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가 읽은 책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노무현의 책상이다.
참여정부 말기
TV 다큐멘터리의 장면 속 노무현의 책상.
그 위에 있는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가끔씩 한권한권 찾아 읽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대국굴기이다.
노무현이 가고 없는 이 자리.
그의 말.
그의 생각.
그의 글.
그가 읽는 책들만이 남아 있다.
그의 말, 그의 생각, 그의 글, 그가 읽은 책들은
아직도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책 대국굴기는 중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EBS에서 방영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요지는 과거 또는 현재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9개국이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나를
그들의 역사를 통해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통해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반면교사로 삼자는 내용이 주제인 듯하다.
1990년대 이후 급성장하는 중국이 중국보다 앞서 대국이 된 나라들을
배워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각 나라별로 지은이가 다르다.
참고로 대국굴기는 "세계에 우뚝선 선진강국"이란 뜻이다.
1. 신세계로...
유럽의 나라들이 대국이 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신대륙 발견과 해외 식민지 침략시대와 맞물려 있다.
경쟁시대.
남을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는가.
신대륙 개척과 해외 식민지 침략시대의 서막을 연 나라는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이다.
그들은 국내 사정이 안정된 이후,
국가의 막강한 지원 하에 해외진출을 하게 된다.
포르투갈의 경우 15세기 초 엔히크 왕자가 아프리카 서해안을 개척하였다.
그 뒤를 15세기 말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에 도착하였고,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항해를 다서게 된다.
그리고 항해 도중 길을 잃어 우연히 오늘날 브라질 땅에 도착하여
아메리카 침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에스파냐는 포르투갈보다 늦게 해양에 뛰어들었지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마젤란의 세계 일주 등으로 해양강국이 되고,
식민지 정벌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해상 및 식민지에서 자주 충돌이 일어나
교황이 주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들의 영토 확장이 그들을 대국으로 만들어 놓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비도덕적인 원주민 학살은 너무 잔인하였다.
그들의 영토 확장은 수많은 인디언 학살이었다.
어쨌든 어떻게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대국이 될 수 있었나?
그들은 정확한 기회 포착과 적극적이 행동이 있었으며,
외국의 인재와 자금을 충분히 활용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콜롬버스와 마젤란이 모두 외국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이 있었다고 한다.
마치 오늘날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를 배우라고 하듯...
...
네덜란드 역시 식민지 확장 대열에 끼어들면서 발전하였는데,
그 전에 열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어떻게 발전의 터전을 잡았는지가
배울만한 가치가 더 있었다.
네덜란드는 농업, 어업, 수공업이 발달하고,
이를 해외에 팔기 위해 선박 산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선박 산업이 발달해서 이를 이용하기 위해
농업, 어업, 수공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도 차례로 발전하였다.
그 이후 시장 개척을 위해 동인도 회사와 서인도 회사를 건립하였는데,
이중 동인도 회사가 크게 발전하였다.
이 동인도 회사는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들어섰다.
세계 경제의 한 흐름을 주도하였다.
...
신세계로 진출한 나라에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의 많은 땅을 지배했던 영국.
영국이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이 된 두가지.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이다.
그 이전의 영국의 역사.
5세기 앵글로 색슨족이 바다를 건너와 브리튼족을 누르고 정착한 것이 영국이다.
이후 왕과 귀족의 의회 사이의 끝없는 투쟁이 곧 영국의 역사였다.
왕과 의회가 번갈아 권력을 잡다가
1688년에서 1689년 사이에 일어난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입헌군주제를 실시하였다.
이 명예혁명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고,
이 안정을 바탕으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이 성장이 국내에서만 이루어지기에는 국내가 너무 좁았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정벌하여
제국주의에 큰 발걸음을 하였다.
...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프랑스.
프랑스도 프랑스혁명 전까지는 혼돈의 시대였다.
왕, 귀족, 평민.
이 세 계급 사이의 계속된 갈등.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서야 두각을 보이게 된다.
자유. 평등. 박애를 표명하고 성공한 프랑스 혁명.
민주정치의 깃발을 높이 들게 된다.
프랑스 혁명으로 정치가 안정되자, 경제, 산업 분야도 자연히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국내가 안정되자 그들도 눈을 해외로 돌렸다.
그들도 제국주의 노선에 동참하였다.
국내에서는 인권을 중요시하는 민주정치를 한다고 자부하지만,
국외에서는 다른 나라의 주권을 유린하는 제국주의라니.... 모순이다...
아메리카에서 영국과 7년에 걸친 전쟁에서 패배하고,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열중하였다.
아프리카에서 영국과 식민지 분할을 하고,
아시아에서는 인도차이나를 중심으로 식민지 확장에 나섰다.
그들의 이런 식민지 정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도 이어져 비난을 받았다.
1954년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나서야
베트남, 인도차이나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아프리카 알제리는 식민지 상태로 유지를 하였다.
1950년대 알제리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알제리가 당연히 자신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프랑스에서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알제리의 독립보다 다른 차선책을 마련하다 보니,
알제리의 독립 운동은 심해지고, 강제 진압이 불가피하였다.
1958년 드골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정치, 경제 개혁을 이루고,
뒤이어 알제리 독립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것은 많은 보수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외교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60년대 이후 고성장을 보였다.
한 나라의 지도자의 용기있는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
2. 독일과 일본
독일은 유럽의 다른 강국보다 뒤늦게 일어선 나라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은 사방이 다른나라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조건으로
잦은 외세의 침입으로
통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근세까지 이어졌다.
크림 전쟁 등 유럽 정세가 혼란한 틈에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 등 일부 게르만족을 제외한 소독일 통일을 이루어냈다.
이후 독일은 성장하게 되고,
유럽에서는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영토 확장에 대한 야욕이 큰 나라였다.
그렇다 보니 20세기 들어서 두번에 걸쳐 큰 정쟁에 모두 개입하였다.
특히 히틀러의 나치가 난동을 부린 2차 세계 대전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다시 분리된 독일.
독일은 예부터 확장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콜 총리를 비롯한 독일의 총리들이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깊은 사과와 함께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결국 1989년 다시 통일을 하게 되었다.
통일 직후 독일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강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서독과 동독의 통일은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정부의 노력과 양보가 있었기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후세에게 큰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특히 현정부는?
북한에 대해 양보와 희생이 절대 없다.
손해보는 협상과 교류는 없다고 큰소리친다.
이런 자세로는 절대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일본.
일본은 이 책에 소개된 국가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다.
일본이 서양의 열강들과 나란히 어깨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발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과 함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메이지 유신으로 일대 개혁을 이룬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정부 인사를 파견하여 기술과 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로 자신의 나라에 적용하여 빠른 산업 발전을 이어갔다.
이는 주변국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산업 발전을 이용하여,
주변국 침략을 시작하였다.
오랜 그들의 숙원... 영토 확장....
방법 또한 잔인하였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잔혹한 학살이 이어졌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패전으로 그들의 야욕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그들은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물론 일본이 재기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이 큰 몫을 차지하였다.
일본은 다시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어 꽤씸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야욕이 다시 일어날까 심히 걱정된다.
3.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는 유럽의 변방에 속해 있었다.
그들도 세계사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18세기 초에 등장한 표트로 1세에 이어 예가테리나 2세,
알렉산드로 1세에 걸치면서 국가다운 모습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발전을 가한 영국, 프랑스와 격차는 피할 수 없었다.
또 크림 전쟁에 패배하고 당시 차르였던 니콜라이 1세가 자살하면서 국가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니콜라이 1세가 죽고 알렉산드로 2세가 정권을 잡았는데,
그는 농노제 폐지 등 과감한 개혁을 실시하였다.
러시아는 이후 서서히 발전을 해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19세기 초, 일본과 전쟁 등 국제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다시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그 혼란 속에서 소비에트 혁명이 성공한다.
소비에트 혁명 이후,
소련은 강대국 대열에 들어서고자 노력하였다.
일정 정도 성취도 하였다.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군사력만 양강구도였지...
실제 경제 등 국민의 삶과 질의 척도에서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안정치 못한 구도는 오래가지 못하고,
지난 세기 말 결국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고 만다.
....
소련이 해체되고 나서부터 세계는 미국의 주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나라라기 보다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와 다른 태생.
그것도 무척 짧은 역사.
이 책에서는 미국이 그렇게 성공한 요인을 여섯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일. 하늘이 내린 자연환경
이. 안정적인 국가 체계
삼. 건강한 내정
사. 행복 추구의 헌법
오. 이민자와 그들의 후손이 세운 나라.
육.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공존.
...
힘이 세지면 겸손보다 오만하기 쉽다.
미국도 이미 오만의 제국이다.
그들의 오만이 얼마나 오래갈 지 궁금하다.
4. 성공과 희생
성공에는 희생이 따른다.
지금까지 대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을 보면,
희생이 뒤따라갔다.
그것도 자국보다 타국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것도 원하지 않은 희생이다.
에너지보존의 법칙과 비슷하게,
전체 에너지는 변함없어서,
한 나라가 강국이 되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이 약소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과연 진정한 강국인가?
그럼, 앞으로 강국은 어떤 나라들이 강국이 될 것인가?
이 책의 저자,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나라인 중국이 지금까지의 대국들을 본받아 대국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날 다른나라를 대국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침략을 하면 비난을 받는다.
단 미국은 예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싸움은 돈싸움이 될 것이다.
그 돈싸움은 총포없는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과연 어찌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각 나라들이 대국으로 갈 수 있었던 공통점은
지도자의 결단력과 기회 포착, 시대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 것들이다.
과연 조그만한 땅에서, 그곳도 잘 흐르고 있는 멀쩡한 강에서
포크레인으로 깨작깨작 땅을 파는 것으로,
주변의 대국, 주변의 대국이 되고자 하는 경쟁국들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그 포크레인 짓거리라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괜한 삽질인가?
우리의 삽질은 경쟁국을 미소짓게 한다.
하다. 답답. 하다. 답답.
우매한 백성들의 우매한 선택. 업보다.
책제목 : 대국굴기
지은이 : 왕지아펑 外
펴낸곳 : 크레듀
페이지 : 383 page
펴낸날 : 2007년 8월 14일
정가 : 15,000원
읽은날 : 2009.11.09 - 2009.11.11
글쓴날 : 2009.11.12,13,16