 최고의 주방장이 만드니 맛이야 물어볼 필요가 없다.
아침은 한정식으로 점심은 중국요리로 저녁은 코스 양식으로, 이후에는 식후경이니 꼭대기 층에서 워커힐 쇼를 본다.
야간에도 야외수영장에서 룸서비스가 가져다주는 맥주 맛이 기가 막히다.
아득하게 보이는 천호대교 아래 북한강의 잔잔한 물결을 침대에 누어서 볼 수 있고. 아침에 깨우지 않아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다.
젊은이들은 해수욕장으로 다 가버렸는지, 애정행각이나 민망한 차림새도 없다.
무엇보다 여름철 건강에 좋다. 그래서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게 호텔 패케지 휴가를 권한다.
풍속학자와 만나다.
마침 워커힐 호텔에서는 미 해병대 창설기념 만찬 행사가 있었는데. 참전용사 일원으로 세계 각국의 풍속을 연구하는 학자도 참석하였다.
그의 학설에 따르면, 몽고반점은 한민족에게 유별나게 많다고 한다.
중국은 86% 일본은 81% 그러나 한국의 신생아는 97% 가 볼기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고 어머니 뱃속에서 애를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삼신할머니가 손바닥으로 볼기를 때린 자국이 몽고반점이라고 했다.
길게 느린 광목천에 두 다리를 묶여, 꼬박 사흘을 산고(産苦)로 괴로워하는 어린 엄마가 안쓰러워, 막 나온 갓난애를 아버지가 철석 때린 손바닥 자국이라고도 했다.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여태 간과한 것인데, 벽안의 노인에게서 듣다니? 고마웠다.
다리(橋梁) 밑에서 주운 아이 -
한국에서는 아이들은 다리 밑에서 주어온다고 했다. 다리(Bridge)는 사람의 다리(Leg)라는 뜻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린 애는 어머니의 다리 밑(足下)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풍속학자 분은 놀라운 한국인의 지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릴 적 엄마에게 흔히 물어본 말이다.
엄마! '나 어디서 왔어'
“아휴! 저 걸! 괜히 주어 와가지고! 궁금하니?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롱'
네 엄마를 며칠 전에 만났는데.
너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엄마가 너를 기다린다.
이제 다 컸으니 다리 밑으로 가봐라!
못 믿겠으면 아빠에게 물어보든가!
돈 좀 달라고 하니까 “어미를 시장에 내다 팔아라.”고 했던 엄마였다. 그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울 엄마가 내 진짜 엄마야?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다리야? 하고 물으면, 그냥 영천 뚝다리‘라고 했다.
아하! 다리 밑은 아이들을 버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영천에는 '뚝다리'가 없다는 것을 철이 든 후에야 알았다.
청다리
소수서원 지나면 교량 나온다. 다리목에는 강희경인오월입(康熙庚寅五月立), 죽계제월교(竹磎霽月橋)라는 다리비가 있다.
다리 이름을 퇴계가 지었다. 후세 사람들은 제월교 청다리라고 부른다.
소수서원에는 공부하는 젊은 유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여종들이 많았다. 양반 자제가 여종이나 마을처녀와 정분이 나면, 필시 아이를 낳게 되어있다.
처녀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 비밀리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갓 태어난 아이를 강보에 싸서 밤중에 청다리 밑에 버리는 것이다.
당시 선비 혈통을 데려다 기르는 것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안에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유생은 처자에게 청다리 밑에 아이를 가져다노라 하고, 본가의 하인들을 시켜 찾아왔다고 한다.
다른 전설은, 단종복위 실패에도 불구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이 청다리 밑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고 한다.
다리 이름에 청(靑)자는 청루(靑樓)다. 부근에 기생집이 많이 있었다. 청다리는 기생과 선비 그리고 버려진 아이와 관련이 있다.
서울사람들은 염천교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지만 원조가 이곳 청다리다.
사람의 다리도 다리이니 엄마의 다리 밑에서 나왔다는 암시다. 설마 하고 그냥 넘겼지만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동대문의 동묘(관운장)와 워커힐이 있는 바보 온달 장군의 아차산은 군신(軍神)이 보호하는 지세다.
워커힐의 워커대장과 고인돌 그리고 한국인의 지능지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가친의 회갑연은 소공동 롯데 호텔 옆에 있는 빌딩 9층 야래향이라는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했다.
위는 워커힐 야외에서 찍은 가친의 7순 잔치 사진이고 맨 왼쪽 위가 허주
허주의 아침산책 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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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 - ‘나팔바지(NAPAL BAJI)' + ‘DADDY' + ‘GANGNAM STYLE(강남스타일)' in 2015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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